6월 6일 현충일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는 아주 뜻 깊은 경기가 열렸다. 현충원에 묻혀서는 안 될 '반민족 반민주 행위자'의 묘를 찾는 경기. 이름하여 '제1회 적폐청산리그'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가 마련한 이날 대회에는 대전지역 대학생 13개 팀이 참가했다. 각 팀은 2인1조로 구성되며 1인 단독으로 참가한 팀도 있다. 이들은 제한시간인 1시간 30분 동안 대전현충원에 묻힌 적폐대상 반민족 반민주 행위자의 묘를 찾아 인증샷을 찍는다.
그런 다음 페이스북에 '#적폐청산리그'라는 태그를 걸어 올리면 된다. 주최 측은 이렇게 올려진 사진을 모아 점수를 주고, 가장 점수가 많은 팀에게 상금을 수여하는 대회다. 상금은 1등 30만 원, 2등 15만 원, 3등 5만 원이다.
주최 측은 참가팀을 모집한 뒤, 사전모임을 통해 교육을 실시했다. 민족의 정기와 애국의 넋이 자리 잡은 신성한 곳 현충원을 더럽히고 있는 인사들, 그리고 그 인사들의 행적에 대해 공부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친일군인이며 민간인학살의 주범이고, 김구 선생 암살범의 배후로 지목됐던 김창룡이다. 또한 1212쿠데타의 주역인 유학성, 안현태, 소준열, 김윤호 등과 516쿠데타의 주역 박원빈, 김동하, 최주종, 박경원, 김재춘, 박창암 등이다.
또 민간인 학살에 가담했고 서북청년단을 이끈 문봉제나 4.3사건 책임자 함병선, 한국전쟁시기 민간인학살에 가담한 이형근, 김득모, 박창록 등이 대전현충원에 묻혀있다.
이 밖에도 삼청교육대에서 교육을 주관한 이춘구, 인혁당 사건 당시 사법살인을 했던 이세호, 민복기, 서종철, 반헌법 행위를 한 신직수, 황산덕, 홍필용, 이후락, 그리고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파 김대식, 김석범, 김일환, 윤수현, 이용 등 주최 측이 찾아서 제시한 '반민족 반민주 행위자'는 모두 51명이다. 이들 명단 외에도 '반민족 반민주 행위자'를 찾아내면 특별 보너스 점수를 받게 된다.
이날 대회의 시작은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묘소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곽 여사의 묘소에 헌화한 뒤 묵념을 통해 곽 여사를 비롯한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의 뜻을 기렸다.
이 자리에서 박해룡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오늘 처음으로 열리는 적폐청산리그는 잘못되고 뒤틀려진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의미있는 행사"라면서 "그 첫 걸음에 함께 해 주신 여러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됐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미리 짜놓은 동선을 따라 뛰었다. 반민족 반민주 행위자들의 묘는 주로 애국지사 묘역이나 장군 묘역 등에 위치해 있다. 학생들은 숨을 헐떡이며 그들의 묘를 찾아 뛰고 또 뛰었다.
평소 현충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는 남예림(한밭대 3)학생은 남들보다 각 묘역의 지리적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미리 공부를 많이 했다, 그래도 평소에 자원봉사를 했던 곳이라 지리적 위치를 잘 알아서 남들보다는 수월할 것 같다"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현충원에 묻혀서는 안 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묻혀 있는지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조원으로 대회에 참여한 류체은(성결대 3)학생도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역사공부를 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화가 많이 나기도 했다"며 "이런 사람들은 이제 그만 현충원에서 내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송인우(한남대2) 학생은 "처음에는 상금이 욕심나서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공부를 하면서 정말 의미 있는 행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렇게 많은 친일파나 쿠데타의 주역들이 애국지사들과 함께 묻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51명의 대상 중 50명을 찾은 남예림, 류체은 학생조가 1등을 차지했다. 또한 2등은 49명을 찾은 임현장 학생, 3등은 역시 49명을 찾은 송인우, 최재현 학생조가 차지했다. 2등과 3등은 최종점수가 동률이었지만 마감 시간이 빠른 팀이 우선한다는 규정에 의해 순위가 갈렸다.
