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적 발상이다", "신(新) 국정농단", "전제군주적 발상"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의사에 날선 반응들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강 후보자 임명 의사를 밝히면서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보다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을 주된 판단 근거로 내세운 것을 문제 삼았다.(관련기사 :
문 대통령 "강경화 임명하면 보이콧? 수용 못해") 즉, 과거 야당 때와 달리, 국회의 인사청문제도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16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 차원에서 용인할 수 없는, 정상적 정치를 포기하는 데드라인을 넘고 있는 것 같아 우려한다"면서 "대통령 식으로 하자면, 국민을 대신해 공직후보자 적격성을 검증하는 (국회의) 인사청문은 트집잡기에 불과한 시간 낭비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는 "국회의장이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면서 "(문 대통령 발언은) 헌법 근간인 대의민주주의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것이고 (국회의) 존재가치 부정은 독선을 넘어선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 논리대로 하면 인사청문회 없애고 여론조사로 인사를 하고 국가 현안도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될 것이다. 아무리 국민 지지도가 높다고 해도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도 강조했다.
정 대행은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다시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5년 전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일 때 안철수 당시 후보와 함께 '새정치공동선언문'을 발표해 '국회 인준 대상 아닐지라도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그랬던 분이 대통령이 되자 장관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으니 내 맘대로 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 적폐세력과 똑같은 운영방식 택해"
국민의당도 마찬가지였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인내와 설득을 포기하고 패권과 대결의 정치를 선택했다고 본다"면서 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강 후보자 임명은) 적폐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던 문 대통령이 적폐세력, 국정농단 세력과 똑같은 국정운영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새로운 적폐를 만드는 행위, 어쩌면 신 국정농단이 아니냐"고도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강행에 '통합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길'이라 했던 문 대통령이 이제 와서 인사청문을 참고용이라고 한다"면서 "그렇다면 인사청문회법도, 국회도 대통령의 들러리라는 것인가. 이건 삼권분립을 무시한 전제군주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이) '비상시국'에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하고 국회 검증보다는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는데 실패한 정권으로부터 많이 듣던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야당의 반발을 억눌렀던 방식과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닮았다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역대 정권을 보라. 모두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를 비난하면서 '국민'을 찾았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의원내각제라면 국회해산권을 발동해야 할 상황'이라는 망언도 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그렇게도 비판하고 혐오하던 지난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야3당의 이러한 기조가 앞서 엄포했던 전면적인 국회 일정 보이콧 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미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나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국회 일정 보이콧보다 전략적으로 나을 수 있다는 당내 의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장외투쟁 등을 택했을 때 도리어 역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정우택 권한대행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강경화 임명시) 여당이 가장 아파하는 게 뭔지를 찾고 있다. 야3당이 같이 공조하면서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갈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게 가장 강력한 투쟁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장외로 나가는 것만이 투쟁수단이 아니고 국회 안에서도 강력히 투쟁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가장 강력한 투쟁 중 하나가 청문회에서 어떤 흠이 있다는 것을 집어내고 후보 추천을 잘못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게 여당과 대통령에게 아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