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소재 수원대학교(총장 이인수) 정문 앞에서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URD)' 소속 학생들의 주도로 이인수 총장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됐습니다.
학생운동 소속 집행부 인원들은 '이대론 못 다니겠다/갈아보자!', '모른 척 하다/여기까지 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나의 연애, 너의 권리', '써보자 탄원서/바뀐다 학교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채 학생들에게 서명을 독려했습니다.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던 학생들 역시 집행부 인원들의 안내에 따라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호응이 이어졌습니다. 익명의 한 학우는 "이인수 총장이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습니다.
이번 서명운동은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이인수 총장의 2심 선고(9월 13일)를 앞두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는 수원대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습니다.
징역형 선고 받고도 연임에 성공한 이인수 총장지난 1월, 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업무상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판결 직후 수원대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협의회 측은 수원대·수원과학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운학원 이사진과 이 총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한 이 총장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고 아직까지도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3월 고운학원은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이 총장의 연임을 결의했습니다. "대학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연임에 성공한 이 총장은 4월부터 9대 총장으로서의 2년 임기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이 총장의 연임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캠퍼스는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꼼수 연임'을 꾀했다는 사실에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15~2016년 교육부에서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수원대는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며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수천억 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부실대학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총장의 학교 운영이 방만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총장 퇴진 운동에 앞장서라"는 학생들의 항의에도 총학생회는 "2학기 때 있을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기다려보자"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1학기 여름방학을 앞두고 뒤늦게 총학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장 사퇴 찬·반 여부 설문조사'는 소속 학과와 실명을 요구해 '부실 조사'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학생들은 총학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부착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에 의해 철거됐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학교 측은 "누가 뗐는지는 모른다"면서도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 부착된 게시물은 철거하도록 되어있다"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재학생들 중심으로 총장 퇴진 기구 조직... 수원대 변화 시작될까이렇듯 학생의 목소리가 근본적으로 억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참다못한 학생들은 결국 지난 8월 초, 총장 퇴진을 위한 임시기구를 조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이번 서명운동을 주도한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아래 '학생운동')입니다.
학생운동은 ▲이인수 총장 및 고운학원 이사진의 동반 사퇴, ▲총학생회 간부진의 전원 사퇴, ▲반민주적인 학칙 개정을 목표로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수원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 이 총리로부터 "관계 부처를 통해 챙겨보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SNS에서 학내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는 일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게 바로 서명운동이었습니다. 학생운동은 이번 서명운동을 통해 모인 명단을 탄원서와 함께 2심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은 물론, 교육부와 국회에도 전달해 정치권의 관심을 다시 한 번 촉구할 계획입니다.
서명운동은 오늘부터 7일 목요일까지 수원대 정문 앞에서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동안 수원대는 상지대 등 여러 비리사학들과 더불어 '사학적폐'의 끝판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왔습니다. 이번 서명운동이 수원대가 그러한 오명을 벗고 명문사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경준 기자는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 공동대표이자 언론홍보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