다만 3등을 차지한 조는 주최측에서 실수로 대상 명단에서 빠트린 '반공검사 오제도'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마감 시간 내에 인증샷을 올리지 못해 최종점수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이들의 인증샷을 보려면 페이스북에서 '#적폐청산리그'를 검색하면 된다. 또한 대전현충원에 묻혀 있는 51명의 반민족 반민주 행위자들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혀 있는 적폐세력 명부(52명)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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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12.12 쿠데타] -정도영 보안처장, 하나회, 1979년 보안사 보안처장, 성업공사사장, 자유총연맹 사무총장 -이차군 대령, 보안사군수처장 -우국일 준장, 보안사참모장 -송응섭 육군 제30보병사단 90연대장 대령 -김택수 중령, 30사단연대장 -유학성 국방부 군수차관보 중장 -김윤호 소장, 보병학교장 -김기택 수경사 참모장이던 김기택은 수경사 검문소에 1공수를 그대로 통과시키도록 명령 -정동호 청와대 경호실장 대리 정동호 준장 육사 13기 -안현태 하나회 핵심 인물 쿠테타 참여, 대통령 경호실장, 비자금 조성, 5공 비리 혐의로 구속 -진종채 5.18 관련 피의자, 당시 2군 사령관 -소준열 5.18 관련 피의자 당시 전투교육사령관
[5.16 쿠데타] -박원빈 육사 8기 6군단 작전참모, 5.16 참여, 수산개발공사이사장, 무임소장관 -김동하 2기 해병사단장, 1961년 5.16 쿠데타 참여, 반혁명사건으로 퇴출, 한국마사회장 -최주종 5·16 군사정변에 가담했다. 쿠데타 세력이 조직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최고위원을 지냈고, 8사단장, 5관구 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육군소장 만주국 육군군관학교 출신 육군소장으로 친일인명사전 등재인물 -김진위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건설분과위원장 -이석제 1961년 6월~1963년 1월 28일 국가재건최고회의 법무분과위원 및 법사위원장 -강상욱 1961년 국가재건위원회 최고위원 -정명환 1973년 보병 제6사단장(철원 제2땅굴 발견), 5∙16민족상 수상, 6관구 방첩대장 정명환 중령을 필두로 즉석에서 죄다 반란군으로 가담 -김인화 중령 6군단포병단 대대장 -박창암 혁명재판소 검찰부 기소지휘, 혁명검찰부장 -박경원 현역군인으로 내무부장관직 수행, 제2군단장 내무부장관, 교통부장관 등 역임, 이승만 정부 내무부장관 당시 삼선개헌 위해 공무원 및 관변단체 동원 -김재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방첩부대장, 최고회의 문교사회위원장 당시 제6군관구사령부 참모장 중앙정보부장, 무임소장관 등 역임
[서북청년단] -선우기성 서북청년회 위원장 -문봉제 서북청년회 중앙본부 단장, 내무부 치안국장, 국무원 사무국장, 제6대 교통부장관, 평화통일자문위원회 상임위원, 실향민호국운동 중앙협의회 회장
[4.3사건] -함병선 당시 4.3사건 진압 책임자중 한사람
[한국전쟁시기 민간인 학살] -이형근 대전형무소 재소자 살해사건 군 최고 사령관 당시 제2사단장 겸 충청지구 위수사령관, 육군참모총장,주필리핀특명대사,주영대사 역임 / 봉천군관학교 육군장군 출신으로 친일인명사전 등재인물. -김득모 대전형무소 재소자학살사건 핵심가해자, 당시 제2사단장 헌병대장, 이후 육군헌병감, 남서울컨트리클럽 사장 역임 -박창록 부산형무소 재소자 학살 핵심 가해자, 당시 부산지구헌병대장, 이후 CIC부부대장 역임 -최영희 당시 백야전전투사령부 기동부대장, 제8사단장, 육군참모총장 등 역임 -김용배 백야사 전투 학살 핵심 책임자, 당시 서남지구 전투사령관, 이후 육군참모총장, 충주비료 사장 역임 -오제도 검사, 보도연맹 결성 및 관리를 주도. 군검경 합동수사본부 검찰 측 핵심수뇌부 (당시 서울지검 부장,합동수사본부 수사실장을 맡아 부역혐의 학살 주도)
[친일, 민간인학살, 고문] -김창룡 지난 1992년 안두희에 의해 김구 선생 암살 당시 "실질적 지령"을 내린 인물로 지목됨
[삼청교육대] -이춘구 삼청계획 집행 및 삼청교육 주관 (당시 국보위 사정분과위원, 사회정화위원장, 국회의원, 내무부장관, 국회부의장 역임)
[반헌법 행위] -신직수 신문기사에까지 내란죄 적용, 한일국교정상화반대시위에도 내란죄 적용학생들을 내란죄로 기소 (당시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 대통령 법률특보 등) 강제전향 지시하고 지휘함, 강제전향 및 사회안전법제정) -황산덕 당시 법무 문교부장관 사회안전법제정총괄민족주의비교연구회사건 조작 / 서울대 동아리 학생들을 인혁당 하부 학생조직으로 조작 발표 -홍필용 불법구금, 고문조작 지휘 (당시 중앙정보부 제 5국장, 욱군법무감 역임) -이후락 유신작업 부지휘자 핵심역할 수행, 당시 중앙정보부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이세호 인혁당 사건 8명 증거없이 사형선고, 당시 비상고등군법회의 재판장, 육군대장, 육군참모총장 역임 -민복기 인혁당 사건 사형확정, 사법살인 확정, 당시 대법원장 -서종철 인혁당 사건 군법회의 관할관, 사형집행 명령
[친일행위]
<친일인명사전 등재인물> -해병대중장 김대식 간도특설대 -해병대중장 김석범 간도특설대 봉천군관학교 -육군중장 김일환 봉천군관학교 -육군소장 박승훈 일본육군사관학교 -육군소장 백홍석 일본육군사관학교 -육군소장 석주암 봉천군관학교 -육군소장 송석하 봉천군관학교 -공군소장 신상철 일본육군사관학교 -해병중장 신현준 간도특설대 봉천군관학교 -육군준장 윤수현 봉천군관학교 -육군소장 이용 간도특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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