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를 감싸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각)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에 대해 "한편에는 나쁜 단체가 있고, 반대편에는 매우 폭력적인 단체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태는 두 편(both sides) 모두 비난받아야 한다"라며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지만, 반대편에는 허가 없이 집회에 와서 공격한 단체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맞불 시위를 벌인 반대편도 함께 비판한 것이다.
그는 기자들이 반박하자 "대안 우파를 공격한 대안 좌파는 죄가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나는 그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서로 폭력을 휘두른) 매우 끔찍한 날이었다"라고 설전을 벌였다.
이어 "나는 '신 나치'를 비난해왔다"라며 "그러나 (시위대) 모두가 신 나치는 아니라고 믿으며, 그들 모두가 백인우월주의자들도 아니다"라고 사실상 백인우월주의 시위대를 두둔하는 주장까지 했다.
다만 시위 현장에서 차량으로 사람들을 향해 돌진해 사망 사건을 일으킨 용의자에 대해서는 "그것은 살인이고, 그는 살인자"라며 "그가 저지른 일은 끔찍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전날 미국 버니지아 주 샬러츠빌에서는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이 폭력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해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시민 1명과 경찰 2명이 숨지는 등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넘게 이번 사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나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신속한 성명보다는 최대한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해서 입장을 발표한다"라고 해명했다.
극우단체 대표 "트럼프 용기 있어... 감사하다"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미국의 대표적인 극우단체 KKK(큐클럭스클랜)의 전 대표 데이비드 듀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한다"라고 지지했다.
그러자 즉각 비난이 쏟아졌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데이비드 듀크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환호했다면, 그는 아주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위대하고 훌륭한 대통령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추구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력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은 인종 차별을 비난하지 않는 대통령보다 훨씬 더 좋은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집권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우리는 분명히 해야 한다"라며 "백인우월주의는 역겨운 것이며, 편견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모든 가치와 어긋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