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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삼성전자는 다음 달 출시를 앞둔 갤럭시 노트 8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특정 기업의 신상품 출시 관련 정보에 방송사들이 보인 호응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지상파 3사를 포함한 총 6개 방송사가 24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일제히 별도의 보도 꼭지를 할애해 '삼성 갤럭시 8 공개' 소식을 전했거든요. 유일하게 삼성 갤럭시 8 출시 소식을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하지 않은 것은 JTBC 뿐입니다.

삼성 갤럭시 8 출시, JTBC 외 모두 저녁종합뉴스에서 보도

무엇보다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홍보성 표현'의 수위는 낯 뜨거운 수준입니다.

먼저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 무려 두 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17번째 보도인 <갤럭시노트8 공개…"성공적 부활">(8/24 https://goo.gl/fVU5nM)은 "삼성전자가 뉴욕에서 갤럭시 노트 8을 공개했습니다. 눈길을 확 끄는 신기술 보다는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기능을 첨단화했는데, 외신들은 노트7 발화 파문의 악몽을 벗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내용도 "테두리를 거의 없앤 디자인으로 화면을 최대한 키웠고, 광각과 망원 카메라 2대를 장착해 먼 배경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새로 장착된 프로그램은 이처럼 펜으로 쓰고 작성한 동영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전송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보다 강화하거나 웹페이지나 문서에 펜을 대면 번역해 주는 기능도 첨가했습니다" 등으로 상품의 기능을 상세히 나열하는 것입니다. 보도는 갤럭시 8에 대한 외신의 호평을 전한 뒤 "미국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된 상태에서 애플도 신제품을 곧 선보일 예정이라 소비자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라는 기자 발언으로 마무리됩니다.

이것만으로는 삼성 갤럭시 8의 '좋은 면'을 다 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KBS는 연이어 "최신 스마트폰들은 인공지능을 앞세워 미디어와 금융 분야로 그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담은 <'다재다능' 차기 스마트폰>(8/24 https://goo.gl/DB61GC) 보도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이 보도는 일단 "지난 2015년 나온 갤럭시S6. 보시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했습니다. 올 상반기 출시한 S8에선 기기의 테두리를 없앴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시작됩니다. 또 이어지는 내용에서 KBS는 "스마트폰이 캠코더를 대체할 것"이라며 수잔 다실바 삼성전자 미국법인 제품전략감독의 "'듀얼' 소프트웨어로 사진뿐만 아니라 비디오까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라는 발언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삼성 갤럭시 8 공개 관련 방송사 보도 화면 갈무리
삼성 갤럭시 8 공개 관련 방송사 보도 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MBC는 <신제품 출시 경쟁… 가을전쟁 '후끈'>(8/24 https://goo.gl/1qrKxP)에서 표면적으로는 '프리미엄 휴대폰 전쟁'이라는 이슈에 집중한 척 하고 있는데요. 실제 보도 내용은 KBS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보도는 "미국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 화면 대각선 길이가 6.3인치로 노트 시리즈 가운데 가장 큽니다. 테두리를 최소화한 디자인과 함께, 1천2백만 화소의 광각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가 함께 장착된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라고 전한 뒤 "(갤럭시 시리즈 중에) 듀얼 카메라는 처음이잖아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듀얼 카메라가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아이폰보다는 성능이 더 뛰어난 것 같아요"라는 등의 'IT 전문가'들의 발언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무엇보다 전작 노트 7의 발화 문제로 홍역을 치른 뒤라 안전문제가 관심이었는데, 삼성전자는 배터리 용량은 줄였지만 사용시간은 비슷하다고 강조했습니다"라고 말하고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의 "멀티태스킹이 쉽고, 필기는 효과적이며, 그림은 생생하도록 만들었습니다"라는 발언을 또 덧붙였습니다.

KBS 보도와 MBC 보도의 차이점은, MBC는 삼성 이야기만 하지 않고 이 뒤에 LG와 애플의 소식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러나 2분24초짜리 보도에서 1분이 넘도록 삼성 갤럭시 노트8 관련 장점을 나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MBC가 무엇을 위해 이 보도를 만들었는지 그 의도는 명백해 보입니다.

SBS도 <돌아온 '갤노트'…하반기 격돌 예고>(8/24 https://goo.gl/G3HoSz)에서 LG와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함께 말하며 "하반기 치열한 격돌"을 운운하고 있는데요. 보도의 절반 가량이 갤럭시 노트 8 공개 행사장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 공개된 갤럭시 노트 8은 갤럭시 시리즈로는 처음으로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고 펜을 이용한 동영상 메시지 전송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폭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용량은 다소 줄였고 혁신보다는 기존 노트 시리즈의 장점을 강화했다는 평가입니다"라는 설명도 당연히 빠지지 않았습니다.

종편은 더 노골적인 제목 선정

종편도 다르지 않습니다. 보도 제목은 더 노골적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TV조선의 관련 보도 제목은 <'노트 7 잊어라'… 베일 벗은 노트 8>(8/24 https://goo.gl/jLoQp6)인데요. 그냥 보도자료 혹은 광고라고 해도 납득이 되는 수준입니다.

