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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국정원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은 '정보기관의 가장 나쁜 선례'였다.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만을 수호했기 때문이다. 그 9년의 시간 동안 일어난 '적폐'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국정원 개혁을 얘기할 수는 없다. <오마이뉴스>는 국정원개혁발전위(13개)과 국정원감시네트워크(15개)가 선정한 국정원 적폐사건 목록 가운데 총 9개를 추려서 '어떤 사건'인지, '무엇'을 재조사해야 하는지를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말]
한국의 선거에는 '분단 특수성'이 작동한다. '북풍공작'이 대표적이다. 원래 북풍공작은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안전기획부(안기부)의 공작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오익제 편지사건'이나 '재미교포 윤홍준 베이징 기자회견', '충풍사건', '흑금성 사건' 등이 'DJ 낙선'을 목표로 한 '협의의 북풍공작'이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보수적인 집권세력이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안보위기를 조장하고, 안보논리로 야당을 공격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시도를 모두 '북풍공작'이라고 부르게 됐다. 그런 광의의 의미에서 보자면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북한 종업원 12명(아래 탈북 종업원)의 탈북 사실을 전격 발표한 것도 '북풍공작'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북풍공작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이 과반 의석(총 167석)을 차지하며 '여소야대'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북풍공작이 1997년에 이어 이번에도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선거용 기획탈북'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틀 만에 류경식당→푸동공항→쿠알라룸푸르공항→인천공항

 통일부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2016년 4월 7일 입국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2016년 4월 7일 입국했다고 밝혔다. ⓒ 통일부 제공

선거용 기획탈북 의혹의 출발지는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에 위치한 '조선식당 류경'(아래 류경식당)'이다. 식당의 이름인 '류경'(柳京)은 평양의 별칭에서 따왔다. 옛날 평양에는 버드나무(柳)가 많아 '류경'(柳京)이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닝보 외에도 심양·단둥·연길 등에서도 '류경'이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북한식당이 있다.      

닝보는 상하이와 항저우에서 자동차로 2시간 안팎 거리에 있고, 상하이에 이어 중국의 제2의 항구인 닝보항이 있는 항구도시다. 그런 입지조건 때문에 닝보는 '제2의 푸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만을 건국한 장제스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직영이나 합작 등의 형태로 해외식당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닝보의 류경식당은 '조선식당 류경'이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소유주나 경영자가 모두 중국인(닝보 출신)이었다. 직영 형태의 해외식당이 아니라 인력(여성 종업원)만을 공급하는 합작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개 층을 쓰는 류경식당에는 총 21명의 북한 사람들이 근무했다. 남성 지배인과 부지배인 2명, 여성 종업원 19명이 상주한 것이다. 지배인과 부지배인은 여권 관리 등 여성 종업원들을 관리·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여성 종업원들은 홀에서 서빙했고, 점심과 저녁 때 각 30분씩 무대에 올라 공연도 열었다. '봉사무역 접대원'으로 불리는 이들이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 소속이라는 설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5일 1명의 남성 지배인과 12명의 여성 종업원들이 상해 푸동공항으로 급하게 이동했다. 이들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날 식당 뒷문에 도착한 소형버스를 타고 이동했다는 주장도 있고, 택시를 타고 순차적으로 이동했다는 주장도 있다. 

상해 푸동공항으로 이동한 이들은 다음날(4월 6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의 안가에 머물다가 저녁 때 다시 쿠알라룸푸르공항으로 이동했다. 중무장한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들을 공항까지 호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한한공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4월 7일).

이들이 입국한 다음날인 4월 8일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 등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서울에 도착했다"라고 발표했다. "북한식당 이용 자제 계도 등 한국의 독자적 대북제재가 집단탈북으로 이어졌다"라는 '정치적 의미'가 곁들여졌다. 게다가 이들이 입국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까지 제공됐다. 20대 총선일(4월 13일)을 고작 닷새 앞둔 때였다.

'기획탈북 의혹'을 자초한 몇 가지 이유

하지만 불분명한 탈북 동기, 이틀 만의 입국, 입국 다음날 탈북 사실 전격 발표, 입국 사진 제공 등은 '기획입북 의혹'을 자초했다. "박근혜 정부가 '북풍'을 일으켜 여당에 유리한 선거국면을 만들기 위한 기획탈북이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쪽도 "국정원이 식당 지배인을 매수해 종업원들을 유인해 납치극을 벌였다"라고 비난했다.

