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국세청장에 오른 한승희 청장은 29일 재벌과 고소득자 등의 탈세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이 해외로 불법적으로 자금을 빼돌리는 역외 탈세에 대해서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삼성 등 일부 재벌 총수일가의 해외 은닉 재산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 청장은 이날 오전 세종시 국세청 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우리사회가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국가 재정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국세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국세청의 정치적 세무조사 등에 따른 국민적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과거의 방식으론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다"면서 "깊은 성찰과 겸허한 반성으로 잘못된 관행, 의식이나 행태를 버려야 새로운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청장은 이어 향후 국세 행정을 이끌어가기 위한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납세자들이 성실하게 세금을 내도록 하고, 또 그 과정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국세청의 새로운 전산 시스템인 엔티스(NTIS)를 개선하고, 모바일 납부 등 납세자의 시각에서 세정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는 "세수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납세자의 성실한 세금 납부를 도와주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고소득 탈세와의 전쟁 선포한 문재인 정부 초대 국세청장두번째는 '탈세와의 전쟁'이다. 한 청장은 "탈세를 바로잡는 것은 우리의 기본적인 임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기업, 대재산가의 변칙적인 상속, 증여 등의 과정을 면밀하게 검증하겠다고 했다. 또 기업 자금의 불법 유출이나 사적인 이용,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등도 엄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청장은 "성실 납세자에게 허탈감을 주는 지능적 탈세는 조사 역량을 집중해 엄단할 것"이라며 "고액, 상습 체납에 대해서도 은닉 재산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번째는 국세청의 조사와 세금 집행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다. 특히 세무조사를 둘러싼 각종 정치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운영 방식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조사통으로 유명한 한 청장은 "세무조사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납세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납세자 권익을 위한 납세자보호위원회의 기능과 역할도 강화된다. 그는 "일선 납세자 보호조직을 단계적으로 외부에 개방해 독립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번째는 복지 세정을 통한 서민 생활 안정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장려금 등이 원활하게 집행되도록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그는 "청년과 중소상공인의 창업과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2만여 명에 달하는 국세청 내부 인사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세청 간부들의 특정 지역 편중 인사를 집중적으로 따지기도 했다. 한 청장은 "성과에 따른 인사 문화를 확립할 것"이라며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도록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날로 늘어나는 여성 직원들이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지원하고 배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세청의 신뢰는 국세공무원의 청렴과 직결돼 있다"면서 "저부터 솔선 수범해 '국민이 항상 지켜본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4대 권력기관(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중 하나로 문재인 정부 초대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한승희 청장이 그가 밝힌 대로 세정을 펼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