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특별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시회 내용 가운데, 가상 시민 인터뷰와 시대적 풍경이 기록된 사진 등을 갈무리해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시골 사는 70대 할아버지
작년부터 개헌을 한다 안 한다, 아니다 올림픽 끝나고 한다 말만 무성하더니 결국 안 하려나 봐요.
평생 흙만 파 먹고 살아 온 무식한 시골 늙은이에요. 지금까지 조용한 시골에서 큰 탈 없이 잘 살아왔지요. 그런데 세상엔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요즘 텔레비전에선 호헌인지 뭔지 맨날 똑같은 소리만 나오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어요. 지난주 집에 왔다간 우리 아들이 그러더라구요. 작년부터 야당이랑 재야에서 대통령 직선제 서명운동도 하고 그랬대요. 그런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는 호헌을 발표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대통령도 내 손으로 뽑고 그랬어요. 그러더니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하면서 체육관에서 뽑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 대통령도 체육관에서 뽑았을 걸요. 장충체육관인가 거기서... 그런데 또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겠다고 하네요. 지금 대통령이 전두환인가 그렇지 아마... 박정희처럼 계속 대통령 하고 싶은가 봐요. 그 끝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사람 욕심은 끝도 없는 것 같아요.
국민 뜻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 같아요.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는 걸까요? 이젠 어찌 될까 모르겠네요. 세상살이는 점점 힘들어져만 가는데 몸도 여기저기 안 쑤시는 데가 없어요. 그나저나 그 국회의원 양반이 오늘 유죄 판결을 받았나 보더라고요. 거 왜 있잖아요. "우리나라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했다가 잡혀간 그 양반. 오늘 저녁엔 국시나 한 그릇 말아먹고 일찍 자야겠어요. 내일은 못자리 정리를 해야 하거든요.
거리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50대 아저씨
늘 정치 깡패가 문제예요. 이승만 때도 무슨 문제만 생기면 제일 먼저 정치 깡패들이 나타났다고 하더라고요.
4.19 때 백주 대로에서 고대 학생들 테러한 것도 동대문 애들 짓이었어요. 목에 개줄 차고 종로 바닥 끌려 다니다 사형당한 걸 벌써 잊었나 봐요. 용팔인지 용칠인지 깡패 놈 하나가 또 그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세상이 어찌되려는지 걱정이네요.
뉴스에서 난리가 났더라고요. 야당 사무실마다 따라다니면서 집기 부수고 사람 때리는 거 보니 딱 정치 깡패더라고요. 소싯적 힘 좀 써봤다고 다 커서도 앞뒤 못 가리고 주먹질이네요. 힘 있는 것들이 뒤를 봐주겠다고 했겠죠. 만날 그런 식이니까요. 그러다 쓸모 없어지면 버려질 쓰레기 같은 인생들이죠.
우리는 현정권이 1000에 달하는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김대중 의장 댁을 불법 차단하고, 하긴 요즘 경찰을 봐도 깡패랑 구분이 안돼요. 툭하면 길거리에서 검문이나 하고 사람 잡아다 고문해서 죽이는데 뭐가 다르겠어요. 솔직히 민중의 지팡이가 할 일은 아니잖아요. 그나저나 길거리에다 최루탄 좀 그만 쏘라고 해주세요. 지붕 없는 데서 일하는 것도 서러운데 눈물 콧물 흘려가며 밥 벌어먹어야 되겠냐고요. 나도 좀 같이 먹고살자고요. 성질 같아선 확 엎어버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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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박용수, 경향신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