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에서 첫 국세청장인 한승희 청장이 취임 후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내용과 형식면에서 파격이라는 평가다. 일부에선 박근혜 정부의 대구경북(TK) 출신인 최경환 라인을 솎아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6일 국세청이 발표한 고위공무원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본청 조사국장의 거취였다. 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총괄 지휘하는 자리로, 국세청에서 요직으로 꼽힌다. 따라서 조사국장은 당연히 1급으로 승진하는 자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승진인사에서 조사국장 이름은 빠졌다. 조사국장이 1급 승진에서 탈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임경구(행시 36회) 국장은 이날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국장은 경북 영덕출신으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대구고 후배다. 임 국장의 승진 탈락을 두고, 일부에선 '박근혜 정권 인사 솎아내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국세청 내부 통신망에 "24년간 정들었던 국세청을 떠난다"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하면서 쌓은 좋은 추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적었다.
본청 조사국장의 1급 승진 탈락과 호남출신 서울청장...박근혜 정권 색깔 지우기
이와함께 서대원 본청 법인납세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승진했다. '국세청 2인자'인 서 차장은 행시 34회로 대변인과 중부청 감사관, 서울청 징세법무국장 등을 지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에는 김희철 광주지방국세청장이 자리를 옮겼다. 광주청장이 서울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처음이다. 김 청장은 행시 36회로 서울청 조사1국장, 본청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대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지만 전남 영암출신으로 호남인사다.
부산지방국세청장에는 김한년 서울청 조사1국장이 임명됐다. 김 청장은 세무대학 1기 출신이다. 1983년 8급 경력직으로 국세청에 들어와서 부가가치세과장 등을 지냈다. 국세청 경력만 33년이다. 8급 특채출신 인사가 지방청장에 임명되는 것도 처음이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은 김용균 본청 개인납세국장이 올라갔다. 김 청장도 행시 36회다.
국세청 조사국장에는 김현준 기획조정관이 임명됐다. 이번 인사로 본청 국장들의 평균 나이가 53세에서 51세로 낮아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8급 출신 김한년 국장이 부산청장에 임명된 것은 다수의 하위직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직 전체적으로 보다 젊어지고, 능력있는 인사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향후 국세행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