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센터장 이명희, 아래 당진IL)에서 시간제 일자리로 근무하고 있는 심민후씨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세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며 사회복지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그는 "자격증을 취득하면 센터 정직원도 될 수 있고 오래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어릴적 큰 파도보고 충격 받았던 심씨, 이제는 평범한 직원으로당진IL에서 복지일자리 일반형으로 근무하고 있는 심민후씨는 요새 매일 출근하는 것이 즐겁다. 그 전까지만 해도 시간제 일자리였기 때문에 하루 4시간만 근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출근하면 오후 6시까지 센터를 지키곤 했다.
하지만 8월부터 일반형으로 전환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심씨는 "집에서는 보통 TV 보는 것밖에 할 게 없다"며 "하지만 이렇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심씨는 뇌전증 3급이다. 그의 부모님(부 심재동·모 김현자)에 따르면 7살 무렵 바다에서 큰 파도가 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심씨가 뇌전증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뇌전증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인자가 없음에도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만성화된 질환을 말한다. 심씨의 경우 발작 증세가 발생하기 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전과 달리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7년 출생으로 송산초와 송산중을 졸업한 그는 당진정보고를 다녔다. 하지만 그 당시 증세가 심해져 학교를 나가는 날마다 쓰러졌고 결국 중간에 그만둬야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땐 대표로 강단에서 선행상을 받기도 하고 고등학교 재학 당시에는 시 쓰기 대회에서 매년 수상한 경력도 있을 정도로 그는 학교 다니길 좋아했다.
그는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천안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소화기 손잡이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주말이면 천안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그렇게 2년을 꼬박 당진과 천안을 오간 끝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됐다.
끊임없이 일 찾아... 이제는 '새로운 꿈' 생겼다보통 장애인이 할 수 있는 복지형 일자리는 시간이 짧다. 지금 하루 8시간 씩 근무하고 있는 일반형도 실시된 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다른 일자리의 경우 하루 4시간 혹은 주 16시간 정도만 근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녔다. 송산면사무소와 당진3동주민센터를 비롯해 당진우체국과 샷시 회사인 운성테크닉스 등에서 근무했다. 때로는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장애인들과의 갈등도 있었다. 그는 "뇌전증 발작 증세가 일어나면 잠깐 눕혀놓고 안정되길 기다리면 되지만 뇌전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놀라서 119구조대를 부르곤 했다"며 "이외에도 상처되는 말과 행동으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쁘게 지내온 그가 모은 적금 통장만 4개다. 지금은 일한 것으로 조카에게 선물도 하고 부모님 생일부터 결혼기념일까지 모두 챙긴단다. 또 초복과 중복, 말복엔 가족들 몸보신을 시켜주기도 하며 큰 이모와 매제까지 살뜰히 챙긴다고. 그는 "대접한 음식들을 가족들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면 내 성의를 받아준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여러 직장 끝에 만난 당진IL에서 심씨는 매일 하루하루 기분 좋은 출근을 하고 근무를 한다. 현재 심 씨는 당진IL에서 카페 관리를 비롯해 각종 행사 및 프로그램의 준비를 돕는다. 그는 "장애에 대해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좋다"면서 "또한 다른 사람을 도왔을 땐 다른 사람에게 배려를 베푼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그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어머니와 함께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어머니 역시 심 씨와 함께 하며 장애인에 대해 이해하게 됐고 함께 위로를 주고 위로 받으며 살고자 공부를 결심했단다. 그는 "가족들이 그동안 많은 힘과 용기를 줬다"고 전했다.
"제 몸이 완벽하진 않아도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어요. 또한 나 역시 언젠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항상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