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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했던 회사가 노동조합설립 직후 문을 닫아버리면서 노동자들이 생존위협에 내몰린 울산 동진오토텍 사태와 관련해 배후로 지목됐던 현대글로비스의 노조파괴 개입 정황과 증거가 제시됐다.

전국금속노조(아래 금속노조)와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21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글로비스의 하청업체 노조파괴 행위 개입정황과 증거를 제시하고 현대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 동진오토텍의 처벌을 촉구했다.

금속노조가 공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하청업체의 노조 설립 및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직접 하청업체에 대한 노무관리 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속노조와 이정미 의원이 21일 제시한 현대글로비스의 하청업체 노조파괴 개입 정황과 증거자료. 이증거에는 글로비스가 직접 수립한 노조대응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금속노조와 이정미 의원이 21일 제시한 현대글로비스의 하청업체 노조파괴 개입 정황과 증거자료. 이증거에는 글로비스가 직접 수립한 노조대응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 최수상

이 방안에는 매주 월요일 협력사 대표회의를 통해 하청업체별 인원과 노조가입 여부를 보고받고, 노조 활성화를 차단하기 위해 작업자 개별면담, 회식, 설문조사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쟁의행위 발생 시 비상근무조를 편성하고 용역인원을 투입할 것도 명시돼 있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하청업체인 동진오토텍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글로비스는 계획적으로 주문물량을 줄였고 동진오토텍 사 측은 올해 4월 노조 몰래 물량 상당수를 7곳의 타 업체로 분산시켰다. 그리고 지난 4월 말 글로비스는 동진오토텍에 최종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동진오토텍은 26년 동안 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해오며 2015년까지 꾸준히 당기순익을 기록한 회사였다. 하지만 노조해체와 조합원의 탈퇴를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계약해지 통보를 순순히 받아들여 사업을 다른 하청업체로 이관하고 올해 4월 말부터는 공장가동을 멈췄다.

이어 동진오토텍 조합원 노조탈회 회유, 동진오토텍 노조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도 만들어 다른 업체에 뿌리는 불법행위도 벌였다고 금속노조 측을 밝혔다.

금속노조와 이정미 의원은 기자회견 후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 동진오토텍을 부당노동행위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자동차를 지목해 온 동진오토텍 노조원들이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울산시내에서 삼배일보를 진행중인 모습.
이번 사태의 배후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자동차를 지목해 온 동진오토텍 노조원들이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울산시내에서 삼배일보를 진행중인 모습. ⓒ 최수상

현대글로비스와 동진오토텍의 노조파괴 개입에 법률적으로 검토했던 정준영 변호사는 "동진오토텍 폐업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걸림돌이자 견제세력인 노동조합을 제거하기 위해 목적으로 단행됐다"고 의견을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도 "현대자동차 그룹의 글로비스는 지난 2003년 설립 후 일감몰아주기의 특혜를 받은 대표 회사로 지목되어 왔고 매출액은 첫해 2000억 원, 2015년에는 14조6000억 원으로 15년 간 7300% 성장했다"며 "이렇게 전무후무한 성장의 이유는 협력사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 장시간 노동, 인권유린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진오토텍 노동조합은 설립초기 조합원 수가 180명(총 대상인원 300명)에 달했지만 이 과정에서 타 업체 이관과 퇴사 등으로 현재 84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공식적인 폐업공고가 없다보니 2개월 가까이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심각한 생활난과 고통을 겪고 있다.

김태균 동진오토텍지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기약 없이 출근만 하고 있다"라며 "공장 폐업도 휴업도 아닌 애매한 상황으로 방치해 조합원을 고사시키는 '신종 노조파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 측은 지금까지 동진오토텍 노조 창립과 단체교섭 활동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김상종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조치에 나섰겠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정의선 부회장이 23.2%,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7% 가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회사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창구로 활용된다는 판단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뉴스행동에 동시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동진오토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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