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민단체들과 학자들이 일본의 시민단체들과 학자들과 힘을 합치고 오랫동안 관동대학살에 대해 조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관동 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정식적인 조사를 하지도 않았어요. 도대체 언제하려는 모르겠어요."오충권 감독은 25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진행된 '제94주기 관동대학살 희생자를 위한 추도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에 일본 관동지역에서 1923년 9월1일에 자행된 조선인 학살 문제 조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오 감독은 5년 전부터 자신이 제작해 오고 있는 <1923제노사이드, 93년간의 침묵> 다큐멘터리의 일부 영상을 상영한 후 제작 배경을 밝히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또 "이 영화를 제작한 지가 5년이 되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 영상에 출연하신 분들 중 이미 네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며 안타까워했다.
또 오 감독은 "한국 정부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행사나 위령비를 마련하고 있지도 않고 관련 특별법조차 국회에 상정되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는 한 주간에 걸쳐 추도식이 진행되는데 한국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한국 정부가 보여온 행태에 대해 분노했다. 마지막으로 오 감독은 8월30일(수) 부산에서 결성되는 유족회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기도회 설교에서 김경호 목사(기장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은 오 감독의 비판을 이어갔다.
"관동대학살 때 조선인으로 오해받아 중국인들도 500명이나 살해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정부를 강도 높게 압박해 사과와 동시에 적절한 보상을 받아냈다. 그러나 역대 그 어떤 한국정부도 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의식이 한국의 역사 교과서에도 그대로 옮겨졌다."
또 김 목사는 "정직한 새 영을 넣어 주소서"(시편 51장 3-4절과 10절)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이 성서 구절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전제하고, "내가 주께만 범죄하여 주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사오니는 죄를 저지른 자가 더욱 책임감 있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전하며 일본 정부의 무책임과 책임회피를 강하게 질타했다.
추도예배에 이어 참석자들은 "관동대학살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참석자들은 관동대학살 진상규명 특별법을 여야 103명 의원들의 공동명의로 특별법이 발의되었음에도 끝내 국회 본 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이전 정부에 대해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정부는 … 역대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일본정부의 사과 및 국가적 책임을 강력하게 묻기"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차별과 배제의 원점이 된 관동대학살 사건에 대한 일본 교과서의 왜곡을 막아내고, 한국교과서에도 올바로 기술하며, 상시적 교육을 위한 '1923역사교육관' 건립"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관동에서 학살 당한 희생자들에게 헌화하는 시간을 잊지 않았다. 특히 이날 '아힘나평화학교'(교장 이종수 기장 목사) 학생들 10여 명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추도식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원회와 1923관동조선인학살 진상규명 대책소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참석자들은 조에홀 주변에 전시된 '관동대학살 조선인 추도비 탁본'들을 둘러보며 한국에도 속히 추도비가 세워지기를 염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보기독교언론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에고 게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