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화칠 장인' 최종관씨가 9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통영에서 4인 가족전을 연다.
통영옻칠미술관(관장 김성수)과 최종관옻칠공예연구소(소장 최종관)에서 공동으로 주최하는 '채화칠기장 최종관 4인 가족전'의 부제는 '세대를 넘어서 이어지는 채화칠기'이다. 최종관씨와 부인 김경자씨, 두 자녀 다영·민우씨는 총 32점의 작품을 통영옻칠미술관에서 선보인다.
통영옻칠미술관은 "세대를 넘어 채화칠기를 연구하는 최종관 가족을 통해 세대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예술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라고 이번 가족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앞서 최종관씨 가족은 지난 2014년 12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미술관(Denver Art Musuem)으로부터 초청받아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해설하고, 채화칠 과정을 시연해 호평을 받았다(관련 기사 :
미국 덴버미술관이 한국 '채화칠 장인' 초청한 이유). 덴버미술관은 미국 안에서 인디언 미술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곳으로 유명하다.
부인과 자녀에까지 전승되는 채화칠채화칠은 옻칠과 천연안료를 배합한 물감으로 다양한 색을 만들어 칠기 표면에 색과 문양을 그려넣는 한국의 전통공예기법이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시대까지 성행했지만 현재 정교한 제작기술을 가진 채화칠 장인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관씨는 중요무형문화재 나전칠기장이었던 고 김태희 선생을 이은 '채화칠 2세대 장인'으로 손꼽힌다. 20대 시절 김태희 선생으로부터 나전과 채화의 기능을 사사받은 이후 38년간 채화칠기 제작에만 전념해왔다.
동아공예대전 대상(1992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문화재청장상(1999년)과 국무총리상(2006년)을 수상했던 최종관씨는 국내에서 개인전과 가족전, 그룹전을 수차례 열었다. 특히 중국과 대만, 일본, 유엔, 미국(시카고), 프랑스(파리) 등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채화칠을 전 세계에 적극 알리는 작업을 벌여왔다.
최종관씨는 전통공예건축학교 채화칠기 강사와 배재대 칠예과 겸임교수를 맡아 '3세대' 후학을 양성하며 채화칠 전승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칠예가회 회장과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초대작가인 최씨는 대한민국 채화칠기 기능전승자이다.
최종관씨는 지난 2014년 3월 채화옻칠공예 연구회전을 열면서 "전통기법이라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오랫 세월 동안 우리의 것으로 지켜져 내려온 것이고, 그 세월 속에서 또 새롭게 계승해야 하는 우리의 자산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최종관씨뿐만 아니라 부인과 두 자녀도 채화칠을 전승해오고 있다는 점은 아주 특별해 보인다. 부인인 김경자씨는 뒤늦게 채화칠의 세계에 들어섰지만 전승공예대전에 입선하고(3회, 1994년-1997년), 대한민국 전승공예품대전 장려상(2009년)과 대한민국 전국공예품대전 중소기업중앙회장상(2010년), KDB공예대전 장려상(2013년)을 수상할 정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김씨는 2016년에만 대한민국 공예상공모전과 대한민국 공예대전에서 각각 입선·특선했고, 서울시 공예상공모전과 원주옻칠공예대전에서 각각 동상을 수상했다. 특히 2004년 대한민국 채화칠기 기능계승자였던 김씨는 지난 2015년 '기능전승자'로 승격됐다. 부부가 '대한민국 채화칠기 기능전승자'가 된 드문 사례다.
딸 다영씨는 한국전통문화학교 등에서 공예이론까지 전공해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다.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에서 잇달아 특선(2009년)·입선(2010년)했고, 일본 후쿠오카 공예디자인 전람회에서도 입선했다(2012년). 최근 1년간 도쿄예술대 칠예과 연구생으로 수학하고 귀국했다. 아들인 민우씨는 배제대 대학원에서 칠예학과 석사과정을 마쳤고, 현재는 경일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나전칠공예대전 은상(2011년)과 원주옻칠공예대전 은상(2013년)을 수상했다.
최종관씨 가족은 지난 2011년 인사아트센터에서 첫번째 가족전을 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