먼저 탈북 동기다. 통일부는 당시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와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돼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적 문제가 있거나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린 경우 탈북해왔다는 경험칙에 어긋나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지배인 허아무개씨에게 '돈문제'가 생기자 허씨가 식당을 중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옮긴다고 종업원들을 속여 탈북시켰다는 시각이 있다. 허씨가 중국인 사장에게 150만 위안(한화 2억6500만 원)의 빚을 졌다는 증언이나 북한으로 돌아간 나머지 7명의 종업원들이 "말레이시아로 가는 줄 알았다"라고 증언한 것 등이 이러한 시각을 일부 뒷받침한다.

신속한 입국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탈북민들이 제3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보호요청, 합동심문조사, 입국을 위한 서류 준비 등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탈북 종업원들이 류경식당을 떠나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데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정원이 정부 당국과 협의해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탈북민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입국하기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8월 18일 지배인 허아무개씨를 접견했던 채희준(민변 통일위원장) 변호사는 "해외 탈북민이 한국에 가겠다고 하면 북한 사람이 맞는지, 진짜 한국행을 원하는지, 동기가 무엇인지 등 현지에서 4주간 조사하는 절차를 밟는다"라며 "그런데 식당을 떠난 지 이틀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국정원에 연락한 지배인은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종업원들을 제대로 조사도 안 하고 데리고 온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탈북 종업원 12명과의 변호인 접견을 시도해왔던 장경욱(민변 '북 해외식당종업원 기획탈북의혹사건 대응 TF 팀장) 변호사는 "국정원이 허씨에게 비행기값으로 1000만 원을 줬다는 진술이 나왔고, 사전에 말레이시아 당국의 협조를 구해서 중무장한 경찰들의 호위를 받은 것 등을 감안하면 사전에 허씨와 국정원이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입국하기 두 달 전에 '한국행'이 결정됐다는 얘기도 있다. 채희준 변호사는 "허씨가 '한국 드라마를 본 것이 문제돼 송환될 것 같아서 두 달 전 토론을 벌여 전부 한국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당일 7명의 종업원이 갑자기 안 가겠다고 해서 그들만 남았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허씨가 진술한 대로 탈북 종업원들이 두 달 전에 한국행을 논의했다면 국정원이 이들의 입국을 준비할 시간은 있었던 셈이다. 다만 한국 드라마 시청 때문에 본국으로 송환될 것이 두려워 한국행을 결정했다는 허씨의 진술은 상당히 허술해 보인다.

탈북 종업원들의 입국 사실을 전격 발표하고, 입국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까지 제공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통일부가 2000년 이후 탈북민의 신분과 탈북 경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공개 원칙'을 스스로 어긴 것이다. 그동안에는 탈북민이 김씨 일가 등 로열 패밀리거나 고위급 인사일 경우에만 탈북 사실과 신분 등을 공개해왔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였던 이한영씨나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지난해 입국한 북한 종업원들은 해외식당에서 근무해온 종업원들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해외식당에 파견되는 직원들은 대체로 중산층에 속하고 성분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로열패밀리나 고위급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 지배인 허씨조차 "입국 사실을 공개할 줄 몰랐다"라고 언론에 토로한 바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29일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보기관의 기획탈북이었다"라고 지적하자 서 후보자도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너무 빠른 시간에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라고 답변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무엇' 때문에 탈북 종업원들의 입국사실을 서둘러 발표해야 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특히 복수의 정부 당국 관계자들로부터 "집단 탈북 공개 브리핑은 청와대의 지시로 갑작스럽게 하게 됐다"라는 증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청와대 지시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 당시 통일부는 "북쪽에 남은 가족의 신변이 위험해지고, 탈북 사실을 비공개로 해온 전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라며 집단 탈북 공개를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원에 입소하지 않고 보호센터에서 바로 사회 진출?

 경찰청이 지난 8월 25일 서울 고등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보서'.
경찰청이 지난 8월 25일 서울 고등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보서'. ⓒ 민변 제공

그런데 무엇보다 탈북 종업원들이 입국한 이후에 벌어진 '특별관리'가 기획탈북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통상 탈북민이 입국하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아래 보호센터, 옛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70일(위장 탈북이나 간첩 혐의 등이 있을 경우 최장 180일) 동안 합동신문을 받은 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 입소해 12주 동안 정착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온다. 이후 하나원에서 나온 탈북민들의 신변관리 업무는 통일부와 경찰로 넘어간다. 

하지만 탈북 종업원들은 하나원에 입소하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바로 보호센터에서 나와 올 3월 대학에 특례입학했다(이것조차도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이 밝힌 대로 탈북 종업원들이 사회에 나왔다면 대체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데도 이들의 행적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배인 허씨조차 지난해 5월 하순부터 종업원들과 완전 분리됐다. 이들과 접촉한 곳은 국정원(보호센터)이 거의 유일하다.  

