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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대화를 나눴다. 지난 6월 말 미국 순방에서 차담회 형식으로 간단히 대화를 나눈 후, 약 한 달 여만에 장시간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나를 '친노동'이라고 하는데, 친노동 맞다. 하지만 '친기업'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새정부의 중점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의 협조를 적극 요청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번 기업인들과 만남에 상당한 정성을 쏟았다. 이전 대통령들과 기업인들의 만남 역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는 참석자 구성, 대화의 형식, 식사 메뉴까지도 주목을 받았다.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 의미를 부여해 간담회 자체의 관심도를 높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인들을 상대하는 대통령의 자세가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수제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임종석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수제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임종석 비서실장. ⓒ 연합뉴스

기존 간담회들과 가장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청와대 상춘제 야외 뜰에서 진행된 '호프 미팅'이었다. 이날 참석자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모두 청와대가 권한대로 '노타이' 차림이었다. 마치 한 회사의 회식 장면과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제공되는 맥주도 아무거나 쓰지 않았다.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중소 업체인 세븐브로이맥주가 제공됐고,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기업인들의 맥주를 따르고 날랐다. 문 대통령은 직접 자신의 맥주를 따랐다.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간단한 안주로 준비한 해독작용을 하는 무를 이용한 카나페는 사회의 갈등과 폐단을 씻어내자는 의미를 담는 등 음식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문 대통령은 각 기업인들에게 '맞춤형 질문'을 준비한 모습이었다. 박용만 회장에게는 "지난주에 손자를 보셨다고 들었다"라며 "손자, 손녀가 아들딸하고 또 다르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에 참석자들 사이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 자동차 배터리 산업과 관련한 대화 중 정용진 회장에게 "테슬라 1호 고객아닌가요?"라고 물으며 특별한 관심을 내보였다. 또 박정원 회장에게는 두산 야구단의 순위를 묻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전 '호프 미팅'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함영준 회장과의 대면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자산총액 순위 10위권에 기업들이 참석했다. 오뚜기는 자산총액 100위권의 기업으로 중견기업 간담회에 어울리는 업체다. 하지만 정규직 채용, 사회적 기여 등으로 '착한 기업'의 이미지가 높은 오뚜기를 참석시키면서 간담회 자체의 흥행도를 높이고 다른 재벌 대기업 참석자들에게도 오뚜기와 같은 정책을 기대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함 회장과 나란히 서서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신을 의미하는 GOD을 붙여 높이는 말)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물었다. 이에 함 회장은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국민 성원이 힘이니 잘 발전하리라 기대한다"고 하자 "열심히 하겠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예 오뚜기를 "우리 새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유머를 섞어 대화를 주도하면서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자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후 본격적인 간담회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와 토론이 이뤄졌다. 과거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단상에 서서 인사말을 하고 자리에 앉은 기업인들은 수첩에 그 말을 받아 적는 모습과 완전히 대비되는 장면들이 연출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수제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반장식 일자리 수석,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김동연 경제 부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경제수석, 최종구 금융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수제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반장식 일자리 수석,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김동연 경제 부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경제수석, 최종구 금융위원장. ⓒ 연합뉴스

실제로 간담회 이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는 문 대통령의 말은 거의 담기지 않았고 대부분 기업인들의 말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의 말을 더 중요하게 비중있게 보도해야 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문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박 대변인에게 물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동네 사랑방인가 할 정도의 분위기였다"라며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말에 계속 관심을 표하고 경청하는 자리였다"라고 전했다.

청와대 측은 대화가 마무리 될 때 즈음 저녁 메뉴로 준비된 비빔밥에도 각별한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미역과 조개, 낙지를 넣은 비빔밥은 각자를 존중하며 하나를 이뤄내는 공존의 미학과 미감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행사를 마치면서 이날 참석자 중 가장 연장자인 손경식 CJ 회장은 "오늘 매우 만족스러웠다"라며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다'고 느끼고 간다"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혹시 말하지 못한 게 있는가"라고 물으며 "앞으로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말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당초 75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행사는 2시간 20분 만에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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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기업인#청와대#간담회#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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