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복합도시인 전남 화순군이 우리나라 백신산업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백신산업 육성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화순군은 10여 년 전부터 백신산업을 지역의 신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반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화순군(군수 구충곤)은 2006년 화순읍 내평리·감도리, 능주면 광사리 75만 4578㎡(산업 시설 38만9000㎡) 일대에 생물의학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아시아 백신 허브'라는 비전을 구체화했다.
'백신 글로벌산업화 구축' 사업 본격화... 미생물실증지원센터 유치·건립
화순군은 생물의학산업단지와 화순전남대병원 일대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생물의학 집적단지)'를 조성해 왔다. 연구개발(R&D), 시료 생산(CMO), 비임상시험(GLP), 임상시험(GCP), 제조·품질 관리(GMP) 지원 시설, 진단·치료·휴양 등 기반을 구축, 생물의학산업과 첨단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세계 5위 백신 강국'를 목표로 백신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특히 산업자원부는 지난 2010년 화순을 국내에서 유일한 '백신산업특구'로 지정해 힘을 실어 줬다. 산자부는 올해 1월부터 '백신 글로벌 산업화 기반구축'을 목적으로 미생물실증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지원센터는 '미생물 배양 기반' 백신개발 기업 등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2021년 생물의학산업단지에 건립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5년 동안 836억 원을 투입한다. 지원센터는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적합한 비임상·임상시험 시료 생산 대행, 상업용 시제품 생산을 지원한다.
조민 지원센터장은 "백신개발에는 고도의 기술력은 물론 연구개발·시험용 시료생산·비임상-임상·제조에 필요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수반돼야 가능하다"라며 "지원센터는 국제 수준의 기반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 절감, 개발 기간 단축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생물의학산업단지에는 이미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 헬스케어연구소, 동물대체시험센터 등 관련 분야의 공공 연구기관이 들어와 있다. 생물·미생물 배양 기반 의약품을 개발을 위해 거쳐야 하는 '연구개발-시료 생산-비임상시험-임상시험-제조·품질 관리'등 모든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백신산업특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화순은 기업이 연구개발부터 완제품 생산 과정까지, '전 주기'를 특구 안에서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유일의 백신산업특구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내 유일 '백신산업특구'...'연구개발-임상-생산'까지, 원스톱 지원
2007년 설립한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는 국내 백신 개발에 사용되고 있는 비임상·임상시험 시료를 절반 이상 생산하고 있다. 센터는 생물의약품 연구개발 대행, 전문 인력 양성,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화학융합연구원(KTR) 헬스케어연구소(설립 2013년)는 생물의약품 개발을 위한 비임상시험 전문기관으로 국제 기준에 적합한 비임상시험을 지원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대체(동물·비동물) 비임상시험 인증·피부임상시험 설비를 갖춘 kTR 동물대체시험센터(2016년)는 의료기기·화장품·화학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단지에는 연구기관뿐 아니라 6개 기업이 입주해 백신, 의료용품, 한의약품, 생물학적제제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세계 12번째로 독감백신 자급자족을 이룬 (주)녹십자화순공장은 백신산업특구의 핵심 생산 기지다.
2008년 입주한 (주)녹십자화순공장은 현재 연 5000만 도스(1도스 : 성인 1회 접종량)를 생산하고 있으며, 직원 수는 초기 100여 명에서 33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독감·수두백신 등 수출 수주 규모 역시 2010년 600만 달러, 2015년 1억400만 달러, 2017년은 1월 현재 6000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녹십자는 전남도·화순군과 투자협약 체결, 1100억 원을 투자해 2018년까지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공장이 증설되면, 생산 가능량은 현재보다 2배 많은 1억 도스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의 창업보육센터에서 제품을 개발해 생물의약산업단지에 생산시설을 건립한 벤처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2007년 센터에 입주했던 (주)바이오에프디엔씨가 대표적이다. 화장품에 쓰이는 단백질 원료생산 전문기업인 바이오에프디엔씨는 2011년 생물의약산업단지에 생산 공장을 신축했다.
정대현 대표는 "애초 2005년 인천 송도에서 창업했는데 연구개발·시험 설비 등을 이용하는데 시간 지체 등 어려움이 있어 센터에 입주했다"라며 "본사는 인천에 있지만, 화장품 원료기업으로 성장해 화순에 재투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산업은 의약품·화학·식품·섬유·뷰티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라며 "화순도 미용산업 육성을 위해 실증 설비 등에 선제적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끈끈한 협력체계로 '아시아 백신 허브' 조성...대선공약, 국가단지 조성에 기대
백신산업특구는 '바이오클러스터'와 함께 '메디컬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동반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메디컬클러스터는 화순전남대병원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암센터, 의생명과학융합센터, 노인전문병원, 임상백신사업단 등을 운영하며 진단과 치료, 휴양, 의료분야 전문 인력양성 역할을 한다. 특히 백신산업특구에서 의약품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기관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력양성을 위해 전남대 의과대학은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완공되는 2018년 화순 이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은 화순군과 함께 백신산업특구 내 네트워크(화순 바이오메디컬 워크숍)뿐 아니라 세계적인 제약회사·연구소와 국제 공동연구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써왔다. 지난해 화순군·화순전남대병원·전남도·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는 단백질 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회사 (주)셀트리온과 생물의약 벤처기업 ㈜제넥신, 독일의 대표 국책 연구기관 프라운호퍼 IZI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기대된다. 화순군은 세포치료제와 면역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프라운호퍼IZI와 공동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화순군은 올해 안에 연구소와 투자협약을 체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00억 원(국비 200·지방비 200)을 투입해 생물의약산업단지 내 10만㎡ 부지에 공동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화순군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국가 생물의약 집적단지 조성'(나주·화순·장흥, 예산 5500억 원) 사업 추진에 기대하고 있다. 국책 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하면서, 해당 부처의 난색 표명으로 '장기 검토 공약'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순군은 세부 사업 중 하나인 국립백신·면역치료연구원 설립(1000억 원) 추진을 위해, 2018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김용성 화순군 기업유치팀장은 "국제 기준의 연구개발·시료생산·비임상·임상시험·제조 시설을 갖춘 특구에 세계적인 연구기관, 국가 주도 단지 조성·국립연구원 설립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라며 "'아시아 백신 허브'를 넘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백신산업 메카로서 입지를 굳힐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2020년 이후 3천 개 이상 고용창출"...바이오산업 분야 강소기업 유치 주력
화순군은 백신산업특구 활성화, 백신 글로벌 산업화 기반구축 사업 추진 등으로 2020년까지 4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 유치, 생산 설비 증설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대감이 높지만, 기업유치와 고용창출은 아직 성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김용성 기업유치팀장은 "현재 계획하고 있는 기반 시설과 사업이 계획대로 현실화된다면 경쟁력 있는 국내외 기업들이 화순을 찾을 것이고 꾸준히 강소·벤처기업 유치에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낼 것이다"라며 "연구기관·기업·병원의 직접 고용뿐 아니라 의료관광, 의약품 분야 등 부대 산업 활성화를 감안하면 2020년 이후 고용효과(3천 개 이상)가 많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녹십자화순공장 백신본부장을 맡기도 했던 조민 미생물실증지원센터장도 "아직 기반 구축 단계여서 기업유치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았을 뿐이고,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며 "화순에서만 지원이 가능한 시설들이 자리 잡는 시점이 오면, 초기보다 일자리가 3배 늘어난 녹십자화순공장의 사례처럼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