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진 중인 북한산 사기막 야영장 예정지 인근에서 고구려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되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등산사연구회(회장 박기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초 북한산 사기막골 산행 중 길이 약 1.5m, 지름 35㎝에 이르는 팔각 돌기둥 두 점을 발견했으며, 기둥에는 '천정구(泉井口)'라는 글자가 새겨있었다는 것. 이와 함께 기둥 주변에서는 한자가 새겨 있는 기왓조각과 꽃무늬가 새겨 있는 숫막새, 치미로 추정되는 기와조각 등이 다수 발견됐다.
천정구는 고구려 시대 파주 교하지역을 이르던 지명으로,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교하 지역을 차지한 뒤 신라의 지배가 시작된 757년 이전까지 천정구 현으로 불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한국등산사연구회에서 펴낸 회지 <와운루>에 실려있으며, 회원들은 뒤늦게 문화재청에 매장문화재 발견신고를 접수했다.
유물이 발견된 지점은 사기막 야영장 예정지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한국등산사연구회 회원들은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에게 사진을 보여준 결과 '최소한 조선 시대 이전의 유물'이라는 답변을 얻었으며 이 일대가 문헌으로 전해지는 인수사 또는 청담사 터일 것으로 추정되기에 정밀한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등산사연구회원들은 또 "북한산 사기막골 일대는 과거 '청담동'이라 불리던 계곡으로 17세기 '와운루'라는 정자가 있어 수많은 선비들이 찾았던 유서 깊은 곳"이라며 "청담동은 바위에 새긴 송시열의 글씨 등 문화재가 있고 조선 후기 문신 어유봉의 <청담동부기(淸潭洞府記)>를 비롯한 수많은 유산기에 등장하는 역사가 살아있는 곳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유원지형 야영장 개발은 재고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