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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경색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9월 월례토론회에서 정세현 이사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정세현 이사장,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천해성 통일부 차관. 2017.9.7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경색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9월 월례토론회에서 정세현 이사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정세현 이사장,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천해성 통일부 차관. 2017.9.7 ⓒ 연합뉴스

"우리가 촛불로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다. 그런데 동명동모(同名同貌, 이름과 용모는 같다)이지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평화포럼이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한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경색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주도한 관료들과 연구자, 시민단체 인사들의 모임인 이 포럼의 이사장인 정 전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직접 발제를 맡아 "이대로 미국 하자는 대로 따라가다가 중국에 차이고 북한에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요구한 데 대해 "이런 변고가 있느냐"면서 "문 대통령이 아베(일본 총리)처럼 돼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도 아닌 우리가 유엔 대북제재를 선도하고 나서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것은 '뜨거운 얼음'이라는 말 같이 성립되기 어려운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재에 대해서는 중간만 따라가면 된다. 대화 6: 제재 4라는 기조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아베처럼 돼 가고 있어"

그가 2012년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을 지지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의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날 발언은 작심하고 한 비판이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직접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 식으로 대응하는 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면서 "대통령을 맨 앞에 나서게 하는 것은 청와대 참모들의 불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남북대화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는' 발언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그렇고 전부 촛불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 운전자론'을 따내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고, 5월 10일 취임했는데 북한이 14일부터 미사일 쏘고 나왔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라면서 "또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보조를 같이해야 하는 불가피함도 있으나,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마지막으로 퍼붓는 듯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현재 북한의 대남 인식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정권은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평양을 다녀온 재미동포들에 따르면, 북한은 문 대통령 집권 후 미일중러에 특사를 보낸 다음에 자신들에게 특사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실망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수소탄 시험을 하는 상황까지 종합해보면, 김정은은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개선보다는 올해 안에 미국과 1:1 관계를 정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열리는 10월까지는 계속 압박 강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미훈련 축소-핵미사일 실험 유예'로 돌파구 찾아야"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그가 구상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정 전 장관은 "북한은 '한미연합 훈련 중단하면 핵실험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두 번 했는데, 박근혜 정권은 다 거부했다"면서 "중국도 이를 받아서 '쌍중단'카드를 꺼냈다.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초 한미 키리졸브 훈련과 관련해 '훈련 규모 축소'를 통해 '핵미사일 실험 유예'를 유도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중심에 놓고 문제를 풀어가겠다', '필요하면 미국에도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 초심을 회복해서, 적절한 시점에 대북 특사 파견 의사를 밝히는 것도 지금의 경색을 극복하는 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금이야말로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임 "한반도 안보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미국에게 미북 대화를 진지하게 종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반드시 대북 특사 보내야"

토론자로 나선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정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선제타격이든 예방전쟁이든 결국에는 상호 핵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평화가 우리의 지상명령"이라면서 "대북 특사는 반드시 보내야 하고, 그에 앞서 밀사 활동도 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헬무트 슈미트 전 통일 총리의 "상대방이 손을 잡지 않아도 내밀었던 손을 거둬들이지 말라. 상대방이 그 손을 잡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유엔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원유 금지는 물론이고 해외 파견 노동자의 북한 복귀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런 조언들에 감사하다"면서 "정부도 그저 손만 내밀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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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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