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도하는 그림 여행기입니다.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만, 중국, 베트남을 여행하며 만난 동물들, 그들 삶의 단편을 그림과 짧은 글로 전합니다. 혼자 천천히, 꾸준히 그리는 그림의 성숙 과정도 느긋하게 감상해주세요. - 그리고 쓰는 이
타이페이 반차오(板橋)에서 열흘여 머무는 동안, 매일 밤 편의점 앞에서 잠을 자던 개. 온몸이 까맣고 덩치가 송아지만했는데, 아무도 눈치 주거나 내쫓는 이가 없었다.
'타이베이 동물원(臺北市立動物園)'에 사는 판다. 판다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자리를 다투고 사진을 찍느라 왁자지껄했다. 그런 사람들을 대나무를 맛있게 먹으며 이따금씩 바라보던 판다.
타이베이 동물원은 비교적 풍부한 자연 환경, 사람들이 함부로 동물을 만지거나 놀래키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게, 동물이 외부 위험이나 소란을 피해 숨거나 쉴 수 있게 배려하고 있는 비교적 '착한 동물원'이다(관련 기사 :
'때와 행운'을 기다리는 동물원).
타이베이 '용산사(龍山寺)' 인근 야시장. 한 식당 입구에 살아 있는 쥐와 뱀을 가둬두고
'산 채로 잡아준다'는 안내문을 붙여 뒀다.
살기 위해 혹은 먹는 즐거움을 추구하나 생명의 가치와 고통에 공감해 최소화 하는 육식과, 무감각하고 과도하게, 무엇보다 충분히 덜어줄 수 있는 고통을 극대화시켜 다른 생명을 잡아먹는 행위는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숙소를 찾던 중, 어느 가게 앞 보도에 양 다리를 묶인 새 두 마리를 봤다. '장식용일까, 식용일까...' 궁금해하면서 어느 쪽이던 극도로 고통스럽긴 매한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대만 스먼(石門)의 한 바닷가. 궂은 날씨, 사람 없는 해변에 한 여인과 반려견이 나와 있었다.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남편인 듯한 이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바다와 해안도로 사이 넓은 잔디밭을 맘껏 뛰노는 개들. 얼마나 신나 보이던지, 꼬리를 한껏 추켜올린 엉덩이마저 웃고 있는 듯했다.
바다를 따라 길게 난 해안가 산책로.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다 잠시 멈춰 서니 발 아래 게 한 마리가 더디 길을 가고 있었다.
사람만을 위한 길이 아님을. 천천히, 두루 살피며 다녀야겠다.
이른 새벽, 킬룽항 인근의 한 찻집. 반려인과 함께 온 개가 얌전히 오래도 앉아 있다. 이따금씩 눈이 마주치면 새초롬한 표정을 짓는다.
<동물들 실물 보기>
덧붙이는 글 | 같이 사는 우리) https://www.facebook.com/wearelivingtogether/ 서툴지만 그림으로 전해요. 같이 사는 동물 가족&이웃들의 삶을.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손수 그린 그림들을 차곡차곡 모아 엽서책을 만들 예정입니다. 동물들을 만나는 여행, 그 여정 가운데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을 도울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