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직의 목표는 '없어지는' 것입니다."이 무슨 괴상망측한 말인가? 하지만 이런 조직이 전국에 무려 248개나 있다. 전국 시·군 지역마다 있는 자활센터다. 왜 없어져야 할까?
"자활센터란 여러 가지 이유로 일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을 지원함으로써, 참여자들이 성취감을 느끼며 삶에 희망을 품고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홍정윤 보령지역자활센터장의 말이다.
전국 248개 지역자활센터에서는 심사를 통해 정해진 참여대상자에게 자활의욕을 높이기 위한 교육, 사례관리, 정보제공, 상담, 직업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후 대상자는 지역마다 운영하는 사업단에 참가해 일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연간 약 4만 명이 참여해 2800여 개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 1149개의 자활기업이 운영되는 등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248개 지역자활센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업실적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보령지역자활센터의 홍정윤 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보령지역자활센터에는 어떤 사업단이 있나요?"보령에는 현재 영농, 누룽지, 공방, 병원(간병), 소분 식당 사업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사업단인 '깔끄미하우스', 집수리 사업을 하는 '행복하우스', 보령아산병원에 있는 다인돌보미 사업인 '따스한 손길', '착한카페'도 있는데, 이들은 이미 독립해서 나간 자활기업입니다."
- 독립해서 나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건실하게 잘 운영해서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않는 일반 기업으로 거듭난 거예요. 직원들도 '탈수급'(취약계층을 벗어나는 것)을 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났다는 뜻입니다. 깔끄미 하우스 같은 경우는 직원이 50명이 넘고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현지 설명회도 열었습니다.
한편, 보령자활센터는 지난 2015년에는 사업실적 평가 우수기관 선정, 2016년 자활 사례관리 우수기관 선정 및 자활 성공 수기 공모전 입상 등 자활 운영 능력 면에서 최고 수준을 입증해 오고 있다.
사업업무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조사현 실장은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던 한 참여자가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리스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카페에 출근시켰던 일을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 이 건물 1층에 있는 순대 가게도 자활센터 소속인가요?"네, 맞습니다. 올 4월 10일에 개업한 본래순대 보령점이예요. 보건복지부, 보령시, 도드람 양돈농협이 공동으로 설립한 기업연계형 자활사업 위탁 1호입니다. 기존에 하던 외식사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는데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고 저희가 최초로 시도한 겁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자활센터에도 본래순대 체인점이 몇 개 더 생겼습니다.
자활센터는 이렇게 새로운 사업도 꾸준히 구상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아야 하고 참여자들에게도 맞춤인 사업을 찾는 것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몇몇 사업단을 돌며 연신 자랑스레 소개하는 홍 센터장은 끝으로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이런 사업장을 많이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참 따뜻하다. 힘내야지. 뭔가 좀 해봐야지'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집에 그냥 있으면 나태해지고 우울해지기 마련인데, 매일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다"는 한 참여자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멋진 자활센터가 없어져야 한다고?
그렇다. 취약계층이 없어지면 자활센터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