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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높이까지 자란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자 상류 체육공원에서 떠내려온 축구 골대가 걸려있다.
키 높이까지 자란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자 상류 체육공원에서 떠내려온 축구 골대가 걸려있다. ⓒ 김종술

공주보는 이른 아침부터 수문을 열고 닫고를 반복했다. 강바닥 펄물이 뒤집히면서 악취가 진동했고 세종보 버드나무엔 축구 골대가 걸렸다. 장맛비에 떠내려온 것이다. 세종보 하류 강바닥에서도 실지렁이가 발견되었다.

장맛비에 뒤집힌 흙탕물이 가라앉으면서 공주보 상류에는 녹조가 피어올랐다. 바람을 타고 밀려드는 녹조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녹조가 군데군데 뭉쳐지고 있다. 깊은 물 속에서 살아가던 물고기들도 떠오르고 있다. 물속 용존산소가 부족해진 것이다.

11일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와 함께 찾은 공주보는 분주했다. 공도교 인도에 낯선 장비가 설치됐고 열렸던 수문이 닫혔다. 수자원공사 바지선은 바쁘게 움직였고,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공주보 수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면서 쓰레기와 뒤섞인 흙탕물로 변했다.
공주보 수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면서 쓰레기와 뒤섞인 흙탕물로 변했다. ⓒ 김종술

공주보의 모든 수문을 여니 보에 걸려 있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강바닥에 쌓인 누런 펄들도 빨려 나간다. 보를 타고 흘러내린 펄물과 쓰레기가 뒤섞이면서 시큼한 악취가 풍겼다. 이날 공주보 시공사인 SK건설은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세굴에 따른 하자보수를 끝내고 수자원공사와 함께 (강바닥) 하상 변화를 측정했다.

 공주보 상류에서 수자원공사 바지선이 조사를 위해 강물을 휘젓고 다닌다.
공주보 상류에서 수자원공사 바지선이 조사를 위해 강물을 휘젓고 다닌다. ⓒ 김종술

수자원공사 담당자는 "(하자보수) 바닥보호공 공사가 잘 됐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수문을 열었을 때 방류량과 유속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을 하고 수문 방류 후에 시공사에서 배를 타고 하상 조사(수심 측량)를 하고 있다"면서 "오늘 조사가 끝나면 정상적으로 20cm 내려서 수문을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상류 쌍신공원과 백제큰다리 부근에선 녹조가 띠를 이루고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강물도 녹색빛이다. 10여 마리에서 50마리의 무리를 이룬 눈불개들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뻐끔거린다. 물 속 산소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동행중인 최다니엘 수녀가 한숨을 내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산성에서 바라다본 강물이 온통 녹색 빛이다. 물고기들이 물 위쪽까지 떠올라 둥둥 떠다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산성에서 바라다본 강물이 온통 녹색 빛이다. 물고기들이 물 위쪽까지 떠올라 둥둥 떠다닌다. ⓒ 김종술

"물 속에서 살아가야 할 물고기들이 물 위로 떠오르고 있어요. 새들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면서 입을 밖으로 내밀어 숨을 쉬고 있네요. 오염이 심하면 사람들도 산소가 부족해서 숨쉬기가 거북한데 말 못 하는 물고기들은 어떨까요? 옥빛 강물에서 살던 물고기가 녹색 강물에서 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강변 곳곳에 쌓인 쓰레기, 버드나무에 걸린 축구 골대

 세종보 좌안 하류 200m 지점 버드나무 군락지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걸려있다.
세종보 좌안 하류 200m 지점 버드나무 군락지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걸려있다. ⓒ 김종술

세종보도 분주했다. 수자원공사는 장맛비에 떠내려간 부유물 차단 펜스를 추가로 설치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수력발전소 하류 물가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굳게 닫힌 세종보 위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잦은 소나기로 강물이 풍족해졌기 때문이다.

수변공원이 있는 세종보 건너편으로 이동하는 둔치에도 쇠말뚝이 세워졌다. 굵은 쇠말뚝에는 큼지막한 자물쇠가 채워졌다.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최근에 추가 설치한 것이다. 어도(물고기 길)가 있는 세종보 건너편을 살피기 위해 걸어갔다. 뜨겁게 달아오른 콘크리트 산책로에서 내뿜는 열기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원은 잡초밭으로 변했다. 키를 훌쩍 넘겨 자란 잡풀 때문에 가까운 거리를 돌아서 가야 했다. 하류 버드나무 군락지에서도 희끗희끗 쌓인 쓰레기들이 보였다.  최근 장맛비에 수위가 상승하면서 쓰러진 버드나무와 떠밀려온 쓰레기가 뒤섞여 썩고 있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로 갈아 신고 들어가자 온통 쓰레기 밭이다. 악취가 진동한다. 버드나무에는 축구 골대가 걸려있다.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차단 펜스도 나뒹군다. 프라이팬 냄비도 보인다. PVC 물병부터 농약병까지 떠내려왔다.

세종보가 보이는 물 속으로 들어가자 허벅지까지 푹푹 빠진다. 강바닥이 온통 펄 상태로 변했다. 양준혁 간사가 손으로 강바닥을 파헤치자 시커먼 펄 흙이 올라온다.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였다.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세종보 하류에서 손으로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다.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세종보 하류에서 손으로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다. ⓒ 김종술

 세종보가 바라다보이는 200m 지점을 파헤치자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세종보가 바라다보이는 200m 지점을 파헤치자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 김종술

양준혁 간사는 "4대강 사업 전에도 강물이 범람하면 많은 쓰레기가 떠내려왔다. 그러나 이번 쓰레기의 80~90%는 4대강 쓰레기다"라며 "수변공원에서 벤 잡풀들과 시설물이 대부분이다. 사람들도 찾지 않는 강변에 공원과 체육시설물을 만들어 놓았는데, 관리가 안 되면서 버드나무 꼭대기에 축구 골대가 걸리는 지경까지 치달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금강은 원래 장맛비가 내려 지류 지천에서 흙탕물이 유입되어도 하루 이틀이면 맑은 물이 흘렀는데 이제는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걸린다"면서 "그러니 오염원이 흘러가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다. 수문을 20cm 낮추고 수문개방이라고 말장난을 하기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수자원공사#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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