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죠. 삼학도 뱃고동 소리가 이른 새벽의 목포 바다를 가르고, 평화광장 앞바다의 저녁 분수는 밤 하늘을 멋지게 가릅니다. 그곳 평화광장 앞바다를 배경으로 아늑하게 자리잡은 카페 한 곳이 있죠.
그곳 둘레에 여러 카페들이 즐비하지만 대부분 프렌차이즈 카페들이고, 이곳 카페만큼은 독특한 퀄리티를 지닌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1층은 전문 로스팅 존과 베이커리 존을 마련해 놓고 있고, 2층은 작가의 전시실로 활용하고 있는 카페죠. 커피의 진한 맛과 작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죠. 피어 파이브 카페가 바로 그곳입니다.
모름지기 커피의 생명은 그 향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피 자체의 향을 얼마만큼 깊이 간직하고 있는지가, 그 커피의 질과 맛을 결정하겠죠. 그만큼 갓 볶아낸 원두의 신선도는 그 맛과 향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일 것입니다. 피어 파이브 카페가 매일 아침 생두를 직접 볶아 내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죠.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임봉수의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에서도 밝힌 바 있었죠. 그의 형이 초창기에 매일같이 원두를 볶는 실험을 하다가 심한 몸살을 앓았다고 말이죠. 로스팅은 소명의식을 지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곳 피어 파이브 카페가 바로 그런 소명의 자리임을 알 수 있게 해 주죠.
그래서 1층에는 설계 당시부터 커피와 베이커리의 작업 공간을 염두에 두고 인테리어를 시작했다고 하죠.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갈아서 그 맛을 추출하는, 그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죠. 1층 공간의 큼지막한 로스팅 존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바리스타 바도 3명이 활동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을 정도로 쾌적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빵도 직접 구워내서 그런지 그 맛의 촉촉함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2층으로 향하는 그 계단 입구의 벽면에 사장님의 훈장 하나가 멋지게 걸려 있었습니다. 2016년 한국커피협회 한국커피 연구심사 및 편집위원의 위촉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뭐든지 그 분야에 연구를 거듭하여 진정한 장인 정신이 빛이 나면 그렇게 멋진 훈장을 달아주기 마련이겠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중간에는 섬유미술가 노은희 작가(조선대 미대 교수)의 '업사이클링'(Upcycling) 작품 전시를 알리는 가판대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길가에 버려진 현수막을 모아 깨끗하게 빨고 자르고, 또 그것들을 바느질을 해서 띠를 만들어 나무로 재탄생시킨 작품 세계였죠. 그 작품들이 2층 벽면에 걸려 있었는데, 마치 화랑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피어 파이브의 2층은 그것만이 장점이 아닙니다. 목포의 드넓은 바다를 한 없이 품고 있고, 당장이라도 바다로 빨려들 것만 같은 아늑함을 자랑하는 게 2층 실내 공간의 장점이었습니다. 각각의 테이블도 그 인원 수에 맞게 다양하게 셋팅이 돼 있었고, 실내 공간은 아기자기함보다는 심플함이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커피 로스팅과 그 맛을 연구하는데 전념해왔고, 이제 카페 문을 연 지 1년의 고개를 조금 넘었다는 피어 파이브 카페. 목포 시민들에게 점차 입소문이 난 것도 갓 볶아낸 원두의 신선함과 2층 공간의 아늑함에 있듯이,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그 맛과 아늑함을 한껏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목포에 내려와 평화광장의 춤추는 밤바다 분수를 즐기고자 하는 연인들이 있다면, 피어 파이브 카페에서도 또다른 추억들을 마음껏 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