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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뉴월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짙은 그늘이 있어 산책하기 좋은 고덕수변생태공원.
오뉴월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짙은 그늘이 있어 산책하기 좋은 고덕수변생태공원. ⓒ 김종성

난지생태습지원, 강서습지생태공원,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등 서울 한강 가에 5개 정도 있는 생태공원은 야생동물의 서식처이자 시민에게 휴식을 선사하는 도심 속 허파와 같은 존재다. 겨울철에는 철새 탐조를 위한 특별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한강 남단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생태공원 아니, 생태낙원 같은 곳을 만났다. 강 상류인 강동구 고덕지구를 지나다보면 강변에 웬 울창한 숲이 보인다. 입구에 서있는 '고덕수변생태공원' 나무 안내 간판을 따라 들어갔다. 강동구 고덕동 365-10번지 일대 16만8300㎡ (약 5만평) 규모로 한강변에 자리한 최고의 산책길이 여행자를 맞는다. 바로 옆에 함께 산책하기 좋은 아담한 고덕천이 흐르고 있다.

이 수변생태공원을 품은 동네 이름 고덕(高德)동은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고려 말 형조참의를 지냈던 이양중이 조선 건국을 반대하고 절개를 지켜 이 지역에 은거했는데, 그가 주위로부터 덕이 높은 인물로 추앙 받은 데에서 이곳 지역을 고덕이라 불렀다 한다.

생태낙원같은 수변생태공원

 자전거를 타고 한강 상류 지역을 달리다 만난 고덕수변생태공원.
자전거를 타고 한강 상류 지역을 달리다 만난 고덕수변생태공원. ⓒ 김종성

 80년 대 한강종합개발로 사라진 강 둔치의 풍경이 남아 있다.
80년 대 한강종합개발로 사라진 강 둔치의 풍경이 남아 있다. ⓒ 김종성

 귀여운 새들이 가깝게 느껴지는 생태공원.
귀여운 새들이 가깝게 느껴지는 생태공원. ⓒ 김종성

한강 상류의 습지 지역인 이곳은 현재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과거엔 비닐하우스 단지와 농경지, 상업용으로 묘목을 키우는 불법 시설물 등이 많아 농약, 비료로 오염됐었다. 서울시에서 2001년부터 복원, 2003년 자연형 수변공원으로 개원했다. 개원한 후 꾸준하게 관리를 한 끝에 2008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고덕수변생태공원은 이제 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이자 삶의 터전이 됐다. 버드나무, 두충나무, 찔레, 고라니, 두더지, 꼬마물떼새, 맹꽁이 등을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울창한 숲속 같은 생태공원 오솔길을 걷노라면, 도심 속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한 자연의 현장이 펼쳐진다.

강물에 반사된 햇살이 싱그러운 강변 산책로엔 한강 조망대 쉼터와 조류관찰대가 있다. 강 건너 아차산 자락이 눈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아래로 찰랑거리는 한강가는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로 사라진 둔치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미세먼지가 가신 하늘같은 파란 물빛도 반가웠다.

이곳부터 암사동까지는 서울 시내 유일의 상수원보호구역이기도 하다. 노래하듯 지저귀는 새들이 유난히 가까이 느껴지는 걸 보니 사람에 대한 경계가 덜한가 보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발치에 내려와 먹이인 벌레를 찾으며 종종거리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은은하고 감미로운 향기가 나는 찔레꽃 만발한 오솔길.
은은하고 감미로운 향기가 나는 찔레꽃 만발한 오솔길. ⓒ 김종성

 아늑한 기분이 드는 울창한 나무 숲 사이 좁은 오솔길.
아늑한 기분이 드는 울창한 나무 숲 사이 좁은 오솔길. ⓒ 김종성

울창한 나무와 숲은 그대로 그늘이 되어 주어 좋았다. 정다운 오솔길 같은 산책로 양쪽으로 햇볕을 가려주는 나무들이 빽빽하다. 나무 숲 사이로 좁은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참 아늑했다. 강가에서 사는 버드나무를 비롯해 조팝나무, 귀룽나무, 찔레나무 등이 사는데 4월엔 조팝나무가 만발했다면 요즘엔 은은한 향기가 나는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축제를 펼친다.

숲 가장자리에 무리지어 사는 흰 꽃잎 위로 노란 꽃술이 소복하게 자리한 꽃. 특유의 은은한 향기를 뿜으며 벌을 유혹하고 있다. 매년 5월 말에 '찔레 나라 축제'가 열린다. 생태공원이 생기기 전부터 군락을 이뤄 자생하던 나무라고 한다. 찔레꽃은 우리나라 들장미로 만지면 가시에 잘 찔려서 찔레꽃이라 부른다고.

