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
대구 안지랑 시장은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전국 5대 음식 테마 거리 관광 활성화 지원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나머지 네 곳은 서울 신당동 떡볶이 거리, 부산 광안리 민락동 횟집 골목, 강릉 초당두부 거리, 남원 추어탕 거리이다. 모두들 특색있는 음식 거리로 지명도가 높은 지역들이다.
대구에는 안지랑 시장 외에도 막창 음식점 밀집 지역이 몇 군데 더 있다. 그중 경북대학교 북문 인근의 복현오거리 일대와 서부정류장 주변의 막창 식당가가 가장 유명하다. 안지랑 시장과 서부정류장 일대는 지하철 역에서 가깝고, 복현오거리는 경북대와 영진전문대 학생들로 항상 붐비는 교통 요지이다.
대중교통 요지에 가격 저렴한 막창 음식점 밀집
안지랑 시장 입구의 홍보용 아치는 밤이면 '젊음의 거리'라는 선전 문구를 환하게 드러내면서 불을 밝힌다. 그렇다고 해서 '막창이나 곱창이 유난히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나 보다' 하고 예단을 할 일은 아니다. 안지랑 시장, 서부 정류장, 복현 오거리 등의 막창 음식점 밀집지에 젊은이들이 운집하는 것은 그곳들이 한결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막창과 곱창이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서, 젊은이들의 주머니 사정과 어울려서다.
막창집들은 거의 대부분 돼지막창을 굽는다. 돼지막창은 소막창에 비해 훨씬 가격이 낮다. 소막창은 소 한 마리당 200∼400g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 부위인 까닭에 한우 전문점 같은 곳에 가야 맛을 볼 수가 있다. 당연히 취급하는 음식점을 찾아다녀야 할 뿐더러 가격까지 높은 소막창을 젊은이들 다수가 '즐겨찾기'를 할 리가 없다.
대구에서 소막창이 단독 음식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 때는 1975년 이후로 알려진다. 그 이전까지 막창은 곰탕을 끓일 때 국물 맛을 진하게 내기 위해 쓰는 재료로만 여겨졌는데, 지금은 없어진 미도극장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최초로 구워서 팔았다. 이때가 1969년으로, 맛이 좋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막창구이를 파는 음식점이 점점 늘어갔다.
비싸고 귀한 소막창보다 싼 돼지막창이 유행
돼지막창은 그보다 10여 년 더 늦은 1987년 무렵부터 단독 음식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서구 내당동 농산물 공판장 인근의 한 식당에서 처음으로 손님들에게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삶아먹기도 하고, 프라이팬에 구워먹기도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취급 식당이 차차 늘어나면서 조리법도 발전하여 현재처럼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 된장 양념에 찍어먹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막창이 대구의 음식이므로 대구시청 누리집이 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리 없다. 누리집을 찾아 소개를 읽어보니 막창은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피로회복과 원기 충전에 좋고, 칼슘 함량이 높은 편이어서 골다공증과 골연화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콜레스테롤이 낮은 고단백 식재료이므로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좋고 콜라겐으로 이루어져 있어 피부에도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누리집은 '소막창보다 돼지막창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가격이 낮고, 맛이 더 부드러우며 더 고소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돼지막창의 칼슘 함량이 쇠고기보다 높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막창" 하면 으레 돼지막창을 떠올린다고 한다.
문제는 최상의 상태로 구워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생막창이 더 그렇다. 생막창은 제대로 굽지 못하면 막창 특유의 냄새가 남아 거부감을 주게 된다. 생막창은 날것을 그대로 불로 구워서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막창은 삶은막창에 견줘 더 고소하고 한결 쫀득쫀득한 미감을 가졌지만 아무래도 살짝 냄새가 난다. 생막창을 즐기는 사람은 명실상부한 '막창 마니아'라 할 만하다.
삶은막창은 초벌 삶기 과정을 거친 막창을 재벌하여 먹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에도 연한 갈색빛이 되도록 바싹 구워야 한다. 숯불구이가 바람직하지만 그런 장비가 없는 가정에서도 기름이 빠지는 불판은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냄새 없애고 풍미 돋우기 위해 많은 노력 중
식당들 중에는 막창 냄새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손님을 위해 돼지고기 삼겹살을 대체 음식으로 준비해두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원천적으로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도 기울인다.
초벌을 하기 전에 밀가루로 씻기도 하고, 우유나 청주에 담갔다가 꺼내기도 하며, 과일이나 한약재 등을 침투시켜 남다른 풍미를 창조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막창을 두고 '그냥 굽기만 해서 먹는 것이니 요리도 아니다'라고 하지만, 한결 뛰어난 맛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고민을 쏟아붓는다는 사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대구 음식 중 타지역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에는 막창 외에 찜갈비도 있다. 중구 동인동 일대에 전문 식당이 밀집해 있는 찜갈비는 갈비에 갖은 양념을 한 다음 쪄낸 음식이다. 고기맛, 양념맛, 손맛이 어우러진 이 음식은 상대적으로 막창에 비해 몇 배 가격이 높다. 막창 회식 때는 1인당 1만 원이면 충분하지만 찜갈비는 1인당 4만 원은 부담해야 한다. 그 탓에 찜갈비 골목은 시내 중심가 지역에 있으면서도 '젊은이의 거리'와 거리가 멀다.
닭똥집 거리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닭똥집 밀집 지역은 동대구역 인근의 평화시장이다. 기차를 타고 와서 맛집 탐방을 할 수 있는 위치 덕분에 이곳에서는 타지역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는 정경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닭똥집 골목은 막창 골목과 비슷한 경비를 들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동인동 찜갈비와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특정 음식 밀집 지역은 아니지만 갖가지 종류의 식당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수성구 들안길 일대이다. 상동과 두산동 사이를 가르는 넓은 도로 좌우로 200여 곳의 식당이 이어진다. TBC방송국 일원까지 포함하면 숫자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들안길에 견줘 규모는 작지만 성격상 비슷한 곳으로는 달서구 장기동 일대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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