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1년,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자체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었음을 밝혔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내외의 자료를 활용하여 특정정당의 선거승리 방안을 제안하거나 야권 인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본래의 활동 영역에서 벗어난 영역'을 다룬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국정원 측은 이번 조사대상 문건 8건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실 행정관이 유출한 국정원 및 경찰의 715건의 문건 중 일부이며, 세계일보가 2015년 보도한 13건의 문건 중 8건이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702건은 2014년 검찰이 청와대에 반납하여 확인이 불가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TF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인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간 α(알파)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음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2012년에만 30개팀에 달했던 이 민간 사이버 외곽팀의 주 업무는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 등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올려 국정 지지여론을 확대하고, 정부 비판 글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해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국정원은 이를 위해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000만~3억원을 썼으며 총선과 대선이 있던 2012년에는 그 한 해에만 총 30억원을 지출했다고 합니다.
조중동, 관련보도 마지못해 8면·4면·12면 '1건'씩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의 발표에 대한 보도량은 한국일보가 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향신문이 3건, 한겨레가 2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세 매체는 관련 보도를 모두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각각 1건씩의 보도만을 내놓았으며, 이를 8면(동아), 4면(조선), 12면(중앙)에 배치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매체가 이번 발표 대신 1면에 배치한 소식은 무엇이었을까요? 동아일보는 <"북 최대한 압박 추가 도발 억제">라는 제목의 한미일 안보 책임자의 첫 화상회의 관련 브리핑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하고, 그 외에는 8.2 부동산 대책과 청와대의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 발언, 초등교사 선발 인원 축소 등의 이슈를 1면 기사로 전했습니다.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브레이크 걸린 '수능 절대평가'>입니다. 그 외에는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김정은을 향해 "편안하게 잠을 자서는 안 될 것"이라 발언한 것을 다룬 <"김정은 편안하게 잠자선 안될 것" 백악관 '국무장관의 대화설' 일축>과 초등교사 선발 인원 축소, 8.2 부동산 대책 등을 다룬 기사 등이 1면에 배치되었습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로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폭풍을 다룬 <아파트 잔금 어쩌나 '대출 쇼크' 8만명>과 정부가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의무고발요청권을 갖는 기관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배치했습니다.
조중동, 보도 제목도 모조리 '따옴표' 처리조중동의 '몸 사리기'는 관련 보도 제목의 형태에서도 드러나는데요. 경향신문이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여론조작 MB 땐 민간인 3500명이 활동>, 한겨레가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 한국일보가 <MB 국정원, 민간 댓글부대 3500명 운영> 등으로 관련 보도 제목을 '따옴표 없이' 분명하게 자사의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는 반면, 조중동의 관련 보도 제목은 <"국정원, 2011년 10·26재보궐 선거 직후 야후보-지지자 엄정 처벌 보고서 작성">, <"MB때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 30개 팀 운영했다">, <"MB 정부 국정원, 민간인 3500명 댓글 부대 운영">으로 모두 TF 측 발언을 따옴표로 인용한 것들입니다.
여전히 '이명박' 이름 석 자 숨기는 동아보도 내용에서의 차이점은 없었을까요?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동아일보가 관련 보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국정원, 2011년 10·26재보궐 선거 직후 野후보-지지자 엄정 처벌 보고서 작성">(8/4 황인찬 기자
https://goo.gl/Bcx71M)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일체 나오지 않습니다. 2011년이 이명박 정권 시기였다는 사실조차 언급하고 있지 않지요. 반면 동아일보를 제외한 5개 일간지는 모두 관련 보도 제목 혹은 부제, 기사 본문을 통해 'MB'의 존재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앞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언론통제, 여론조작을 지시한 정황 등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 되었을 때도, 관련 보도에서 일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었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그의 재가 없이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입니다.
조중동, 댓글 사건 재수사 가능성도 '외면'조중동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세 매체의 관련 보도에는 '검찰 재수사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아예 담겨 있지 않습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검 "국정원 댓글 사건 재수사">(8/4 정대연 기자)을 통해, 한국일보는 <검, 국정원 정치개입 재수사 불가피>(8/4 김청환․김민정 기자)를 통해 아예 '재수사' 문제를 별도의 기사로 다뤘습니다. 또 한겨레는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8/4 서영지 기자)에서 "티에프의 이런 조사 내용은 그동안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가 이날 외곽팀 운영 외에 심리전단의 '온라인 여론 조작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이런 일에 개입한 내부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중 경향신문의 경우 6개 일간지 중 유일하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남은 공소시효가 5개월뿐이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조선은 '댓글알바 규모' 언급도 최소화'댓글부대의 규모'를 전하는 태도에서도 차이점은 있었습니다. 전날인 3일 온라인에 송고된 한겨레의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8/4 서영지 기자
https://goo.gl/VW33eG)와 JTBC의 <MB 때 국정원 '대규모 민간 댓글부대' 운영 첫 확인>(8/3 서복현 기자
https://goo.gl/Cf1Lu8) 단독 보도를 통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구성된 민간인 댓글부대가 2012년에는 3500명까지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실제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보도 제목에 '3500명'이라는 이 수치를 언급하며 댓글부대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는 보도 내에 "2009년 5월 포털 9개 팀으로 시작해 2011년 8월에는 24개 팀으로 확대됐다. 2011년 3월에는 트위터 4개 팀이 개설됐고, 2012년 4월 6개 팀으로 늘어 외곽팀은 총 30개 팀으로 확대됐다"고만 전하고 있을 뿐, 실제 그 구성원이 3500명에 달한다는 정보는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기사 말미에는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의 "(국정원) 댓글 작업에 사용된 아이디가 현재 파악된 것만 3000개" "다만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썼을 가능성이 있어 가담자 수는 그보다 적을 것"이라는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MB때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 30개 팀 운영했다>(8/4 박국희 기자
https://goo.gl/jttXaT) 보도 부제에 <"2012년 대선때 여론 조작… 학생·주부 등 3500명으로 구성 한 해에만 예산 30억원 사용">이라 언급하고 있는데요. 다만 기사 본문에서는 "이날 일부 언론은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졌던 2012년에는 '외곽팀'이 30개 팀, 3500명 수준까지 규모가 늘어났으며, 국정원이 이들의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000만~3억원씩 한 해 3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외곽팀'의 인원 규모와 예산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정치 보복' 반응은 중앙일보만 전달
자유한국당은 국정원 적폐청산TF의 발표 결과에 대해 구두논평 등을 통해 국정원 적폐청산TF의 정치적 의도를 운운하기는 했으나, 공식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은 상황인데요.(8/3 오후 3시 기준)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 말미에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국정원의 과거 적폐를 조사한다는 TF가 공교롭게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정치적 보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발언을 붙여 놓기도 했습니다. 전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4일 오후 3시 기준 온라인상으로도 '중앙일보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