내용은 지상파와 유사합니다. 먼저 앵커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선고 공판을 앞두고 하반기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8을 뉴욕에서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노트 세븐이 배터리 사고로 겪었던 실패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특히 진화된 S펜 기능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라고 보도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자는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8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S8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홈버튼이 없고, 테두리를 최소화했습니다"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바로 메모할 수 있는 기능도 한 단계 진화했고, 기존 단어 번역만 가능했던 것도, 문장 전체가 가능해졌습니다. 삼성폰 최초로 듀얼카메라도 탑재됐습니다"라는 설명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 보도의 마지막 구절은 "노트8의 가격은 100만원 대가 예상되며, 오는 9월 15일 국내에 출시할 계획입니다"이기도 합니다.  

채널A 역시 <2개의 눈 달고 '노트'가 왔다>(8/24 https://goo.gl/D2QsHb)라는 노골적 제목의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기자는 "저장된 사진에 펜으로 글씨를 쓰자, 글자가 예쁘게 변하며 움직입니다. 움직이는 손글씨를 메신저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은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 진화했습니다" "카메라는 광각과 망원 렌즈, 2개가 장착돼 풍경과 인물을 모두 선명하게 찍을 수 있습니다" "손떨림 보정 기능까지 적용돼 밤에도 흔들림 없는 사진이 가능합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상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MBN의 <듀얼카메라 첫 탑재>(8/24 https://goo.gl/z6dmrf)는 김주하 앵커의 "삼성전자가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8을 공개하고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습니다. 더 커진 화면에 펜 기능을 한층 더 정교하게 강화한데다, 삼성 스마트폰 최초로 '사람의 눈'을 닮은 듀얼카메라를 장착했습니다. 갤럭시노트7의 악재를 딛고 글로벌 1위 굳히기에 나섰습니다"라는 멘트로 시작되는데요.

이어지는 리포트에서 기자는 "새롭게 선보인 갤럭시노트8의 화면을 켜고, 노트 시리즈의 핵심인 펜으로 직접 글씨를 써봤습니다. 문자를 누르는 대신, '잘 지내니'라고 쓰고 전송을 누르니,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나만의 메시지가 완성됩니다" "화면은 역대 노트시리즈 중 가장 큰 6.3인치로 시원함을 더했습니다. 또, 삼성폰 최초로 광각과 망원 기능을 갖춘 듀얼 카메라를 탑재해 손떨림을 없앴습니다" "두 개의 카메라가 각각 1,200만 화소로, 특히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배경을 흐릿하게 만드는 기술을 더해 찍기 전부터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촬영이 가능합니다"라는 등의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정 업체 상품 홍보, 방송심의규정 위반

그러나 현행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광고효과)는 방송이 협찬주 및 그의 상품·서비스·영업장소 등에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상품 등 또는 이와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내용"이나 "상품 등의 기능을 시현하는 장면 또는 이를 이용하는 장면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내용", "상품명 등을 일부 변경하여 부각하거나 광고효과를 목적으로 상품을 새롭게 제작하여 노출하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낼 경우 심의규정 위반입니다.

이러한 상품과 상품명 등의 노출이나 언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상품 등을 의도성 없이 배경·소품으로 노출"하는 경우거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아니 하는 수준에서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하게 노출"하는 경우 정도입니다. 그러나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제목, 보도 영상, 앵커와 리포트의 설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품의 장점을 늘어놓는 방송사들의 위 보도가 이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5․18 재단이 공개한 기밀문서, KBS․SBS․MBN만 보도

갤럭시 8 공개에는 이렇게 아낌없이 품을 내어준 방송사들은 이날 정작 보도해야 할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24일 5.18재단은 5.18 당시 광주 관할 보안대 기밀문서를 공개했는데요. 해당 문서에는 실탄 장전 및 유사시 발포명령 하달(1인당 20발)이라는 지침과 함께 마산 주둔 해병대 1개 대대가 목포로 이동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문서 작성 일시는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계엄군이 발포를 자행하기 바로 직전인, 1980년 5월 20일 밤부터 21일 새벽 사이입니다.

그럼에도 관련 소식을 보도한 방송사는 KBS와 SBS, MBN뿐입니다. 미보도 방송사 중 JTBC는 해당 사안을 말하지 않았을 뿐, 이날 저녁종합뉴스 첫 번째 꼭지부터 네 번째 꼭지에 이르기까지 5.18 관련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뤘는데요. 반면 MBC와 TV조선, 채널A는 이날 5.18 관련 소식을 일체 다루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원세훈 사건 변론재개 요청도 KBS․JTBC만 보도

같은 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재판부에 변론재개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변론재개는 최종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는 등 이유로 변론을 다시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만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태스크포스가 밝혀낸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정황이 기존 공소사실에 보태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소식을 24일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한 곳은 KBS와 JTBC 뿐입니다. 그나마 KBS는 이 소식을 담은 보도를 삼성 갤럭시 8 출시 관련 보도보다 뒤에 배치했습니다. JTBC는 이 보도 앞에 3건의 국정원 댓글 수사 관련 보도를 배치했습니다. 이 중 2건의 보도는 "원세훈 원장의 국정원이 댓글 활동별로 일종의 '가격표'까지 만들어 놓고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과 "검찰이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 업체들까지 모두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을 전한 단독보도입니다.

이는 방송사들이 같은 날 공개된 5․18 진상규명 관련 비밀 문건이나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관련 소식보다, 삼성의 신상폰 출시 정보가 더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공영방송까지도 말입니다. 이는 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넘어,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 민언련 배나은 활동가



#민언련#삼성전자#갤럭시 8#JTBC#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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