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 것인 만큼 보다 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부실한 의혹이라도 일단 내놓고 본다는 태도로는 신뢰를 잃게 될 뿐입니다.
지난 11일 저녁, <한겨레>는 포털 사이트에 <김부겸, 부인 주식 거짓기재․ 6년간 신고누락>(6/12 이정연·최현준 기자 https://goo.gl/yG483Z)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송고했습니다. 이후 해당 보도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독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애초 보도 자체가 무리한 의혹 제기였다는 지적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출고한 기사를 별다른 고지 없이 수정해버린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김부겸 후보자가 재산 관련 사항 '거짓 신고'했다 주장한 <한겨레><한겨레>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한 의혹은 그가 "과거 공직자 재산신고 때 부인 소유 비상장주식 재산 관련 사항을 거짓 기재하고 몇 년간 누락"했다는 것입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부인인 이유미씨는 2006년 "운영하던 회사인 지엘엔에스의 비상장주식 750주(액면가 1만 원·총액 750만 원)를 처분해 소유 주식이 '0주'가 됐다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한겨레>는 그런데 이런 신고 내역과는 달리 이씨는 실제로는 해당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배우자 이씨의 재산 목록에 주식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보유 주식 총액 1000만 원 이하라면 신고 의무 없어이에 대해 김부겸 후보자 측은 "총액 1천만 원 이하 주식은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법 위반이 아니"고 "해당 기간 이씨가 다른 주식을 보유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정리해보자면,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등록 대상 재산은 '소유자별 합계액 1천만 원 이상의 주식·국채·공채·회사채 등 증권'입니다. 따라서 김 후보자 부인이 다른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해당 회사의 주식 750만 원어치만을 보유한 것이 사실이라면 실제 신고 의무가 없는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추가 주식이 정말 있었는가 여부그러나 <한겨레>는 해당 보도에 "하지만 해당 주식은 더하면 1000만 원이 넘는 다른 주식과 함께 2005년 신고된 것으로, 2006년의 경우 변동 사항이 생겼다고 신고가 이뤄졌다"는 지적을 덧붙여 놓았는데요. 김 후보자 부인이 해당 회사의 주식 750만 원어치만 보유한 것이 아니라 다른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총합이 1000만 원이 넘었다는 주장인 것이지요.
반면 김부겸 후보자는 SNS를 통해 "배우자는 당시 다른 주식을 보유한 바 없습니다. 기사에도 어떤 주식인지 내역을 적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 김 후보자 측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의 배우자 주식보유 내역 자료를 얻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협회에 협조를 요청해 이후 결과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입니다.
공은 이제 <한겨레>로현재 김부겸 후보자 주식 거짓신고에 대한 진실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할 실질적 근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겨레>의 주장이나 김부겸 의원의 해명 글 중 어느 한 쪽을 섣부르게 사실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한겨레>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겨레>는 분명 기사에서 2005년에는 김 후보자의 부인이 총 1000만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했다고 기술하고 있는데요. 이후 김부겸 후보자 측의 반박 글이 나오고, 보도 자체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불거졌다면 즉각 '추가 주식을 보유했다'는 주장의 근거를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합니다. 만약 아무런 근거 자료 없이 기사 내에 해당 문구를 추가한 것이라면, 이는 언론사의 의혹 제기 보도가 허용되는 범주를 넘어서는 '오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부겸 후보자도 지적하고 있듯, 해당 의혹의 성립 여부가 달려 있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여부'에 대한 언급은, 수정 이후 보도에 은근슬쩍 추가된 것이기도 한데요. 최초 보도가 김 후보자의 신고 누락의 '고의성'을 따지는 데 집중하고, 이 중요한 사안을 전혀 체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겨레 측의 취재와 데스킹 과정의 부실함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보다 더 '신중하고 꼼꼼한 검증 보도' 필요<한겨레>는 해당 보도 이후 하루가 지난 현시점까지도 별다른 해명 없이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겨레>는 김 후보자 측의 추가 해명조차, 종이 지면은 물론이고 온라인 지면에까지(14일 00시) 보도하지 않고 있는데요. 잘못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무리한 의혹을 제기한 것인지 여부는 추후 밝혀질 일이겠습니다만,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겨레>로 하여금 애초 이 같은 주장을 펼치게 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태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한겨레>는 13일에는 논란이 일었던 보도의 제목을 <김부겸, 재산신고 때 부인 재산 실제와 달리 기재>로 슬쩍 변경하기도 했는데요. 반성도 해명도 없이 계속 기사를 '야금야금' 수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들이 한 번 확인한 기사를 수정될 것임을 감안해 반복적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비겁하다고도 할 수 있는 행태입니다.
인사 검증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 것인 만큼 보다 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부실한 의혹이라도 일단 내놓고 본다는 태도로는 신뢰를 잃게 될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