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기자님한텐 미안하지만 이렇게도 색감이 고울 수도 있네요."
최다니엘 수녀가 감탄한다. 드넓은 녹조잔디밭. 세계적인 축구선수인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뛰기에도 전혀 손색없는 녹조축구장이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21일 군산과 서천을 연결하는 하굿둑의 수문이 열렸다. 논산시 황산대교부터 창궐했던 녹조가 30km가 넘는 거리까지 물살을 타고 흘렀다. 때마침 몰아친 강바람은 녹조를 산산이 쪼개고 흩트려놓았다. SBS 취재팀과 찾아간 (21일) 어제만 하더라도 바람에 흩어져 녹조 알갱이만 몽글거렸다.
22일 하루 만에 다시 찾았다. 차를 타고 달려 시야가 멀었지만 강물은 선명한 녹색빛을 띠었다. 강변 도로변에서 100m가량 떨어진 물가로 가기 위해선 키 높이까지 자란 갈대를 헤쳐야 했다. 다가갈수록 죽은 물고기와 녹조가 썩으면서 악취가 진동했다.
"어머나 세상에 이럴 수가 있어요. 두 달이 넘게 금강을 돌았지만, 최악의 녹조네요. 세상 어디에다 내놓아도 손색없는 축구장이네요."
지난 4월부터 동행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어제 구매한 드론을 띄워 올렸다. 첫 비행이었다. 서툰 실력이지만 하늘에서 바라본 강물은 온통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둔치와 강물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서울로 돌아가던 한겨레신문 기자가 연락을 받고 돌아왔다. 그는 눈이 따가울 정도로 진한 녹조에 아연실색했다. 핸드폰에 비닐을 씌우고 강물에 넣었다. 건진 영상이라곤 온통 까만 물속 뿐이었다. 녹조의 두께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입었다.
시궁창 썩은 냄새가 코끝을 파고든다. 강바닥은 푹푹 빠지는 펄 밭이었다. 한발씩 들어가다 순식간에 푹 빠져들었다. 거대한 구덩이였다. 4대강 사업 당시 준설로 물속은 여기저기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차렸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왔다.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깨진 바가지를 주웠다. 강물을 퍼담아 뿌렸다. 역겨울 정도로 비린내가 풍겼다. 속이 메슥거려서 수없이 구역질을 했다. 이런 강물로 농사를 짓는다는 생각에 가슴은 먹먹해졌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최다니엘 수녀가 자꾸만 창문을 내린다.
"기자님 이젠 들어가지 마세요. 지난번 학생들도 녹조에 들어갔다가 두드러기가 올라왔는데, 이러다 무슨 일 생길까 봐 걱정돼서 죽겠어요."
수녀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든다.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자꾸만 창밖으로 머리만 내민다. 씻어도 씻어도 몸에서 풍기는 악취는 가시지 않는다. 온몸이 가려워진다. 피부가 붉게 올라와 박박 긁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