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수)~17일(토) 선후배 몇 명과 함께 일본 동북에 있는 아키타(秋田)현에 다녀왔다. 이번 아키타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14일 늦은 오후와 16일 일몰 직전에 방문한 센보쿠 시에 있는 '다자와 호수(田沢湖, たざわこ)'였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며 아키타 현립 자연공원의 일부이다. 현의 중동부에 위치한 호수로 둘레 22km, 최대 수심은 423m, 세계에서 17번째로 깊다. 14일 늦은 오후에 방문한 것은 '금빛 여인상(다츠코 조(たつこ像), 다츠코 히메(たつこ姫))'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1968년에 세워진 다츠코 히메의 황금상은 이 호수의 여신상이다. 그녀는 영원히 변치 않는 아름다움과 젊음을 간직하고 싶다고 오쿠라산의 관음보살에게 빌었고, 호수의 물을 마시라는 신탁을 받았다.
효과는 굉장했으나, 욕망에 넘어간 그녀는 호수의 물을 과용해버렸다. 결국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용이 되고 말았다. 모든 인간관계를 잃고 짐승들마저 그녀를 두려워 해 지상에서 살지 못하게 된 그녀는 호수의 수호신이 되어 살게 됐다.
다행히 이웃 호수의 '하치로'라는 용과 맺어져 매년 겨울이면 다자와 호수에서 훈훈한 사랑을 나누기 때문에 호수의 물이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다츠코 상 우측에는 자그마한 '우키기신사(浮木神社)'가 있다.
이 신사는 결혼과 연애를 총괄하는 신을 모시고 있다. 신사의 입구에는 남녀 간의 사랑과 소원을 비는 종이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에메랄드빛 호수는 하늘과 산을 모두 품고 있다. 호수 물은 온천수로, 산성수이다.
깊이 탓에 겨울에도 호수는 얼지 않는다. 물고기가 거의 없고 물빛도 매우 보기 좋다. 주변에 호텔 등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서 자연경관이 좋다.
16일 일몰 직전에 다시 방문한 호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번에는 저녁 6시 55분께 택시를 타고 다츠코 상의 반대편에 있는 카타쿠리(かたくり, 얼레지)호텔 앞으로 갔다.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흑백의 조화는 물론 비취와 감색의 물빛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에메랄드, 프러시안 블루, 그레이 오브 그레이, 카드뮴 오렌지 빛 등 호수와 주변의 산, 구름 등의 시시각각 변하는 색의 조화는 가히 일품이었다. 아키타 제일의 풍광을 자랑하는 다자와 호수 방문을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