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기독교 단체의 여전한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서울에서 개최된 퀴어 퍼레이드가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이 행사는 규모 면에선 뉴욕의 게이 축제인 'NYC프라이드'보단 작았지만,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과 준비성은 뉴욕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퍼레이드 카 위에서 춤을 추거나,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은 오히려 평범한 축에 속했다. 하이힐을 신고 짧은 드레스를 입은 남자와 맨가슴을 당당히 드러낸 여자참가자 등 과감한 분장은 뉴욕 퍼레이드 참가자들과 섞어 놓아도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불교와 기독교 등 종교단체와 장애인 단체의 참석은 한국의 퀴어 문화 축제가 얼마만큼 성숙한 발전을 이뤘는지 나타내는 지표 역할을 했다. 근 한 달 차이로 진행된 두 도시의 축제는 비길 수 없이 질적으로 훌륭했지만, 한 가지 극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정치인과 정부 기관의 참여이다.
지난 6월 25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NYC프라이드' 행진에는 기업, 시민,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뉴욕시 의회의 James Vacca 의원과 맨해튼 지역의 Gale Brewer 대표, Chuck Schumer 상원의원이 등이 지지자들과 함께 행렬에 참여했다.
또한, 정부 기관으로는 뉴욕시 경찰(NYPD)의 경찰악대와 의경(Auxiliary Police City of NY), 뉴욕시 교정당국(NYCD Corrections)이 행진 참여는 물론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으로 경찰차 로고를 재디자인하여 운전하기도 했다. 그 외 뉴욕 소방당국(FDNY)도 소방차 사이렌을 울리며 성소수자들을 응원했으며 미국연방수사국(FBI)은 가족, 친구와 손 붙잡고 함께 걸었다. 퍼레이드 관람객들은 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큰 박수와 함성으로 환호해 주었다.
대놓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정치인이 몇 없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정의당 이정미 신임대표가 2년 연속 참여했다. 이런 소신있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공권력이 함께하는 퀴어 퍼레이드를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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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 퍼레이드 행진 중인 뉴욕시 경찰 악대(NY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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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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