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이 발사한 '화성-14'의 모습.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이 발사한 '화성-14'의 모습. ⓒ 연합뉴스

어제 오늘 국내외 매체들은 하나 같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사실 확인과 분석 그리고 각국 정부의 규탄과 성명들로 가득하다. 특히 한미 양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미 양국은 사흘 전 미국 워싱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긴밀하게 대처해 나가자고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그리고 더욱 더 극적인 장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간이 미국의 국가 최대 명절인 독립기념일을 불과 몇시간 앞둔 시간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왜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ICBM 발사 실험을 진행한 것일까? 또한 발사 당일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사흘 밖에 지나지 않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었으며, 이틀 후에는 G20 회의라는 커다란 외교무대가 계획되어 있는 시기였다. 통상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처럼 무모하고 뜬금없는 시기가 없다. 그러나 1994년 북한의 1차 핵위기와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북한과 미국 간의 끊임없는 대결과 반목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예상된 카드이기도 하다.

북한은 한미 양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이 만나는 워싱턴 백악관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정상들이 발표한 공동성명의 내용은 북한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며, 도리어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들은 북한에게 ICBM이라는 히든카드를 내밀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 전문의 내용 중 두 번째 단락인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 부분의 내용을 살펴보자.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해나가기 위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양 정상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양 정상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등 한미 양국 정상이 입을 모아 전 세계에 발표한 대북 정책은 이전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 '제재'와 '압박'의 두 가지 카드뿐이었다.

이번 '화성-14형' 로켓의 발사는 북한이 미국에게 보내는 마지막 히든카드와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현존 미사일 체계에서 ICBM 이후의 단계는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쏟아 올린 '화성-14형'은 미국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카드임에 확실하다. 발사 다음날인 7월 5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의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를 지켜본 뒤 "독립절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또한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최강의 대륙간탄도로켓을 보유한 당당한 핵강국으로서 미국의 핵전쟁 위협 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믿음직하게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즉, 북한의 이번 실험은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크고 작은 도발을 이어 갈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북핵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문제 해결의 공은 이제 미국의 손으로 넘어 갔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6일부터 진행 될 G20 회의에서 한미일 3국의 방위 협력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자고 언급할 것이며, 유엔 안보리에서는 또 하나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와 다를바 없는 방식으로 북한을 위협, 협박하기에는 '화성-14형'이라는 카드가 너무나 커 보인다. 아직까지 정상적인 대북 외교라인과 구체적인 정책을 구축하지 못한 트럼프 정부가 과연 어떠한 카드로 응수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며, 8월로 예정 되어 있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기간을 전후로 북미 간의 대화 국면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북한 ICBM##북핵 위기##화성-14##김정은##트럼프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