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 홍준표 신임 대표가 3일 당선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누차 언급한 숫자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책임당원과 대의원들이 자신에게 보낸 표의 합산 비율이었다. 숫자가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은 자신감이었다.
홍 대표는 이 숫자를 들어 친박(친박근혜계) 정당의 종말을 고했다. "(앞으로) 당의 전면에 친박 핵심은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당 사상 이런 득표율이 없었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우선 외부 인사 중심의 혁신위원회 구성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제일 먼저 강조한 혁신 대상은 '사람'이었다. 홍 대표는 "국정파탄에 연관 있는 사람은 혁신위원회에서 가려낼 것"이라며 "(72.7% 득표율의 뜻은) 쳐낼 것은 쳐내라는 뜻이고, 당원의 뜻에 배치되는 반 혁신적 행동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에는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른바 '흡수론'을 꺼내들었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은 지방선거 전 (한국당에)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자신의 기준에서 좌파 진영인 두 당 또한 더불어민주당에 통합, 양당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아래는 홍 대표와 취재진이 나눈 대화 일부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한국당은 친박 정당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을 어떤 야당으로 만들겠나. 혁신위원회 구성을 전부 외부 인사로 하겠다고 했는데, 기준은?"저는 신한국당 때 들어와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이 4번째다. 4당을 거치며 가장 당명이 좋다고 생각한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자유대한민국의 가치가 가장 많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그 가치에 걸맞은 당을 만드는 것이 옳다.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온 분들과 보수 우파의 대표적인 분들을 섭외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혁신위로 하여금 인적 혁신, 조직 혁신, 정책 혁신을 모두 전권으로 처리하도록 하겠다."
-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과 불편한 모습을 보인 적도 있고,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 저서에서) 바른정당 입당 (의사를 밝힌 바 있다는) 문제 때문에 설전 펼친 적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은 어떻게 치유할 건가. "선거가 원래 그렇다. 선거할 때는 허위 폭로도 하고 음해도 하고 당하기도 하고. 당내 선거 뿐 아니라 어느 선거라도 그렇다. 당내 선거는 끝나면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게 특징이다."
- 허위 사실에 대해서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징계도 피력했다. 이후 조치가 있을까?"허위 사실에 넘어가면 안 된다. 특히 바른정당. 자기가 속했던 정당의 전당대회를 방해하기 위해 유포한 허위 사실은 용서하지 않는다. 한 당의 지도자를 그런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 것을 용납하면 정치판이 그야말로 이전투구의 장이된다. 사실 여부는 이미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윤한홍 한국당 의원 말에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를 건가. 또 바른정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지난 대선 때 좌파 진영도, 우파 진영도 분열됐다. 4당 체제로 대선을 치렀다. 좌파 진영은 통합될 것으로 본다. 바른정당 문제도, 어차피 지방선거 가기 전까지는 (한국당에)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부 총질 안 된다고 했다. 그럼 당내 친박 청산은 안할 건가? 또 국정 파탄 세력과 친박 세력을 구분한다고 했다. 그 범위는?"자꾸 친박 청산 이야기는데, 우리가 선출직 청산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선출직) 청산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단지 당의 전면에 핵심 친박 분들은 나서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당은 2012년 1월 초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운영했다. 어떤 이유로든 이 당은 친박이 장악한 정당이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 대의원, 책임당원 투표를 보면 72.7%의 득표율이 나왔다. 정당 사상 한 번도 없었다. 친박이 6년을 경영한 당에서 (내가) 72.7% 나왔다는 것은 이미 친박 정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친박이 6년간 당원, 대의원,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을 지배하던 이 당에서 친박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 72.7%를 득표한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 친박세력도) 새로운 자유한국당 구성원으로서 전부 함께 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다만 국정 파탄에 연관 있는 사람은 앞으로 혁신위에서 가려낼 것으로 본다."
- 추가경정예산 처리나 인사청문회, 정부조직법 등 향후 정국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계획인지."누구를 쓰느냐는 정권의 마음이라 본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펼칠 정책이 자유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하거나 그 가치를 손상시킬 때다. 그런 위험이 있는 분은 대통령이 고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기준에서 원내지도부가 인사청문회 (대응) 활동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태어난 정부가 내각 구성도 못하도록 (한국당이) 방해한다는 인상은 주면 안 된다. 다만 국가 안보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킬 만한 분들은 대통령께서 (철회) 결심을 해주는 게 옳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 두 번째 해보는 당 대표다. 6년 전 지금과 그때는 이렇게 다르다, 생각하는 게 있다면."6년 지났으니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좀 이상하겠지.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될 거다."
- 수락연설에서 단합과 혁신을 말했다. 그리고 그 혁신에는 희생이 따른다고 했다. 희생에 대한 반발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단합할 건가?"득표율 72.7%. 반혁신 하지 말라는 뜻이다. 쳐낼 것은 쳐내라는 뜻이다. 당원의 뜻에 배치되는 반 쇄신 반 혁신. 그런 행동을 하면 용서하겠나."
- 아무래도 원외 인사라 장외투쟁 중심의 당 운영이 예상된다. "여태 국회의원 하고 지사하다가 처음으로 백수가 됐다. 사실 정당 대표는 원내외를 가릴 필요가 없다. 원외라 장외투쟁을 한다? 꼭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수회담? 그럴 일 없다"
-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있나."여야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앞으로 제가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얼마든지 언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 둘이 만나 문을 잠가 놓고 무슨 말을 하는지 국민을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회담은 권위주의 정부의 산물이다. 제가 당 대표를 하는 한 여야 영수회담으로 문제를 종결 짓는 일은 하지 않는 게 맞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 강한 야당을 많이 말했는데, 대여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건가."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10년 야당을 했다. 야당을 어떻게 하는지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현대 정치판에 없다. 적절하게 잘 하겠다."
-정권 나팔수 방송과 언론 시청을 거부하고 절독 운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나."대답 하지 않겠다. 언론 환경이 편안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다.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일단 기다려야 한다. 연말이 지나면 기울어진 언론 시장도 어느 정도 평평해지리라 본다. 권력은 5년도 못 간다는 것을 박근혜 정부 때 국민이 봤다. 그러나 언론은 영원하다. 그것을 자각하면 돌아오리라고 본다."
-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 두 달 정도 지났다. 평가한다면?"지금 평가 하는 것은 이르다. 그런 평가는 연말 쯤 하는 것이 옳지 않나."
-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어떻게 보나."전략적 후퇴를 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정권의 본질을 알고 있을 것이다."
- 그 본질이 뭐냐."미국 가서 물어봐라. (웃음)"
-혁신위원장 구성 시기는?"조속한 시기에 해야지. 9월 정기국회 전에는 한기를 이용해 공격적인 쇄신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국민의당 대선 네거티브 조작 사건은 어떻게 보나."남의 당 일은 말을 안 하는 게 예의다. 어제 페이스북에서 잠시 이야기하긴 했다. 본질은 제쳐두고 과정만 수사하는 것은 정당한 수사가 아니다. 그 사건의 본질부터 수사하고 과정의 문제를 짚는 것이 수사의 정도다. 하지만 가능한 한 남의 당 문제는 거론 안 하는 것이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