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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문재인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입각설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 이어 25개 단체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장관 자격 없다'고 했다. 조환익 사장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입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한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특히 밀양 주민들은 오랫동안 송전탑 건설에 반대했다.

이들은 그동안 인권침해를 비롯해 갖가지 피해를 받아왔다. 지금도 밀양 765kV 송전탑 경과지 주민 150세대는 한전과 합의를 거부하며 '송전탑 철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밀양765kV 송전탑 경과지 반대 150세대 주민'들이 지난 2일 조 사장의 장관 입각 반대 성명을 냈다. 그리고 9일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한전은 국책사업이라는 명분하에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삶과 미래를 파괴해왔다. 송전탑을 세울 수 있던 한전의 토대는 바로 폭력과 돈이었다"며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환익 하에서 한전이 벌여온 행태다"고 했다.

이들은 "송전선로로 인한 피해 조사, 폭력과 돈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고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밀양 주민들에게는 외면으로 일관한 조환익이다"고 했다.

25개 단체는 "조환익은 절대 안 된다는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새 정부가 귀 기울이길 촉구한다"고 했다. 다음은 공동성명 전문이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남소연

사람을 철거한 자리에 세운 송전탑,
한국전력 사장 조환익은 산업자원부 장관 자격 없다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뿜었던 열망으로 문재인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런데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시작한 새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조환익 현 한국전력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 

2012년 12월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조환익은 공권력을 앞세워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던 인물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공사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면서 밀양 주민들의 일상은 사라졌다. 한전과 시공사, 용역의 폭력에 시달리던 중 2012년 1월에는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며 한 70대 어르신이 분신자결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이후 한동안 멈춰 있던 공사를 다시 강행하기 위해 한전은 경찰에 병력투입을 요청했다. 2013년 5월에는 매일 500명, 10월부터는 매일 3000명이 투입되었고, 10개월 동안 연인원 38만 명의 경찰이 밀양을 점령했다. 한전의 경비노릇에만 충실했던 경찰의 공조로 공사가 가속화 되면서 2013년 12월 고(故) 유한숙님이 절망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두 분의 어르신을 잃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쳐도 한전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오직 공사 강행에만 열을 올렸다. 그리고 2014년 6월 11일 남아 있던 4개 송전탑 부지 농성장을 강제철거하면서 결국 69기의 송전탑이 모두 들어섰다.

폭력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며 한편으로 한전은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을 무마하고 주민들에게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상정책을 활용해왔다. 마을로 파견된 한전 직원들은 주민 성향에 따라 일대일 대응 방식을 취하면서 타지에 살거나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민들부터 포섭해 갈등을 조장했다.

한전은 내규도 바꿔 마을별 공동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하던 마을발전기금을 개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해 주민들을 분열시켰다. 합의하지 않으면 보상도 못 받고 마을 전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회유하고 협박하면서 반대 주민들을 고립시켰다.

"그동안 힘들지 않은 날은 없었다. 새벽산을 오르고, 포크레인에 목줄 걸고, 길바닥에서 지내고, 다치기도 억수로 다치고... 매일 전쟁 같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때는 하나도 힘든 게 아니었다. 한마음으로 함께 했었으니까. 그 이웃들을 이젠 마주치는 것도 겁이 난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 실태보고회에서 밀양 주민이 한 이야기다. 한집 식구나 다름없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어린 이야기에 '국책사업'이니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게 한전이 보여 온 태도다. 사람을 '위해서' 세운다는 송전탑 자리에 정작 사람의 자리는 없었다.  

물리력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내세워 마을공동체 파괴를 조장하는 한전의 방식은 송전탑 건설 사업이 추진되는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14년 7월 500명의 경찰을 동원해 기습적으로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청도 삼평리에서는 당시 청도경찰서장이었던 이현희가 한전으로부터 받은 돈을 반대 주민들에게 돌리려다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받는 일도 있었다.

새만금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이유로 송전탑 건설이 추진된 군산에서는 2015년 10월 공사 강행에 비관한 반대 주민이 음독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밀양이 일깨워줬지만, 비극은 번져 청도와 군산에서 이어졌고 지금도 송전탑 공사가 추진되는 곳마다 반복되고 있다.

한전은 국책사업이라는 명분하에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삶과 미래를 파괴해왔다. 송전탑을 세울 수 있던 한전의 토대는 바로 폭력과 돈이었다.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환익 하에서 한전이 벌여온 행태다. 송전선로로 인한 피해 조사, 폭력과 돈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고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밀양 주민들에게는 외면으로 일관한 조환익이다.

곧 있으면 밀양 행정대집행 3년이다. 사람을 철거한 자리에 세워진 송전탑, 그 아픔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상처가 더 깊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조환익은 절대 안 된다는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새 정부가 귀 기울이길 촉구한다.

2017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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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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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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