하얀 꽃 찔레꽃/순박한 꽃 찔레꽃/별처럼 슬픈 찔레꽃/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목 놓아 울었지/밤새워 울었지 ♪

찔레꽃을 보니 노래꾼 장사익이 떠올랐다. 그는 왜 이렇게 은은하고 소담한 꽃을 그리 한스럽게 노래했을까, 수년 전 그의 노래를 듣고 감동과 함께 궁금증이 일었다. 호기심이나 의문은 마음속에 품고 있다 보면 우연히 풀리기도 한다. 장항선 열차를 타고 큰 닷새장이 열리는 충남 홍성에 여행 갔다가 공연하러온 그와 마주쳤다. 사인 받는 척 다가가 품고 있었던 의문을 꺼냈다.

선생은 특유의 얼굴 주름을 활짝 펼치시며 친근감 가는 충청도말로 내 의문을 풀어주었다. 가객 장사익의 고향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으로 아버지가 광천 최고의 '장구재비'였단다. 40대 나이에 가수가 하고 싶어 노래를 배우며, 생계를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시절. 길을 걷다가 가까이에서 좋은 꽃향기가 날아와 가봤더니 화려한 장미꽃 뒤에 찔레꽃들이 피었는데 그 향기가 참 서럽게 느껴지더란다.

야생 동물을 배려한 생태공원 

 더운 여름날 뽕나무가 선사하는 보약같은 열매 오디.
더운 여름날 뽕나무가 선사하는 보약같은 열매 오디. ⓒ 김종성

 야트막한 동산위에 자리한 울울창창 두충나무숲.
야트막한 동산위에 자리한 울울창창 두충나무숲. ⓒ 김종성

 고덕수변생태공원 옆에 이어져 있는 소담한 고덕천.
고덕수변생태공원 옆에 이어져 있는 소담한 고덕천. ⓒ 김종성

한국인에게 찔레나무만큼이나 친숙한 나무도 산다. 이맘때 사람은 물론 숲속 동물들에게 달콤한 열매 오디를 내어 주는 뽕나무. 흙길위에 손톱만한 크기의 까만 점들이 널려 있어 이 나무의 존재를 알게 됐다. 개미들이 신나게 먹고 있는 오디를 한 움큼 주워 먹었다. 손바닥이 금세 진한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어릴 땐 땅에 있는 걸 주워 먹으면 "땅그지래요~" 하며 친구들끼리 놀림을 주고받곤 했는데, 다행히 주변에 개미 외에 아무도 없었다.  

생태공원 속 오솔길은 공원 둘레를 한 바퀴 빙 돌게 돼 있지만 공원 중간을 가로지르는 오솔길도 이리저리 나 있어 공원을 한 바퀴 돈 뒤, 발길 가는대로 다녀도 좋다. 꼭 들러볼 곳 가운데 하나가 두충나무숲이다. 공원의 야트막한 동산에 햇볕을 가릴 정도로 울울창창한 두충나무들이 산다. 이곳엔 공원이 조성되기 전부터 은행나무숲과 두충나무숲이 있었는데 상업용으로 식재한 나무였다고 한다. 두충나무는 껍질이 한약재로 쓰인단다.

고덕수변생태공원엔 다른 공원과 달리 자연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목적인 생태경관보전지역이 있어 시민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 있다. 한눈에 봐도 우거진 원시림으로, 동식물에게 내어준 공간이다. 덕택에 자연은 인간이 예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생물종이 다양한 지역을 만들었으며, 그 과정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보니 애완동물 출입이 금지돼 있을 뿐 아니라, 돗자리를 깔아도 음식을 먹어도 안 된다. 야생동물들이 자연 그대로 살 수 있도록 야간조명을 설치하지 않아 밤 산책은 어렵다. 생태 해설사가 동행하는 생태체험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가을엔 여치, 베짱이, 귀뚜라미 등의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곤충전문가의 풀벌레 이야기를 듣는 생태학습을 한다고. 생태공원 옆에 노랑 붓꽃이 예쁘게 피어난 소담한 하천 고덕천이 있어 함께 산책하기 좋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기 : 지하철 5호선 명일역 3번 출구 → 마을버스 2,5번 → 광문고등학교 하차 → 강동구음식물재활용센터 방향 15분 도보.
* 문의 : 고덕수변생태공원 방문자센터 (02)426-0755, 한강사업본부 녹지관리과 (02)3780-0849
* 지난 5/27일, 6/5일에 다녀왔습니다.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고덕수변생태공원#생태경관보존지역#한강생태공원#찔레꽃#두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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