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특별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시회 내용 가운데, 가상 시민 인터뷰와 시대적 풍경이 기록된 사진 등을 갈무리해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50대 선관위 공무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겠어요. 나라의 기틀인 헌법을 바꾼다는데, 나 같은 사람이 바쁜 건 당연한 일이에요.
우리나라의 첫 헌법은 1919년 임시정부에서 공포한 '임시헌장'이었어요. 총 10개 조로 구성된 간단한 이 헌장은 우리나라의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치체제는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벌써 7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났네요.
해방 후 제헌헌법을 거쳐 지금까지 모두 여덟 번 개정되었으니, 이번은 아홉 번째 헌법인 셈이에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권리가 박탈된 건 1972년 일곱 번째로 개정된 '유신헌법'부터였어요. 여덟 번째 헌법은 이 헌법에서 문장 몇 개만 고친 전두환의 5공화국 헌법이었고요. 두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한 대표적인 독재헌법이었어요.
6.10민주항쟁은 나쁜 헌법을 폐기하는 국가적 사건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주 전에 국회에서 민주적인 새 헌법이 가결되었고, 내일은 우리의 이름으로 새 헌법을 확정하는 '국민 투표일'이에요. 박종철, 이한열 학생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우리가 거리에서 만들어 낸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워질 수 있도록, 좋은 투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50대 여성 장애인
10월 유신 헌법으로 투표권을 빼앗겼으니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게 16년 만의 일인 것 같아요.
체육관 대통령 선거가 8대에서 12대까지 이어졌어요. 물론 12대 대통령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전두환이죠. 그동안 대통령 후보는 늘 한 명뿐이었어요. 그리고 거의 100% 찬성으로 대통령이 되었죠. 부끄러움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 같아요. '4.13호헌'이 이런 체육관 대통령 선거를 계속하겠다는 뜻이었으니, 온 국민이 열 받았던 건 당연한 일이었죠.
그동안 나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건 텔레비전을 통해 대통령 선거를 시청하는 것뿐이었어요. 그들은 그들만의 대통령을 뽑고 꽃가루를 날리며 박수를 쳤어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지요. 우리에겐 대통령을 뽑을 주인된 권리가 없었으니까요. 그들이 우리를 구경꾼으로 만들어 버린 거예요. 투표 대신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으라는 거였죠.
요즘은 대통령 선거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해요. 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올지 갑론을박이 한창이고요. 저쪽에선 일찌감치 노태우로 정한 것 같은데, 이쪽에선 김대중이 될지 김영삼이 될지 서로 말만 많은 것 같아 조금은 걱정이에요. 이 와중에 신민주공화당에서도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다고 하던데... 이러다 죽 쒀서 개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사진 출처 : 박용수, 경향신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