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박근혜 정부의 금융 적폐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허가를 둘러싸고 금융위의 특혜 시비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다(관련기사: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불법적으로 허가됐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의 케이뱅크 인가 당시에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BIS)비율이 업종 평균치를 넘지 못했다"며 "(당시 인가 기준으로 볼때) 케이뱅크는 은행업 인가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는) 우리은행의 경우 BIS 비율 문제가 해결이 안되자, 은행 인가와 관련된 조문을 아예 삭제해버렸다"면서 "금융위가 왜 이런 무리수를 뒀는지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세력에 복무한 대표기업 중 하나인 KT를 보면 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케이뱅크의 사실상 대주주인 KT에게 금융위가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KT는 2016년 설립 6개월밖에 안 된 플레이그라운드에 55억 원의 광고를 몰아주고, 미르재단 등에 18억 원의 출연금을 냈던 곳"이라며 "케이뱅크 인가를 해준 금융위 간부들은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은 기업의 팔 비틀어 미르재단 등에 출연금 내라고 했던 곳"이라며 "결국 (KT는) 출연금 낸 대가로 인터넷 은행 인가를 받은 것"이라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최순실 미르재단 등에 출연금 낸 KT를 위해 인터넷 은행 인가 해줬나"이어 김 의원은 "국회 차원의 감사, 필요하면 검찰 조사까지 필요하다고 본다"며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신다면 이 사안을 철저히 조사할 의지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금융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결론을 내놓고 특혜를 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위원장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잘못된 점이 있는지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청문회에 앞서 김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케이뱅크 불법 허가 의혹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그는 최 후보자의 답변태도를 두고 "지금과 같은 인식으론 안 된다"면서 "그야말로 답을 정해놓고 말씀하시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케이뱅크 인가를 담당했던 간부들 일부는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일부 간부는) 1년 휴직하고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가 (해당 간부의) 휴직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나 감사원 등의 조사를 준비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 방지 "적격 인사 앉히도록 노력하겠다"
이와 함께 이날 청문회에선 서민금융과 금융회사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김해영 더민주 의원은 "생계형 자영업자의 신용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서민에 대한 금융정책 등을 물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어디에 필요해 돈을 빌리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대개 소규모 창업을 위해 돈을 빌려가는데 영업점들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예를 들면 밀집해서 치킨집을 차린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출요청이 올 때마다 금융 조언을 해주고, 상점 입지도 골라주는 그런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서민정책금융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가구가 나올 것"이라며 "이에 대해 채무회복 지원을 하고, 복지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그동안 정권차원의 낙하산 인사를 앉혔다는 논란에 대해, 최운열 더민주 의원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직을 걸고 낙하산 인사를 막을 각오가 돼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최대한 적격인사를 자리에 앉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만 특혜를 주고 있어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당 박용진 의원이 언급한 규정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기준에 대한 것인데, 이는 자산을 운용할 때 특정 채권이나 주식을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자산운용비율을 계산할 때 분자는 지분을 가질 당시 원가로, 분모는 현재 시가로 계산하도록 허용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7.21%를 보유하게 됐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박 의원은 "소액주주, 유배당 계약자 등 어떤 부분을 보더라도 누구에게도 이익이 안 되는 규정"이라며 "금융위원장이 돼 이것만 바꾸면 삼성을 위한 20년 적폐를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여기서 답변할 간단한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보험업감독규정 지적에 최 후보자 "살펴보겠다"또 최 후보자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를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11년 론스타 펀드에 대한 심사 결과를 직접 발표한 걸로 기억한다"며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부분은 유보했고, 비금융 주력자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사법부에서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결이 났고, 비금융 주력자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돌이켜 생각했을 때 그 판단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금융감독원에서 파악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했다"며 "최종적인 판단의 권한은 금융위에 있지만 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보고하는 것은 금감원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이어 심 의원은 금융위가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적격한지 심사할 때 이른바 '고무줄 잣대'가 적용돼왔다고 지적하자 최 후보자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질의에 앞서 최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출입 관련 자료라든지, 경찰청 과태료 문제 등에 대한 자료는 왜 제출하지 않았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최 후보자는 "결혼한 지 5년 된 장녀는 제 모든 것을 떠난 지 오래고, 아들에 대한 내용은 제출된 자료에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그는 "그 외 제출하지 자료는 최대한 빨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일자리 중심 성장 뒷받침할 것"앞서 최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새 정부의 소득주도 일자리 중심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최 후보자는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자금이 유입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기 호황을 유발하는 '소지적 금융'이 아닌 경제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확대에 기여하는 '생산적 금융'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우선하고 취약계층의 금융부담을 경감하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금리 이자 등으로 인한 취약차주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는 단계적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통해 금융회사가 보다 꼼꼼하게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그는 "가계소득 증대 등을 위한 정책도 범 정부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