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크낙새를 멸종위기종 1급에서 해제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246종 멸종위기종 목록에 5종을 제하고 25종을 추가하여 멸종위기종 수를 266종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이중 제외되는 5종에 크낙새가 포함됐다. 환경부는 이후 멸종위기종 목록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와 일반인, 관계기관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선다고 밝혔다.
45cm의 대형 딱따구리과의 크낙새는 새들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이력이 있다. 보통 새들의 경우 국내에만 서식하는 종은 없다.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식영역이 매우 넓은 편이다. 하지만, 크낙새는 오로지 백두산 이남지역인 한반도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일부지역에 서식했지만 오래 전 사라졌다. 때문에 그 가치는 다른 멸종위기종에 비해서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크낙새의 멸종위기종 제외 사유로 원종확보가 어렵고 최근 관찰기록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평소 새에 관심이 많은 한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대목이다. 크낙새는 북한지역에 일부가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동성을 가지고 있는 새이기 때문에 언제든 남쪽에도 새롭게 번식지가 확인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이다. 민통선 근처에 멸종된 남쪽에서는 멸종되었다고 생각되었던 여우가 2004년 강원도에서 서식이 확인된 적도 있기에 크낙새 역시 이런 기대를 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남북간의 교류가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조류학계 역시 북한의 서식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 북쪽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절멸되었다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크낙새 서식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기 힘들었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화를 통해 남북교류가 활발해진다면 크낙새의 서식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지난 2005년 중앙TV를 인용하여 북한에서 멸악산 일대에 여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보도했다. 2005년 다수가 서식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12년이 지난 지금에도 북한에는 충분히 서식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상황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흰색의 배를 가진 크낙새와 달리 몸 전체가 검은색을 가진 까막딱다구리(멸종위기종 2급)의 서식이 늘고 있다. 서식환경이 매우 유사한 종인 까막딱다구리의 증가는 크낙새가 돌아와서 서식할 수 있는 곳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설악산 인근에서 서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진단하는 일부 조류학자도 있다. 실제 확인은 되고 있지 않지만 북쪽에 있는 개체가 남하하거나 관찰되지 않았던 개체가 확인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도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한다면, 만에 하나 우연히 확인된 크낙새를 보전할 방법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 해제의 필요성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니다. 원칙적으로 해제의 기준에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서식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앞으로 충분히 지켜보고 결정할 일이다. 앞으로 관찰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에 서식하는 것을 충분히 조사한 이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절멸을 선언하는 기간은 마지막 개체가 관찰된 이후 보통 30년~50년 이다. 1993년 광릉수목원에서 서식이 확인된 이후 관찰이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23년 정도가 지난 것이다. 더욱이, 2005년 북한의 서식확인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12년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30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멸종위기종 해제는 매우 성급한 판단이다.
크낙새의 경우 현재 남쪽에는 서식처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하여 관리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성급하게 해제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 북한에 아직 서식하고 있다면, 남과 북이 공동으로 인공증식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한 것이 복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환경부는 원종확보가 어렵다는 원칙을 통해 해제에 앞장 설 것이 아니라 북한의 서식현황을 확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