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롯데그룹 관련 '뇌물 혐의'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면세점 특허 인허가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은 뒤 그 대가로 K스포츠재단을 통해 70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에서 공범으로 바뀐 롯데롯데그룹은 처음엔 면세점 선정의 피해자였다. 감사원이 지난 7월 11일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롯데는 국내 면세업계 1위였지만 2015년 7월, 11월 두 차례에 걸친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관세청의 부당한 점수 산정으로 탈락했다. 당시 롯데는 잠실 월드타워점, 소공동 롯데면세점이 면허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롯데에 강한 워닝(경고)을 보내라"며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과연 롯데 면세점 탈락은 박 전 대통령의 주장처럼 대기업 독과점규제의 일환이었을까.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016년 3월 14일 독대 이후 다시 면세점 추가 특허를 얻게 된다. 관세청은 독대 한 달 뒤인 4월 신규 면세 사업자 4곳을 추가로 선정했다. 앞서 관세청은 2015년 "2년마다 면세점 추가 특허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7년 이후에 면세 사업자 추가 선정이 진행돼야 했다.
독대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했고, 박 전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 지원을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롯데는 70억 원을 K스포츠재단에 건넸으나 6월 초 검찰이 롯데를 압수수색 하기 전날 출연금을 다시 돌려받았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롯데는 처음엔 피해자였지만,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수혜자로 입장이 바뀌었고, 박 전 대통령이 비선측근을 동원해 추진하던 재단엔 거액의 현금이 건네졌다. 누가 봐도 인과관계를 추측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신 회장 측은 이 모든 과정이 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이다. 대통령 독대 시 면세점 문제를 말한 적도 없고, 추가 특허는 독대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롯데 측은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출연금이 면세점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의 변호인단은 "2016년 3월 독대 전부터 서울 시내 면세점의 특허권 추가 발급이 논의됐다"며 "2016년 1월 기재부가 청와대에 면세점 추가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K스포츠재단이 요구한 70억 원을 롯데가 35억 원으로 줄이겠다고 제안했다"며 "청탁할 입장이었다면 출연금을 줄여서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주장 뒷받침하는 법정 증언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40차를 넘어가면서 롯데면세점 특혜 혐의도 마무리돼가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당분간 신동빈 피고인의 재판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박근혜·최순실과) 변론을 분리해서 다음 기일을 추후에 잡겠다"고 밝혔다. 롯데 관련 증인 신문이 대부분 끝났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롯데 면세점 특허 관계자들이 증인석에 섰다.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면 롯데 면세점 특혜시비 등을 우려해 (면세점 추가 특허를) 무리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 - 김낙회 전 관세청장"롯데는 면세점 경쟁력이 가장 높았으므로 추가 선정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롯데의 면세점 활동으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 이아무개 전 기재부 관세제도과장"청와대 지시에 따라서 기재부가 (면세점 추가) 특허 수를 많이 늘리라고 관세청에 압박을 가했다." - 이아무개 전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이들은 "청와대 지시가 없었다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을 무리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건영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실 행정관은 지난달 27일 법정에 출석해 "2015년 11월 14일 롯데가 면세점 특허를 상실한 이후 검토할 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김낙회 전 관세청장은 지난 3일 법정에 출석해 "(면세점 특허를) 새로 추가할 계획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기재부도 청와대 지시 이후 면세점 특허 추가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고 인정했다. 이아무개 기재부 과장은 "특허 수를 늘린다는 것 자체가 롯데와 SK에 내주겠다고 직접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기회를 얻은 것으로도 특혜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롯데 봐주기' 논란도 이미 예상했다. 황아무개 관세제도과장은 10일 "청와대 지시로 특허 수를 추가 확대하면 롯데가 특허를 획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특혜 시비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며 "기재부는 대응 논리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면세점 추가 특허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 70억 원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는 논리지만, 면세점 추가 선정 과정을 아는 공무원들은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는 점을 증언하고 나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