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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 등교 준비를 거듭니다.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아이가 학교로 떠나면 집안일이 시작됩니다. 청소, 분리수거, 빨래...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사노동을 마무리하면 그제야 펜을 잡고 작업에 돌입합니다. 이마저도 오래 붙잡고 있을 순 없습니다. 오후부터는 다시 가족과의 시간. 장보기, 아이와 산책, 저녁 식사 준비가 이어집니다.

그야말로 가사노동과 육아로 점철된 하루. 환경부가 만든 인포그래픽에 등장하는 한 남성의 모습입니다. 지난 6월 30일, 환경부는 일상 속 환경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한 가족의 하루를 콘셉트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었는데요.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웹툰 작가 남편, 설계사무소 CEO로 일하며 공사 현장에 나가는 아내 등의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전업주부 아내, 직장인 남편'이라는 기존의 도식을 깼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지난 6월 30일, 환경부는 일상 속 환경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한 가족의 하루를 컨셉으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웹툰 작가 남편, 설계사무소 CEO로 일하며 공사 현장에 나가는 아내 등의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지난 6월 30일, 환경부는 일상 속 환경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한 가족의 하루를 컨셉으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웹툰 작가 남편, 설계사무소 CEO로 일하며 공사 현장에 나가는 아내 등의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 환경부

해당 인포그래픽을 기획한 환경부 대변인실 뉴미디어홍보팀 손혜정 주무관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팀 내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환경정책에 적합한 직업군을 골랐다. 그에 맞춰 가족편을 제작하기로 정하면서 '주부남과 워킹맘의 하루를 선보이면 고정관념을 깰 수도 있겠다'라는 팀원 모두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별도의 성평등 가이드라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여성가족부가 만든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2015-2017)'을 충실하게 이행하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향후 콘텐츠를 만들 때도 "당연히 (성평등 관점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남성 가사 참여' 최하위국... 정부 관점이 중요한 이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선 가사와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이 공고합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OECD 통계와 한국노동패널조사를 분석해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남성의 가사분담률은 16.5%,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45분 정도입니다. 해당 통계에 거론된 26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입니다.

실제 이러한 현실이 정부 홍보물에 고스란히 반영돼,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공개한 '아빠육아 응원' 캠페인 광고가 대표적입니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도모한다는 기획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남성은 육아에 서툰 것이 당연하다'거나 '여성이 육아 참여하는 남성을 응원해야 한다'는 편견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관련 기사 : 아빠 육아에 '우쭈쭈'는 그만).

 지난 6월 30일, 환경부는 일상 속 환경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한 가족의 하루를 컨셉으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웹툰 작가 남편, 설계사무소 CEO로 일하며 공사 현장에 나가는 아내 등의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지난 6월 30일, 환경부는 일상 속 환경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한 가족의 하루를 컨셉으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웹툰 작가 남편, 설계사무소 CEO로 일하며 공사 현장에 나가는 아내 등의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 환경부

정부 부처가 직접 만드는 홍보물은 국가가 해당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민간 홍보물보다 중요합니다. 공적으로 전시되는 정부 부처의 홍보물이 또다른 편견을 강화한다면, 문제가 큽니다.

여가부는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대중매체상 성차별적 표현이나 성별 고정관념이 잔존"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또 "'엄마 육아'에서 '부모 육아'로 육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에 더해, 편견을 깨는 상상력이 더해진 홍보물을 더 자주 만나볼 수 있길 바랍니다.


#환경부#성평등#워킹맘#주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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