채희준 변호사는 "탈북민들이 하나원을 나와 사회에 배출되면 보통 탈북민 네트워크를 통해 행적 등이 확인된다"라며 "하지만 탈북 종업원들의 경우 지금까지도 행적이 전혀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사회에서 격리돼 있다"라고 말했다.

민변이 지난해 5월부터 지배인 허씨를 제외한 탈북 종업원 12명과의 변호인 접견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국정원은 이를 거부했다. 박영식 보호센터 인권보호관은 지난해 5월 탈북 종업원 12명을 면담한 직후 "모두 민변과 접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라며 "종업원들은 특히 '우리를 잊어 달라'고 한다"라고 전한 바 있다.  

장경욱 변호사는 "지난 7월 6일 보호센터장을 만나서 '북에 있는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다'며 종업원 접견을 요구했고, 센터장도 '접견을 주선하겠다'고 했다"라며 "하지만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접견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 등 정부 당국은) '자진탈북이 확인되면 북의 가족이 위태로워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총선 전에는 집단 탈북을 발표했나?"라고 꼬집었다.

또한 민변은 지난해 5월 북한쪽 가족들의 위임을 받아 법원에 인신구제를 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심문기일을 1주일 연기하면서까지 여성 종업원 12명이 모두 법정에 나올 수 있도록 하라는 출석명령 소환장을 국정원에 보냈지만 종업원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국정원은 "탈북 종업원들의 보호결정이 해제돼 경찰과 통일부가 이들의 신변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경찰청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이에 경찰청 보안국은 지난 8월 25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보서'에서 ▲ "작년 8월 보호센터를 퇴소했고" ▲ "희망하는 지역에 거주지를 배정받아 개별적으로 거주하고 있고" ▲ "전화통화, 서신교환, 대면방문 등 외부와의 접촉 및 왕래도 자유롭다"라고 답변했다.

경찰청이 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보서에 따르면, 탈북 종업원 12명은 "신변이 노출되는 것이 싫다", "다른 탈북민처럼 조용하게 살게 해 달라", "신변이 노출되다 보면 제가 이 나라에서 살 수 없다", "더 이상 이런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탈북 종업원 모두가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통일부 고위인사 "탈북 종업원들은 국정원의 특별보호대상"

경찰청은 자신들이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사실조회 회보서에 "경찰에서는 2016년 8월 사회배출 이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 및 동법 시행령'에 의거하여 일반 탈북민과 동일한 신변보호를 실시하고 있다"라고 적시해놓았다. 

보호센터쪽도 "탈북 종업원들이 지난해 8월 퇴소해서 국정원은 손을 뗐다"라며 "통일부에서 이들을 일반 탈북민들과 똑같이 관리하고 있고, 경찰이 신변관리를 위해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보호센터 등 국정원은 탈북 종업원 신변관리에서) 주도권이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국정원 민원담당관이 지난 7월께 채희준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국정원 민원담당관이 지난 7월께 채희준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 민변 제공

국정원 민원담당관도 지난 7월께 채희준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보호센터는 신변보호 경찰관을 통해 집단 귀순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변호사님들과 면담할 의사가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했다"라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변보호 경찰관으로부터 종업원들이 한 명도 예외없이 변호사님들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와 경찰에서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호결정이 해제돼 경찰과 통일부에서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관리하고 있다"라는 국정원의 주장과 전혀 다른 증언이 나왔다. 통일부의 고위인사가 "탈북 종업원들은 국정원의 특별보호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라고 말한 것이다.

장경욱·채희준 등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 7월 28일 정승훈 통일부 공동체기반조성국장(현 정세분석국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국장은 "탈북 종업원들은 국정원에서 보호를 결정한 특별보호대상이어서 통일부에서는 이들의 교육과 주택만 지원했다"라며 "특별보호대상으로 지정되면 별도의 해제절차가 없다"라고 말했다.

당시 면담에 참석했던 장경욱 변호사는 "당시 정 국장이 '무슨 일반보호냐, 국정원이 특별보호하고 있다, 국정원이 통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라고, 채희준 변호사는 "정 국장이 '국정원이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놓고 있어서 우리도 맘대로 접촉할 수 없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 통일부의 한 관계자도 "집단탈북이란 특성, 북한의 선전 공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변보호를 위해서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 제8조에 의해서 국정원장이 6개월 동안 보호를 결정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①항에 따르면, 통일부장관이 협의회의 심의를 통해 탈북자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국정원장이 보호여부를 결정한 뒤 통일부장관에게 통보한다는 것이다.

