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을 풀어도 이보다 짙을 순 없다. 페인트를 뿌려도 이런 색감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 강물이 온통 녹색으로 물들었다.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가 창궐했다.
동행 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와 18일 금강 녹조를 찾아 나섰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논산시 황산대교로, 이곳은 지난 10일부터 녹조가 발생했다.
입구부터 썩은 악취가 진동한다. 녹조가 발생하고 기자들이 찾아오자, 죽어서 물에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를 국토부·환경부 지킴이들이 수거해 수풀에 버려 놓았기 때문이다. 코를 막고 뒤따르던 최다니엘 수녀가 혼잣말을 한다.
"공원을 만들어 놨는데 냄새가 심해서인지 새들도 보이지 않아요."지난 13일보다는 녹조의 농도는 약해 보였다(관련기사:
금강에 들어간 수녀, 눈물보가 터졌다). 알고 보니, 15일 저녁 백제보와 하굿둑 수문을 열어 방류해 일시적으로 수질이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단 며칠 만에 강은 다시 녹조로 뒤덮이고 있었다.
녹조는 바람에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수생식물인 '마름'만 더 늘어났다. 자신이 들어갔던 강물을 바라보던 수녀가 입을 열었다.
"수문만 열면 녹조가 사라지는데 왜 수문 열기를 주저할까요? 눈 감고 귀 닫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라도 해야 할까 봐요."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을 위해 수녀는 녹조 밭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녀의 기도는 한참이나 계속됐다. 기도에 화답하듯 저 멀리 강 중간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꼬리를 박차고 하늘 높이 튀어 올랐다.
하류 쪽으로 이동했다. 수문 개방으로 강 하류 쪽에 녹조가 몰리는 듯했다. 성당포구 인근부터 짙은 녹조 띠가 발견됐다. 녹조가 선명한 강물을 바라보며 두 명의 낚시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배스를 잡는 루어꾼들이다.
황산대교에서 16km 떨어진 웅포대교에 도착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강물은 온통 녹색 빛이다. 왜가리 한 마리가 녹조 속에 발을 담그고 물고기 잡이에 나서고 있다. 두세 번 허탕 질에 이내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선착장은 시설물이 부서져서 출입을 차단해 놓았다. 수상 레저를 즐기던 개인 선착장 입구는 커다란 열쇠로 채워져 있다. 물 위를 내달리던 바나나보트는 녹조 밭에 묶여 있다. 지난해부터 녹조가 심해서 영업을 포기한 것이다.
돌멩이를 주워 던졌더니 녹색 왕관이 만들어졌다. 버려진 투명한 컵에 강물을 담았다. 냄새만 없다면 녹차 라떼로 속여 팔아도 될 정도다. 버려진 대야를 주워서 강물을 퍼담아 뿌렸다. 똥통에 빠진 것처럼 악취가 심하게 밀려왔다.
최다니엘 수녀는 "본격적인 여름도 아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녹조가 창궐한다. 녹조의 범위도 넓어지고 냄새도 더 심해졌다. 녹조를 만지고 다녀가기만 해도 속이 매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두통이 밀려온다. 한 번 두 번 먹던 두통약에 중독될까 두렵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