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최초의 여성이자 성 소수자 총리가 탄생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각)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동성애자 여성 아나 브르나비치 행정장관을 총리에 임명했다. 브르나비치는 국회 승인을 거쳐 취임한다.
부치치 대통령은 "브르나비치는 총리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라며 "세르비아의 발전과 진보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올해 41세인 브르나비치는 미국과 영국에서 마케팅을 공부한 뒤 재생에너지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 8월 행정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 세르비아 최초의 여성 장관이라는 기록도 세운 바 있다.
외신은 동성애 혐오 정서가 강한 세르비아에서 최초의 성 소수자 총리가 탄생한 것은 관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세르비아 국민 대다수는 보수적인 동방정교회 신자다.
세르비아에서는 지난 2010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성 소수자 퍼레이드가 극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아 150명이 다치면서 3년간 행사가 금지됐다가 2014년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재개됐다.
일각에서는 세르비아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성 소수자 인권을 강화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동방정교회가 주도하는 세르비아 보수당은 브르나비치의 총리 임명에 대해 "세르비아가 서방 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로써 유럽에서는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세르비아 등 3개국이 현직 성 소수자 총리를 두고 있다. 아일랜드는 지난달 동성애자 남성인 레오 바라드카르 집권 통일아일랜드당 대표가 총리직에 올랐다.
앞서 2013년 룩셈부르크 최초의 동성애자 총리에 오른 그자비에 베텔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동성 파트너와 정식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