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유력 언론이 허남식 전 부산시장으로부터 지방선거를 전후해 골프 접대 등을 받고, 유리한 여론 형성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지역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7일 엘시티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남식 전 시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허 전 시장 측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대대적인 언론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비공식 언론 참모로 일해 왔던 측근이 명절 선물을 돌리고 골프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해외 골프 접대까지 받은 것으로 지목된 언론사 사장급 주요 임원들의 실제 출입국 기록도 발견됐다. 허 전 시장은 재판에서 자신이 선거를 앞서고 있었으므로 불법적인 접대를 할 이유나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산MBC에서 지지율 조사 결과 허 후보의 지지율이 39%로 터무니없게 적게 나오자 폐기 처분을 지시, 조사 담당 동의대 측은 부랴부랴 다시 조사한 결과 57%를 내놓아 부산일보와 공동 보도했다"는 허 전 시장 측 문건까지 발견됐다. (관련 기사:
허남식 전 부산시장 당선 나팔수 역할 했던 지역 언론)
해당 언론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진상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건을 처음 보도한 <오마이뉴스>에도 다양한 의견이 들어왔다. 특히 당시 보도 담당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부산 MBC "청탁 없었다"... <부산일보> "여론 조작 일방 주장"2010년 보도국장으로 부산MBC 뉴스를 책임졌던 이희길 부산MBC 정책기획위원은 13일 보내온 입장을 통해 "(허 전 시장 측에서) 어떤 청탁이나 요청도 받은 바 없으며 심지어 내부 사장으로부터도 그 어떤 압력이나 청탁이 있지도 않았으며 설혹 있었다 해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은 당시 여론조사를 일부 다시 진행해 내용을 수정한 사실이 있음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40% 이상이 무응답·모름처리로 모두 부동층으로 분류한 결과여서, 두 후보의 지지율 여부와는 관계없이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론조사 재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은 "부산MBC 보도 책임자로서 기자의 양심과 기사 가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이런 내용이 판결문에 담긴 것과 관련해서는 "엄청난 명예훼손을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법적 구제를 검찰 및 재판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이같은 의견을 법원과 검찰에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일보> 측에서도 "여론조사 조작은 일방적인 주장이지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특정 정치인을 편들고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움직였다는 식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당시 지역 언론이 권력과 유착하며 로비를 받은 점은 반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부산 지역 일간지의 한 기자는 "지역 언론이 그동안 정치인으로부터 접대를 받고 선물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문제만큼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일간지 기자는 "당시만 해도 김영란법 시행 전이었고 지금보다 해당 행위가 잘못된 것이란 인식이 부족했다"면서도 "언론계가 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