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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능개편안이 전면 백지화됐다. 1안과 2안 모두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첨예한 대립과 갈등만 드러냈다. 하지만 공통된 견해와 공감대를 이룬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학교교육도 이젠 지나친 경쟁과 점수로 서열화가 이루어진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동의했다. 다만 절대평가 도입의 속도 문제가 존재할 뿐이었다.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지만 어찌 보면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이참에 단편적이고 지엽적 대책을 통한 단기처방이 아닌 포괄적이며 전면적 교육개혁에 나서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부터 차근차근 점검해야 한다. 현재의 교육과정이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토론과 발표위주의 수업방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은 교육과정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기준과 학습목표는 지극히 이론적이고 실제 삶과 동떨어진 지식 전달에 머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노동의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를 살아가는 미래세대에게 우리는 과연 어느 정도 삶과 노동에 대해 토론하고 발표할 수 있는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학습목표를 설정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거창하게 언급할 필요도 없다. 현재 노동 현장에서 중고생은 물론이고 대학생들까지를 포함한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단기간 계약직 노동자로 근무하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하다못해 근로계약서 작성법이나 자신이 받아야 할 시간당 최저임금이 얼마이고, 어느 정도의 소득이 보장되어야만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는지 과연 적정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내용조차 교과서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당면해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교과서에서 담아내야 할 수많은 성취기준들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의 가치, 근로계약서, 시간당 최저임금, 공익제보, 국민의 권리와 의무, 남북의 평화적 통일, 헌법정신 등등의 실질적 가치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한 성취기준의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학교 내신과 수능시험,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학교는 경쟁을 완화하여 학생 스스로 친구들과 협력하고 배려하며 학교생활의 즐거움과 기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신과 수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고교 학점제 도입도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할 정책이다. 그것이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평가제의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학교 내신과 수능시험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최고점을 부여할 수 있는 성취평가제가 서둘러 도입되어야 한다. 그래야 각자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의미있는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고 그 효과 또한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당면한 문제는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과중한 학업부담이다. 당장 내년부터 개정된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그럼에도 학교 내신과 수능시험 모두 상대평가를 적용받게 되는 현실만으로도 학생과 학부모에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내년인 2018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그들이 고3이 되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수능시험도 역시 절대평가로 전환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전 3년 예고제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 특성상, 현재 중3 학생들은 학교 내신도 상대평가 시스템에서 생활해야 한다. 수능시험도 기존과 같이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치르게 된다. 나머지 과목들은 모두 상대평가 시스템으로 수능시험을 응시해야 한다. 또한 2015교육과정 개편으로 새롭게 공부하게 된 공통사회와 공통과학 등 신설 교과가 생겨난 까닭에 학습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롭게 개정된 교육과정과 어긋나는 평가방식을 따라가야 하는 이중 고통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시급한 상황이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주체 구분해 공정성-투명성 담보해야

학생부종합전형도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다. 많은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신뢰도를 쌓아가기 위한 노력과 공감대 확산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3년 예고제에 따른 투명한 정보공개와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은 사전 예고제에 준하여 모집단위별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의 학생평가기준을 세밀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실제 학생선발과정에서는 1단계 서류전형과 2단계 면접전형의 평가 주체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학생선발과정을 이원화하여 서류전형은 철저하게 전문입학사정관들이 독립적으로 평가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1단계 서류평가 과정에서는 모집단위 교수들을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2단계 면접전형에서는 해당 모집단위 교수들이 책임지고 평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1단계 서류전형과 2단계 면접전형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독립적으로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전문입학사정관과 해당 모집단위 교수들이 학생선발 전 과정에서 두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견제하는 공정성 확보 절차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입학전형이 종료된 후에 모든 대학이 정보공개를 실시하도록 지도하고 감독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모든 전형의 입시결과 공개에 적극 나서도록 교육부가 서둘러 법제화해야 한다. 모집단위별로 최종합격자를 대상으로 합격생 커트라인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험생이 당락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해당 수험생의 세부 평가내역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수능시험의 활용방법에 대한 장기적 고민과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수능시험을 존치시키면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입학시험에서 실패한 재수생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전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교육문제의 본질은 품격있는 삶의 가능여부에 달렸다. 얼마 전 학생들에게 시간당 최저임금이 3만 원이 된다면 어떤 변화가 예상되느냐는 질문에 대다수 학생들이 잠시 계산을 해보더니 하루 8시간만 일해도 한 달이면 5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알아채곤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한다. 선진국 대학진학률이 높지 않은 이유도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인간으로서 품위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노동 강도가 셀수록 임금 체계가 높은 나라도 여럿이다. 그렇다면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결국 학교 교육정상화의 가장 빠른 길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해야 하고 사회와 국가가 기본소득 보장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복지를 뒷받침해야 하는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교육제도만 혁신해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이것이 포괄적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포괄적 교육개혁#수능개편#학생부종합전형#2015교육과정#품격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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