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은 서울 시민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집이 북한산 가까이에 있어 자주 오른다. 그 산은 오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다. 오르는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이고, 날씨에 따라 다른 모습이다. 하늘의 구름이 다르고 내 마음에 따라 산이 다르게 보일 때도 있다.
지난 13일 오후 북한산 비봉에 다녀왔다. 집을 나서 전철 6호선 독바위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다. 둘레길을 잠시 걷다가 대호아파트 뒷쪽에서 족두리봉을 향하여 올라 간다.
이쪽 등산로는 대부분 암벽길이지만 시야가 좋아 자주 이 길을 이용한다. 산을 조금 올랐는데 벌써 땀이 흐른다. 이제 여름이 가까워 오는가 보다. 암벽길을 오르다가 잠시 쉬면서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어 보는 곳마다 그림이다.
다시 암벽길을 올라 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까지 시원하다. 족두리봉에 도착하니 외국인 여성 네명과 남성 한명이 올라 와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것이 보기 좋다. 족두리봉 정상에서 향로봉을 바라 보니 산과 구름이 어울려 멋진 풍경을 만들었다.
이날 산행은 독바위역-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사계곡-구기동탐방지원센터로 하였다.
언제 올라와도 아름다운 북한산, 산이 있어 즐겁습니다족두리봉을 내려와 향로봉으로 걸어 갑니다. 나이드신 어르신 한 분이 맞은 편에서 걸어오십니다. "안녕하세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향로봉으로 가다가 족두리봉을 바라보니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떠 있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입니다.
족두리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향로봉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향로봉은 다른 모습입니다. 산은 두 얼굴이 아니라 천의 얼굴입니다.
향로봉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암벽이 있는 오르막이어서 땀이 흐릅니다. 그러나 올라갈수록 조망이 좋아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합니다.
1980~1990년대에는 향로봉을 누구나 올랐습니다. 조금 난 코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향로봉을 우회하지 않고 정상을 통과하여 비봉으로 갔습니다. 등산은 스릴을 즐기며 산을 오르는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1년이면 몇 명씩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 사고가 나면서 향로봉 위험 구간에 초소를 지어 놓고 통제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향로봉을 우회하면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는 풍경도 좋습니다. 또한 비봉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이날도 비봉은 아름답습니다.
비봉능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두 번 올라야 됩니다.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하산하며 "족두리봉으로 가려면 이 길로 내려 가나요?"라고 묻습니다. "예, 하산하시면서 오른쪽 길로 가시면 족두리봉이 보입니다."
비봉능선에 올라섰습니다. 비봉 전망대로 갑니다. 여기서 북한산을 바라 보면 백운대에서 보현봉까지 한 눈에 보입니다. 백운대 위에는 비구름이 덮혀있습니다. 온 나라가 가믐 때문에 걱정인데 비라도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로 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사모바위에서 잠시 쉬었다가 승가사쪽으로 하산합니다.
승가사 계곡으로 하산하는데 나무 위에 작은 사슴벌레가 보입니다. 어릴 때 친구들과 사슴벌레를 잡아가지고 놀던 생각이 납니다.
구기동계곡에는 바위취가 하얗게 피었는데 참 아름답습니다. 조금 아래쪽에는 나리꽃도 피었습니다. 산에는 철을 따라 새로운 꽃들이 피어 납니다. 이러한 꽃들을 보며 산행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