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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 평화의 소녀상에 누군가 매주 꽃다발을 가져다 놓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예산군 학생 동아리 <참길> 소속의 학생들이다.
예산 평화의 소녀상에 누군가 매주 꽃다발을 가져다 놓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예산군 학생 동아리 <참길> 소속의 학생들이다. ⓒ 이재환

충남 예산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지도 4개월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매주 소녀상에는 누군가 조용히 꽃 한 다발을 놓아두고 가고 있다. 주변을 탐문해 봐도 꽃을 놓아 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는 의외로 쉽게 밝혀졌다. 정기정 예산참여자치연대 대표는 얼마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산 지역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매주 주말마다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고, 꽃다발도 놓아두고 간다"고 귀띔했다.

최근 소녀상 건립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소녀상 주변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폐가구를 버리고 가거나, 자전거를 묶어 놓고 거치대로 쓰는 등 소녀상을 훼손 하는 사례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점은 주목할 만하다.   

충남 예산에는 지난 1994년부터 이어온 '참길'이라는 학생 동아리가 하나 있다. 예산고, 예산여고, 예화여고, 삽교고, 덕산고 등 예산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매달 한 번씩 모여 시사문제를 놓고 토론 벌이고, 농활과 같은 봉사활동도 이어 오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예산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 봤다. 지난 19일 참길 학생들은 예산참여자치연대 사무실에 모여 2학기 개강 파티를 열었다. 동아리 참길 소속 학생들은 지난 4월 13일, 예산평화의소녀상이 건립된 직후 '예산평화나비(아래 나비단)'를 꾸리고 매주 소녀상을 돌보고 있다.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한 <참길> 학생들이 지난 19일 예산 참여자치 연대 사무실에서 개강 파티를 열고 있다.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한 <참길> 학생들이 지난 19일 예산 참여자치 연대 사무실에서 개강 파티를 열고 있다. ⓒ 이재환

 
나비단 학생들은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며 나름 느낀 점이 많은 듯 보였다. 채혜지(예화여고, 1) 학생은 "소녀상이 세워지기 전에는 분수대 앞을 무심코 지나가곤 했다"며 "소녀상이 세워진 후에는 소녀상 뒤에 적힌 소개 글을 보며, 아픈 역사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채혜지 학생의 말을 더 들어 보자.

"특별히 청소 당번이 아닌 날에도 소녀상 주변을 지나갈 때면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가끔 소녀상 앞에 커피를 두고 가거나, 동전을 올려놓고 가는 경우, 심지어 먹을 것을 두고 가는 경우도 목격한다.

소녀상을 배려하는 뜻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란 점은 잘 안다. 그러나 소녀상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의 희생과 아픈 역사를 잊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혹시라도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는 일이 귀찮지는 않을까. 이도연(예산여고, 2) 학생은 "26명의 학생들이 매주 두 명씩 순번을 정해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며 "순번이 자주 돌아오지 않다 보니 크게 부담스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수환(예산고, 3) 학생도 "소녀상 건립 이전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상이 건립되고 나비단 활동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아픈 역사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참길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구성현(시량초등학교) 교사는 "소녀상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토론도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도 직접 만나면서 아이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성현 교사와 참길 소속의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성현 교사와 참길 소속의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재환

"소녀상 우상화 대상 아니다,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상징일 뿐"

구성현 교사는 소녀상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국수주의나 애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녀상을 우상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요즘 나비단 학생들과 국수주의나 애국주의, 자칫 소녀상이 우상화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소녀상의 목적은 역사의 진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동안 위안부와 관련된 피해 사례나 진실이 왜곡되어 왔다.

소녀상은 그것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비단 활동의 주요 목적도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다. 소녀상을 만들고, 그것을 사업화 하거나 이벤트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앞으로 학생들이 그런 취지를 잘 살려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예산고등학교 한택호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소녀상을 추진하는 전 과정에 참여했다. 회의에도 성인들과 동일한 자격으로 임했고, 소녀상 건립 기금을 모을 때도 학생들이 앞장섰다. 그런 인연으로 학생들은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게 된 것이다. 소녀상 지킴이로 나선 학생들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참길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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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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