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할 때는 상대가 '나의 인사를 받아 줄 것인가'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고개만 숙이지 말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자세로 반기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상급자에 대한 예절. 불평하지 말고 상사를 이해하고 존경하는 태도를 갖는다. 상사의 업무 지시를 받으면 명확하게 반응하고 정확히 처리한다. 상급자의 언행을 긍정적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여자 직원은 앞머리가 눈을 가리지 않도록 한다. 리본이나 화려한 장식을 피하도록 한다. 이상한 모양의 펌이나 염색은 피한다. 화장은 지나치지 않게 밝고 깔끔한 느낌을 주도록 한다. 항상 손톱은 짧고 청결히 한다"인천시교육청이 2016년 4월 제작한 특성화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교 학생 대상 취업실무 교육과정 자료집인 '직Thing(이하 직띵)'의 내용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해당 자료에 '현장실습(취업)을 앞둔 특성화고교(마이스터고교)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 향상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각 학교에서 현장실습(취업) 전 모든 학생이 본 교육 내용을 이수할 수 있게 교육과정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가 현장실습을 앞둔 학생들에게 도움이 별로 안 될 뿐더러, 교사가 지도를 하는 데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등이 개최한 '현장실습 정상화와 청소년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학생들이 알아야할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고용보험, 노동인권과 관련한 내용은 부실한 반면, 직장예절과 직장윤리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자에 담긴 직장예절과 직장윤리 부분은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인천지역 특성화고교 교사였던 하인호 인천청소년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지난 21일 <시사인천>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1980~90년대 직장에서 신입사원에게 가르치던 자료를 그냥 가져다 쓴 것으로 지금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구닥다리 내용"이라며 "인사와 관련한 내용과 사진도 옛날 자료고, '직장에서는 무조건 상사의 말에 복종하고 따르라'는 식의 내용을 가르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하 활동가는 "학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내용은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인권이기에 다른 시ㆍ도교육청에선 '청소년 노동인권'이란 제목의 두꺼운 자료를 만들어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또한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만들어 현장실습이나 취업에서 겪는 어려움을 상담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인천시교육청은 이런 부분에 너무 무관심하다"고 덧붙였다.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은 "자료집에서 화장과 옷차림 관련 내용을 보면, '여직원은 화장을 지나치지 않게 밝고 깔끔한 느낌을 주게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도대체 지나치지 않게 밝고 깔끔한 느낌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용모와 관련해 지나치게 일일이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자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직업교육팀 관계자는 "올해 자료집을 제작 중인데, 지난해에 비해 노동인권과 관련한 부분을 많이 늘렸다"며 "새로 나올 자료집을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