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특별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시회 내용 가운데, 가상 시민 인터뷰와 시대적 풍경이 기록된 사진 등을 갈무리해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교도소에서 근무하는 40대 교도관
작년부터 많이 잡혀오더라고요. 학생도 잡혀오고, 노동자도 잡혀오고, 선생도 잡혀오고... 직업도 참 각양각색이더라고요.
평소엔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들인데 뭉칠 땐 호랑이 같이 변해요. 보통 재소자들은 교도관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저 사람들은 좀 달라요. 무서울 게 없는 사람들 같아요. 하긴 그 무서운 경찰이나 안기부하고 싸우던 사람들이었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뭐 무섭겠어요.
그런데 다른 재소자들한텐 엄청 잘해요. 조폭들도 저 사람들에겐 함부로 안 하더라고요. 하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재소자 인권 보장하라고 항의 단식도 하고, 그러다 독방까지 끌려가는 사람들인데 누가 싫어하겠어요. 저 사람들을 양심수라고 부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단식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급식을 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잘못해서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면 큰일 날 수 있거든요. 죽지는 않더라도 엄청나게 고통스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강제급식은 교도소에서 시행하는 변형된 유사 고문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얼마 전 고문으로 숨진 학생 생각이 나네요. 고문이 일상인 세상인 것 같아요.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여성 노동자
공장에서 일하는 게 불법이라고 경찰이 잡아가더라고요. 공장에 침투한 빨갱이라고 하면서요.
언니가 처음 우리 공장에 일하러 온 건 작년 봄이었어요. 공장 앞마당 봄꽃이 거의 다 질 때쯤이었으니 4월 중순쯤이었던 것 같아요.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얘서 눈에 잘 띄는 편이었어요. 우리 공장에 오기 전엔 어떤 일을 했는지 손이 참 고와 보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언니가 경찰한테 끌려간 건 지난달 일이었어요.
처음엔 실감이 잘 안 나더라고요. 언니한테 뭔가 속았다는 섭섭한 마음도 조금 들었고요. 하긴 돌이켜 생각해 보니 엄청난 선동꾼이긴 했어요. 맨날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만화 보러 가자고 선동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수다 떠는 거 좋아하고 빨간 떡볶이 잘 먹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랬던 언니를 빨리 다시 보고 싶어요.
작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피해자가 언니 친구래요. 그분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처음 들었을 땐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이제 경찰이 갈 때까지 가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여자는 끌고 가서 성고문하고, 남자는 끌고 가서 물고문해서 죽이고... 이게 대한민국 경찰이라니... 이번 달은 무척 바쁠 것 같아요. 언니 재판에도 가야 하고, 언니 친구 재판에도 가야 해서요. 추운 날이 조금씩 풀려가니 할 일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네요.
* 사진 출처 : 박용수, 경향신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