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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보수지와 경제지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부각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언론이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부작용이라 할 수 없는 것을 부작용인양 제시한다는 점에 있는데요. 그중 '최저임금의 최대 수혜자가 외국인 노동자'라는 주장은 그 어떤 '최저임금 부작용 강조 보도' 속 주장보다 '걱정스러운' 주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에 더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심리를 부추기고 퍼뜨리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주장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서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혹은 그 이하의 수당을 제공하는 열악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노동의 대가는 내국인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보다 '좀 아까운 것'이라는 차별적 심리가 놓여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이건 내국인이건, 같은 노동을 했다면 그 노동에 대한 정당한, 그리고 동일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굳이 말로 설명해야 할 이유조차 없이 당연한 일인 것이지요.

경총․중기중앙회 주장 '받아 쓴' 동아 

6개 일간지 중 이 같은 '차별적 인식'을 지면을 통해 전달한 것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유일했는데요. 그나마 동아일보는 한국경영자총협회나 중소기업중앙회 측의 주장을 받아쓰는 수준이었습니다.

동아일보는 먼저 <금액으론 15위… 소득 대비로 보면 8위>(7/17 최혜령․유성열 기자 https://goo.gl/sTauAp)에서는 "익명을 요구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의 "외국인 근로자가 숙식비까지 받으면 내국인보다 월급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이틀 뒤 <중기청 '생계형 적합업종' 연내 신설 대기업 진입 막고 원자재 공동구매>(7/19 곽도영 기자 https://goo.gl/6psghE)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한 해 동안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가 1조75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을 전했습니다.

'내국인 역차별' 운운하며 더 적극적으로 편견 조장한 조선

조선일보는 더 심각합니다. 이를테면 <편의점·치킨업주 차라리 내가 다른 가게 알바 뛰는 게 낫지>(7/17 채성진․김충령․임경업 기자 https://goo.gl/mxJHN4)에서는 기사 말미에 "경기도 포천에서 염색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정명효 대표"의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직원 65명 중 30여명이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다. 이 회사는 연간 인건비로 24억원을 지출하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수준인 5억원 안팎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추가 해설을 덧붙여 놓았는데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증가한 인건비의 규모를 강조하는 선을 넘어, 하필이면 '외국인 노동자'에게 그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바로 그 다음날에도 조선일보는 <소상공인연합 어용 최저임금委 해산하라 집단 반발>(7/18 https://goo.gl/Lw5Qdv)을 통해 "제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6)씨"의 "최저임금 인상은 외국인 종업원에게만 좋은 일"이라는 주장을 소개하고, 바로 그 뒤에 "이씨 식당은 직원 5명 중 4명이 외국인이다. 이들에게 최저 시급 6470원을 준다. 이씨는 '그 돈으로는 우리나라 종업원을 구하기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 시급만 올려주게 됐다'고 말했"음을 덧붙여 전달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졌음을 강조한 조선일보(7/19)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졌음을 강조한 조선일보(7/19)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게 다가 아닙니다. 조선일보는 19일에는 아예 <내년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1兆 더 든다>(7/19 성호철 기자 https://goo.gl/i8dSv3) 보도를 통해 이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의제화하려 했는데요. 기사는 첫 문장부터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중소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입니다. 이 기사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액이 굳이 '외국인 근로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어지는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총 인건비가 올해 7조7215억원에서 내년 8조7967억원으로 오를 것"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부담액이 1조752억원 증가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무료나 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데다 근무 시간도 길기 때문에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내국인 근로자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있는데요.

기사 말미에는 중소기업연구원의 "정부가 내국인 근로자들이 외국인 근로자와 비교해 역차별 받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덧붙여 놓고 있습니다.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당해 노동력을 제공했으면,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떤 일을 얼마나 했건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많은 돈을 받으면 안되는 것'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이 같은 '내국인 역차별 우려' 논리는 보통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과 함께 제시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은 총강에서부터 언론이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준칙 제5장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 부문>에서는 "언론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여러 민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출신 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체류 자격,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조선일보의 보도는 최소한의 인권 존중은커녕, 외국인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을 위한 자극적 소재'로 이용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17~1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덧붙이는 글 | 민언련 배나은 활동가



#민언련#조선일보#동아일보#최저임금#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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