정 국장의 발언에 따르면 탈북 종업원들은 국정원의 특별보호대상이다. 즉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가'급 경호대상으로 분류돼 밀착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욱 변호사는 "그로 인해 여종업원들은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신분이 급상승했다"라고 꼬집었다.

시행령 제14조에는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범위'를 ▲ 형법(내란), 군형법(반란), 국가보안법에 따른 죄를 범하였거나 범할 목적으로 있다가 전향 의사를 표시한 사람 ▲ 북한의 노동당 등에서 북한체제 수호를 위하여 적극 활동한 사람 ▲ 첨단과학에 첩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 종업원들이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국정원으로부터 특별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13명의 집단탈북'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이들에게 '특별한 무엇'을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경찰에 지난 1년간 탈북 종업원들을 관리해왔음을 증명하는 신변보호 담당관의 업무일지 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국정원 특별관리'를 뒷받침한다. 장경욱·채희준 변호사 등이 지난 8월 24일 이재열 경찰청 보안국장을 만났을 때 이 국장은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관리하면서 작성한 자료도 없고, 신변보호 담당관의 보고도 없었고, (국정원 등으로부터) 어떠한 면담 신청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채희준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는 경찰이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보호·관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장소만 보호센터에서 모처로 바뀌었을 뿐 국정원이 실질적으로 계속 보호·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탈북민들이 하나원을 나오면 이들을 관리하는 주무부서는 국정원에서 통일부로 바뀌고, 통일부가 경찰이나 지자체에 요청해 이들의 신변을 보호한다"라며 "그런데 (국정원이 이들을 특별보호대상에 지정해놓고 있어서) 통일부가 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1명이라도 자진탈북 아니라면 북으로 돌려보내야"

채희준 변호사는 "북의 가족들이 딸들의 신변과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어렵게 우리에게 위임장을 보내줬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기를 쓰고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라며 "이것도 이들이 들어올 때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반증한다"라고 지적했다.

채 변호사는 "식당에서 서빙하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종업원들이 '국가안전보장'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라며 "종업원들은 지배인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람이지 자율성을 갖고 일하는 책임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채 변호사는 "종업원 12명 가운데 1명이라도 자진해서 탈북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확인해서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라며 "그 1명에게 나머지 11명을 위해 희생하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통일문제 전문가인 A씨도 "탈북 종업원들 중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라고 말했고, 여권 인사인 B씨도 "몇 명은 한국행을 원했지만 12명을 다 데리고 온 데에는 공작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의심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총선 전에 당당하게 공개했으면 계속 공개 원칙으로 가야지 북가족, 신변 위협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라며 "자진해서 집단 귀순했다고 한다면 왜 이제까지 기자회견 한번 안하나? 그 전에 기자회견했던 귀순자들은 북에 가족이 없었나?"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 외에 누구도 이들을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진해서 탈북한 것인지, 타의에 의해 납치된 것인지, 지난해 8월에 보호센터에서 출소했는지, 올 3월에 대학에 입학했는지 등을 알 수 없다"라며 "이제라도 탈북 종업원들을 제대로 조사하고,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개혁발전위에 의견서를 냈지만 답변이 없다"라며 "(국정원개혁발전위가 국정원을) 확실히 장악하기 힘든 구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획탈북 의혹이 '국정원 적폐 목록'에 오르지 않는 이유

국정원개혁발전위 산하 적폐청산TF가 작성한 '국정원 적폐 청산 목록'에 기획탈북 의혹 사건은 없다. 북한 종업원 집단 입국이 국정원에 의한 기획탈북으로 확인될 경우 이것이 남북관계과 국정원의 존폐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여권 인사 B씨는 "확실한 공작으로 확인되면 국정원 문을 닫으라는 해야 할 사안이어서 목록에 들어가기 어렵다"라며 "설령 사실이라도 해도 묻고 가야 할 사안이다, 이것은 개별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씨는 "서훈 국정원장에게 확인했는데 돌이킬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억류할 때와는 다르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됐기 때문에 돌려보낼 수 없다고 했다"라며 "북한으로 돌려보낼 경우 우리가 국가의 책임을 버리게 되고, (돌려보내야 한다면) 역망명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B씨는 "(탈북 종업원 문제를) 남북적십자회담 카드로 쓰기도 어렵다"라며 "북한이 핵 이외에 쓸 카드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이 이것을 카드로 쓰다가 얼버무릴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에서 두세 번 의사를 묻고 확인했는데, 탈북 종업원들이 공개석상이나 또는 제한된 공개석상에 나와서 자기들 의사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채희준 변호사는 "탈북 종업원들의 진실이 꼭 확인될 것이다"라며 "감춘다고 해도 밝혀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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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탈북 의혹#류경식당#국정원 적폐사건#채희준#장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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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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