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받은 죄인처럼 들어오는 것은 꿈꾸지 않는다. 혹여 적폐 세력에 동조한 이가 사장으로 임명되고, 그 후 '적폐세력 경영 세탁' 차원에서 해직자더러 들어오라고 한다면... 우리가 들어가야겠나? 그런 복직이라면 안 하겠다."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직 경험과 언론인의 인권보호' 토론회. 조승호 YTN 해직기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복직'의 의미를 숨 돌릴 틈 없이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해직기자 복직과 명예회복'은 언론사가 권력과 유착한, 또는 유착할 가능성이 있는 신종 적폐 세력과 온전히 결별할 때 완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YTN 사장 입후보로 화제를 모았던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사장추천위원회 중 대주주 측 추천위원 전원에게 0점을 받았다는 논란에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추천위원은 한전KDN, 마사회, 인삼공사 등의 공기업에서 인선된 인사들이다. YTN사장추천위원회는 결국 원점에서 사장을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햇수로만 9년이었다. 그는 "비교적 행복하게 해직생활을 했지만, 어제는 상처를 받았다"며 입을 뗐다. 이어 "남은 적폐세력이 앞에서 (해직 기자들을) 찌른 것인지, 우리가 민주정부라고 생각한 정부가 뒤에서 칼을 꽂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언론 개혁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해직기자를 향한 조직의 불공정한 시선은 여전하다는 비판이었다. 그는 "(사장 서류) 심사 항목은 경영능력, 공정방송 의지,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과 리더십이었다"면서 "경영능력은 검증 받은 바 없기 때문에 0점을 받을 수 있다고 보더라도, 나머지는 0점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0점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된다"면서 "만일 구 적폐세력의 농간이라면, 이를 막는 것 또한 새 정부의 책임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한 "문재인 정부가 말한 '해직자 복직'도 '네가 알아서 하라'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해직자 문제도 (공약대로) 해결해야 하지만, 언론개혁과 공정방송 확립이라는 큰 숲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적폐세력 경영 세탁의 들러리는 되고 싶지 않다"- YTN 사장추천위원회가 '0점 결과 논란'에 해명한 바가 있나."해명도 설명도 없었다.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게 맞는지 틀린지 채점표라도 공개하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 하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를 가동할 당시 애당초 약속은 (채점 과정을)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투명하게 하겠다는 방침이었는데 이것도 안 지키고 있는 것이다. 노종면이라고 높은 점수를 받을 원칙은 없다. 다만, 그가 경영능력을 빼고 0점을 받을 이유도 없다.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된다."
- 노종면 해직기자 '0점 논란' 원인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대주주 측 3인이 0점을 준 배경이 지금도 전혀 확인이 안 되고 있다. 이 정부에서도 확인이 안 되니... 가령 박근혜 정부 때 임명한 공기업 사장의 명령을 받고 (0점 채점을) 한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복직과 명예회복) 공약에 일관성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혹여 그 아래 실무급에서 장난을 친 것은 아닌지... 확인이 안 되니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래저래 의구심이 든다."
- 공개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했나."어느 기사에서 '채점한 내용이 맞느냐'고 물으니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한 것을 봤다.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만 있지, '왜'에 대한 답은 없었다."
- 같은 날 토론회에서 '사면 받은 죄인처럼 복직되기 싫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복직에는 크게 볼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9년 전 우리가 했던 공정방송 투쟁의 의미와 그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명예롭게 복직하는 방안이 있다. 나머지는 회사에서 '불쌍하니 구제하는 차원에서' 하는 방식이다. 저는 두 번째 방법으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는 노조의 한 사람이다. 공영방송을 위해 사장으로 부적격자가 오는 것은 노조가 막아야 한다. 이것은 노조의 의무고 권리다. 그렇다고 (노조가) 특정인을 사장으로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 특정인을 사장으로 만드는 건 노조가 맞지 않다. 특정인을 지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절대로 이 사람은 안 된다, 공정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사람이 사장이 되면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계속 이런 사장이 왔다. 복직에 대한 기대도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었지 않나. 새 정부에서는 시대정신에 맞게, 최소한 적폐세력이나 그 맥을 같이하는 사람이 사장으로 와서는 안 되지 않겠나."
"해직자 복직 문제의 본질은 '복직' 그 자체가 아니다"- 적폐세력의 경영 세탁으로 '복직'이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사장으로 온다면... 그렇다면 이제 기대할 것이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라면 원래 언론공정성 생각 안하는 정부니 싸우면 되지만. 민주정부에서 또 그런 인사가 임명된다면. 더 이상 복직은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사장으로) 온다면, 오히려 해직자 문제에 더 적극적일 것이다. 자기 적폐 경력을 세탁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경력 세탁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는 않다. 물론, YTN 후배들은 안에서 또 싸울 것이다. 바깥에 있는 입장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저항을 하겠다는 차원에서, '복직을 못한다'는 것이 최선의 저항이 아닐까 생각한다."
- 새 정부의 '해직 기자 복직' 공약, 어떻게 실현돼야 한다고 보나. "해직자 복직 성과가 곧 결과라는 말은 아니라고 본다. 해직자 복직은, 공영방송 정상화 과정 중 일어날 하나의 방법이다. 궁극적 목표는, 언론개혁과 공영방송 정상화다. 문재인 정부가 말한 해직자 복직도 그런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복직 시켜놨으니 '알아서 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안에서도 열심히 싸우겠지만, 이 정부도 언론이 정상화되도록 토대 마련을 해줘야 한다. 총을 든 적과 싸울 때, (이쪽에서도) 총 들 수 있도록. 싸우는 건 우리가 하더라도 말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해직 언론인 복직도, 그 복직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공영방송을 위한 외곽지원 차원에서 한 말씀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직자 개인이나 복직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