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황승민이라고 합니다. 오늘 국회에 처음 와봤는데, 본청 주변에 '가이즈카 향나무' 같은 일본식 외래 수종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국회는 민의를 수렴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곳이니 전통적인 한국 소나무로 대체하는 게 더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14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또박또박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복을 갖춰 입은 황승민 학생(문화재제자리찾기 청소년연대 부단장, 과천외고 2학년)이 마이크 앞에 섰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병,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주최한 '국회 본청 일본 수종 변경 관련 기자회견'에 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은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인 가이즈카 향나무 수천 그루로 둘러싸여 있다. "국회가 가이즈카 향나무에 포위돼 있다. 여전히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어 유감스럽다(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문화재청도 '부적합 판정'을 내린 일본산 향나무가 국회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고, 국민 정서에도 반하는 일이다(한정애 의원)"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명 '왜향나무'로도 불리는 가이즈카 향나무는 일제 강점기인 1909년 1월 조선 초대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가 대구를 방문해 달성공원에 두 그루를 기념 식수한 것을 계기로 한국 전역에 퍼졌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이 향나무는 일제가 점령지에 많이 심은 오사카 지방의 특산종이라고 한다.
황승민 학생은 이날 한정애 의원 등과 함께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회에 있는 일제 잔재를 한국 전통 수종으로 교체하자는 청원을 하기 위해 왔다"며 "민의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국회에 일본식 향나무가 여전히 남은 걸 보며 반감도 들고, 한편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훈민정음 국보 1호 지정 운동 등 문화재 환수 운동에 동참해온 '문화재제자리찾기 청소년연대' 부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에 심어진 가이즈카 향나무를 전통 수종으로 바꿔 달라는 청원을 제출했다"며 "가이즈카 향나무는 문화재청이 이미 사적지 부적합 수종으로 결정해 아산 현충사 등에서 모두 제거된 수종이다. 국회는 2014년 5월, 국립현충원에 식재된 가이즈카 향나무, 노무라 단풍 등을 시정하라는 취지의 '현충원 일본 수종 제거 관련 청원'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고 알렸다.
다음은 이날 황승민 학생과 나눈 1문 1답 인터뷰 전문이다.
"일본 잔재인 가이즈카 향나무, 전통 수종으로 바꿨으면"
- 오늘 국회에 오게 된 이유는."저는 '문화재제자리찾기 청소년연대'라는 단체에서 부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중고교 연합동아리이고, 중고등학생들이 약 100명 정도 포함된 단체다. 단체를 대표해 왔고, 국회 주변에 남은 일본 잔재들을 없애고 한국의 전통 수종으로 교체하자는 청원을 하기 위해 여기 왔다."
-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얘기일 것 같다. 어떤 게 문제라고 봤나."국회는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광복 뒤 수립된 건데, 일본 잔재가 국회 주변에 남아있다는 거 자체가 아직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닐까. 그리고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 스스로가 이런 걸 심었다는 것 자체가 역설이고 모순이 있는 것 같다.
이 나무가 일본의 강요로 심어진 건 아니지만,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곳 아닌가. 앞서 현충사 같은 곳에서도 저희가 일본 나무를 없애는 활동을 해왔다.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 그랬던 것인데, 그렇게 볼 때 국회는 대한민국 민의를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 그럼 현재의 국회 본청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아까 대표님이 낸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전국 각 도에 있는 전통 소나무를 대표적으로 하나씩만 가져와서 심으면 어떨까. 그게 한 300그루 정도라는데, 국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곳이니까 전국의 소나무를 심는 그런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 현재 심어진 가이즈카 향나무는 외래종이라서, 손도 많이 가고 관리하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
- 오늘 국회에 와서 향나무들을 보니 느낌이 어땠나."국회를 둘러싼 이 나무들이 모두 외래종이라는 것에 놀랐다. 제가 속한 단체가 앞서 계속해서 일본이 한국에 남긴 잔재를 없애려 청원도 하고 많은 활동을 했는데, 국회에 이렇게 많은 가이즈카 향나무가 남아있다는 데에 반감도 들고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저걸 우리 힘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문제를 몰랐던 사람들도, 이렇게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면 같이 더 노력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 한마디를 남긴다면. "내일이 8.15 광복 72주년이다. 이를 맞아 한국과 일본 관계가 어때야 할지 좀더 관심을 두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국민 민의가 모이는, 대한민국 대표하는 국회라는 기관에 아직 일본 잔재가 남아있다는 건 한국의 민족적 자긍심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한국 전통 수종으로 교체할 때까지 국민이 함께 관심 가져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