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9일 오후 5시 13분]경찰청 소속 의경들이 전역 기념 사진을 찍으며 경찰청 공식 캐릭터인 '포순이' 치마 밑을 보는 듯한 포즈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 공식 캐릭터도 성적 대상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오전, 한 트위터 이용자 박아무개(트위터 닉네임, @jon*********)씨는 "제보 받은 사진"이라며 사진 한 장을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10여 명의 의경이 경찰청 공식 마스코트인 포돌이와 포순이를 둘러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여성 경찰을 형상화한 포순이의 치마 밑을 보는 듯한 포즈를 취한 의경이 있다는 것. 남성 경찰을 형상화한 포돌이 앞에서 비슷한 포즈를 취한 이는 없다. 이 사진은 19일 오후 4시 현재 2200여 회 리트윗된 상태다.
박아무개씨는 "사진 우측 포순이 캐릭터 아래쪽에 의경 두 명이 보이십니까? 치마 아래를 보는 포즈는 도대체 뭔 포즈인지? 아무리 봐도 이해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 또한 원피스나 스커트 입을 때마다 누가 내 가랑이 사이 볼까봐 걸을 때도 앉을 때도 계단을 오를 때도 신경 쓴다"며 "가랑이 사이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만연한 현실에서, 의경이 경찰 마스코트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포즈를 취하는 것은 문제라는 말이다.
실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여성 대상 범죄인 몰카 촬영은 지난해(2016년)에만 5185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약 240.45% 증가한 수치다.
포순이 성적 대상화, 처음 아냐... "이런 문화 때문에 여성 불안"
논란이 된 사진은 전역한 상태인 의경의 개인 SNS에 처음 올라왔고, 현재 삭제된 상태다. 비판이 이어지자 사진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을 접한 이들은 국민신문고, 경찰청 공식 SNS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경찰청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박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 (해당 사진과 관련해)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은 경찰청에 공식 접수된 상태이며 경찰청 또한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박씨는 "사과문과 별개로 포순이에게 가해지는 성적 대상화와 더불어 많은 문제가 발현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한 트위터 게시물 밑에는 포순이 캐릭터를 성적 대상화한 다양한 제보가 이어졌다. 주로 남성이 포순이의 신체를 만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경찰청 "논란 알고 있어... 전역했다면 내부 징계 어려워"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지 활동가는 "아무리 의경이라고 하더라도 경찰청에 소속돼 있는 이상 책임이라는 게 있다"며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다같이 이런 사진을 찍고 올렸다는 점에서 개인적 일탈로 보기도 어렵다. 일상의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문화가 만연하기 때문에 요즘 젊은 여성들은 사회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라며 "경찰과 같은 기관의 공식 마스코트조차 희롱하면 누가 그 기관을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겠느냐. 여경이 희롱 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경찰청은 해당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다만, 경찰청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한 이용자와 나눈 메시지에서 "해당 게시물로 인해 국민분들에게 신뢰를 저버린 일, 대신하여 사과드린다. 죄송하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해당 부서(경비국)에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식으로 답변을 드릴 예정이다"라고 밝힌 상태다.
의경을 담당하는 경찰청 경비과 의무경찰계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알고 있다. 구체적인 경위 파악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하고 있다"며 "이런 사안에 대해 복무 교육을 하고 있고, 위반 사안이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무 중인 대원에 대해서는 내부 절차에 따라 징계할 수 있지만, 전역한 대원에 대해서는 경찰 내부적으로 징계를 하기 어렵다. 만약 형사적인 문제가 된다고 하면 법적 절차를 통해서 조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논란과 같이) SNS 사용에 물의를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미 SNS 금지 교육을 하고, 성인지 교육 등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