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직후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표결 직전 중도 퇴장한 가운데, 김 의원과 같은 당 장제원 의원만이 투표에 참여했고 두 사람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김 의원은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같이 '소신투표'한 이유와 관련해 "제가 지금 당에서 징계(당원권 정지)를 받고 있는 상태다. 당에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야당 소속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국민 입장에서 국회를 보면, 그게(찬성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또 "현재 한국당은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 옳은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라며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정부에 협조할 땐 협조하고 견제할 땐 견제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새 정부가) 일을 '못 하게 하는 정치'보다는 견제·감시를 통해 '일이 되게 하는 협치'를 해야 한다. 그게 없이는 국민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의원은 본회의 당일 본인 페이스북에 '내가 꿈꾸는 정치'라는 글을 통해 "(이는) 나와 다른 의견을 무조건 '틀리다'고 보지 않는 것,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것, 내 생각과 다른 의사결정이 이뤄져도 결과에 승복하는 것, 나 역시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일이 되게 하는 협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여기에는 '바(른) 보(수)'라는 태그도 달려 있었다.
이 글에는 "'바보' 김현아, 그러나 가장 멋지고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은 바보처럼 보인다(정**)", "의원님의 변함없는 소신과 강단이 진정한 보수의 표상이라고 본다. 진심으로 의원님을 지지한다(이**)"는 등 김 의원을 응원하는 내용의 댓글이 주로 달렸다.
다음은 이날 김 의원과 나눈 인터뷰를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관련 기사]
한국당 퇴장에 정족수 부족 사태, 추경안 표결 지연 "영영 오지말라" 야유 받던 한국당 복귀로 추경 통과 "'국민 입장에서 국회를 바라보면 어떤 심정일까', 항상 생각한다"- 본회의 때 참석해 추경안에 '소신 투표'한 게 화제가 됐다. 어떤 마음이었나.
"사실 이번 탄핵으로 물러나게 된 대통령이 집권 여당 소속의 국회의원 아니었나. 그 탓에 사실 저는 마음이 무겁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상황도 어수선하고, 우리가 여당으로서 제대로 인수인계한 정권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아주 무겁다. 그래서 이번 새로운 정부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 사실 한편으론 한국당 등 야당이 야당으로서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 서로 '과거 야당 땐 어땠고 여당 땐 어땠고' 말들 하는데, 저는 그런 정치 구도에서부터 벗어나는 게 새로운 정치라고 본다. 지금 야당은 옳은 말을 해도 국민이 믿지 않기 때문에 변화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일을 못 하게 하는 정치보다는 일이 되게 하는 정치여야 한다. 일을 되게 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것도 고쳐서 다시 할 수 있는 것이지 않나. 야당이 변화 없이는 더는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본다."
- 지금 징계를 받아서 당원권 정지 상태인데, 혹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말씀했듯, 제가 지금 당에서 징계를 받은 상태다. 그래서 당에 가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야당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었다. 그게 부담이 됐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거다. 저는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이 아니라서 오히려 정치공학적인 걸 잘 모른다.
그 대신 항상 '국민 입장에서 국회를 바라보면 어떤 심정일까' 그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보면, 제 생각에는 그게(추경 찬성이) 훨씬 더 많다. 당원들이나 당의 입장에서 저를 보면 못마땅하실 수도 있지만, 보통 얘기할 때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라고 하지 않나. 표결을 아무 생각도 없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 생각대로 가는 게, 정치를 오래 하진 않더라도 주어진 임기 내에서 제가 정치를 하려는 이유다."
- 한국당은 중간에 집단 퇴장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장제원·김현아 의원에 대해 '해당행위 검토' 얘기하던데 어떻게 보나."저는 사실 처음에 제가 당원권 징계받았던 것부터 용납은 안 됐다. 제가 바른정당 창당 모임 때 참석했을 뿐, 그곳 당원으로서 행동한 건 아무것도 없었던 탓이다. 보통 창당 행사에는 다른 당 의원도 참석한다. 그럼에도 제가 3년 최대 중징계를 받는다는 게 용납은 되지 않았지만, 저는 수긍했다. 지금 별도 징계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당 의견을 존중하는 것 이전에, 국민을 위한 마음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본다."
- 본인이 페이스북에 쓴 '일이 되는 협치'에 비출 때 현 한국당의 모습은 어떤가.
"제가 최근 당원권 정지로 한국당 모임에 가보지를 못해서 사실 내부사정은 잘 모르겠다. (이번에 한국당이 행한) 집단퇴장도 필요할 때는 할 수 있는 하나의 정치 행위라고는 보는데, 사실 저는 나와 다른 의견으로 결과가 수렴됐을 때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보거든. 반대하더라도 참석해서 반대표를 던지는 게 더 적절하지 않았나, 그게 국민이 보기에도 훨씬 더 적절한 야당의 모습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 일부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해 여론 뭇매를 맞았다. 당대표가 사과했는데, 어떻게 보나. "제가 페이스북에 쓴 그대로다. 여당의 낮은 본회의 참석률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 혹시 국민께 더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국민께서 많은 국회의원에 실망하셨겠지만. 개중에는 국민에 대한 부채 의식으로 고민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국민이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 당 색깔이 아니라 소신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피드백이 있으면 저 같은 사람, '일을 되게 하는 정치'를 하는 사람, 협치하는 의원들이 더 늘어나리라고 본다.
이번에도 공무원 증원도 마찬가지다.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무원 증원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걸 문자 그대로 '된다, 안 된다'로 싸우는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고용할지, 필요한 공무원 인력을 어떻게 늘릴지 대안적 토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all or nothing' 밖에 답이 없거든, 모 아니면 도거든. 그런데 세상에 어떤 일이 모 아니면 도로 해결될 수 있겠나.
국회의원은 사실 정당의 보호를 받는 게 실은 훨씬 유리한데, 이런 데 대한 국민들의 칭찬이 있다면 의원들도 용기를 내서 자꾸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신을 지키는 의원들을 국민이 호응하고 칭찬한다면 의원들도 조금씩 바뀌고 변화해갈 거다. 정치인들을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국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