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27일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지원배제명단)가 직권남용으로 인정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
'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 3년, 조윤선 집행유예).
직권남용죄는 구성요건이 까다로워 검사 입장에서는 유죄를 받아내기가 쉽지만은 않은 유형으로 분류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부는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정부가 문화 예술인 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문화계 블랙리스트' 판결은 지금까지 뇌물죄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구속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다룬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노태강 전 국장 사직 조치'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 사직 조치' 등의 행위는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다. 특검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과 곰범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한 것은 '노태강 전 국장 사직 조치'에 하나에 한정돼 있다.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 사직 조치'에 대해선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런 점이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노태강 사직에만 공범 적시... 그러나 핵심 증인과 증거 겹쳐법원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공모 부분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취지일 뿐, 박근혜 피고인이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무죄가 선고되었다거나 선고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노 전 국장을 사직하게 만든 행위에 대해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고 있지만 면직할 순 없다"며 "대통령이 신분 보장되는 공무원에게 의사에 반하는 사직을 강요하는 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행위'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다뤄질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행위의 증거와 핵심증인이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내용과 겹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박 전 대통령의 27차 공판에서 검사는 김기춘, 신동철, 김소영, 정관주 등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이미 직권남용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지금까지 뇌물사건을 중심으로 다뤘던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뇌물수수 혐의 관련 증인신문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8월 말부턴 블랙리스트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